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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그 겨울, 바람이 분다 3회-조인성과 송혜교, 비밀의 방에 담긴 비밀이 수상하다

by 자이미 2013.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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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어 하는 여자와 살고 싶은 남자의 만남. 불손한 의도로 접근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남자 이야기는 식상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 한다는 사실이 약점일 수 있었지만, 노희경의 능력은 역시 탁월했습니다. 조인성과 송혜교의 연기와 김규태 노희경의 호흡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비밀의 방에는 단순히 비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78억이라는 억울한 빚을 지고 죽음의 위기에 처한 수는 자신과 함께 어울리던 수가 되기로 합니다. 그가 바로 피엘그룹의 유일한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그가 선택한 것은 자신이 죽은 수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영이의 집으로 들어간 수와 그런 외부인에 경계를 하는 이들의 대립과 갈등은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매력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찾아온 오빠를 믿지 못하는 영. 1년 전 찾아갔던 자신을 방치해버린 오빠가 아버지 사망 후 갑자기 집을 찾은 것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합니다. 돈을 얻기 위해 자신을 싫어하던 아버지가 죽자 집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냐는 의심은 자연스러웠습니다. 막연한 의심의 근원에는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오빠에게 버려졌다고 생각한 영이에게 오빠는 애증의 대상인지도 모릅니다. 간절하게 바랐던 존재이지만 그런 간절함과 함께 미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런 애증이 존재하기 때문일 테니 말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시력을 상실했는지 묻기보다 자신을 믿어달라고 요구하는 수의 행동은 영이의 의심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선로에서 자신을 밀라는 영이의 요구는 순간 수에게도 움찔하게 만드는 욕망이었습니다. 지하철에 뛰어들어 죽게 된다면 모든 재산은 오빠인 수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혹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지만, 가짜 수에게는 독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산상속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진짜가 아닌 가짜인 수에게는 무모한 일이니 말입니다.

 

수의 선택은 조금씩 영이의 마음을 풀어주게 하는 과정의 하나였습니다. 지하철에서의 선택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행위들에서 계산적으로 이어지는 수의 행동들은 영이에게는 큰 믿음으로 변해가게 하니 말입니다.

 

지속적으로 죽음을 이야기하는 영이와 그런 모습을 자신을 떠보기 위한 의심 정도로 생각하는 수. 후천적 시각장애를 앓으며 많은 아픔과 고통을 당해야 했던 영이에게는 많은 이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왕 비서가 영이를 과보호하며 더욱 확대된 이런 증상은 그녀를 더욱 힘겹게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영이를 많은 사람들 앞에 데려가 마음껏 즐기기 해주려는 수의 행동은 단순히 돈을 위한 행위로 보기는 힘듭니다.

 

수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록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다른 여자들과 다른 영이를 바라보는 수의 태도는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뇌종양으로 시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에게는 복잡한 상황으로 이어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을 죽여주면 죽음의 이유와 상관없이 모든 재산을 수에게 주겠다는 영이의 제안은 혹할 수 있는 제안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틈에 두려움을 느끼는 영이. 죽음을 고민하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이런 두려움은 이질적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은 죽음을 앞둔 자신의 두려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동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뇌종양이 사실인지 아닌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만약 뇌종양이 사실이고 죽음이 가까워진다면 그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그런 식으로 다가오는 것이니 말입니다.

 

사람들 틈 속에서 수에게 의지하게 되는 영이. 그런 영이와 사격을 통해 서로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장면에 이어 물풍선을 통해 흠뻑 젖은 수의 얼굴을 닦아주는 영이의 연이은 장면들은 훌륭한 몽타쥬였습니다. 영이의 감정 변화가 극적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이었으니 말입니다.

 

믿지 못하던 영이가 조금씩 수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과정을 세 개의 다른 상황을 통해 점점 증폭시키는 장치는 당연히 매력적이니 말입니다. 조금씩 수에게 의지하던 영이가 사격을 통해 서로가 하나가 되어가는 듯하더니, 물에 젖은 수를 닦아주며 어린 시절 오빠를 떠올리는 장면은 영이의 마음이 변해가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의심이 믿음으로 변해가는 과정과 달리, 수의 정확한 정체를 알고 싶은 왕 비서와 명호는 면도기를 통해 유전자 검사를 시도합니다. 이를 우연하게 알게 된 수 일행이 진짜 수의 면도기와 바꿔치기를 하려는 행동은 흥미롭게 이어집니다. 수의 정체를 알아내려는 이들에게 유전자 검사는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공격과 방어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영이가 밤마다 찾아가는 비밀의 장소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울고 있을 때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오빠. 그런 오빠가 항상 전해주던 물건을 가져오면 진짜 오빠로 믿어주겠다는 영이의 발언은 수에게는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영이의 뒤를 쫓아 들어선 그 비밀의 방은 수와 영이의 어머니가 만든 비밀의 방이었습니다. 수목원 안쪽에 있는 그 방에는 아이들의 사진과 영상일기가 가득했습니다. 영이가 그곳을 찾는 이유는 어머니와 오빠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충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 장소에 몰래 들어가 비밀스러운 그들의 과거를 함께 하는 수의 오묘한 표정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나무 밑에 버려져 어머니의 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랐던 수에게는 그 영상이 특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영이가 이혼하고 자신을 버린 채 오빠만 데리고 나가버린 엄마에게 울면서 남긴 영상을 보면서 수가 느끼는 감정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버림받은 아이의 슬픔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수에게 영이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나 돈을 위한 목적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수에게 영이는 이제 자신과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은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비밀의 방에 두고 온 풍경을 가지러 다시 돌아온 영. 그런 영이는 그 공간 어딘가에 있는 수에게 말을 겁니다. 그런 영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수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의 관계가 의심에서 보다 격상된 감정의 공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영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비밀의 방에 숨겨진 비밀들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수와 영이의 관계를 위험하게도 더욱 긴밀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도 존재합니다. 추억이 가득 쌓인 그 비밀의 방은 단순히 추억을 되새김질 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가치들을 만들어내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은밀한 비밀의 장소가 아닌 서로의 감정을 품어내고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내는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그 비밀의 방은 흥미롭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슬프고 외롭고, 아픈 이들이 서로를 의식하고 조금씩 사랑하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매력적입니다. 모두를 속인 채 영이를 사랑하기 시작한 수가 과연 어떻게 자신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멜로드라마에 다양한 장치들을 배치해, 긴장감이 가득하도록 만든 노희경 작가의 능력은 대단합니다. 물론 원작의 힘이 가장 큰 덕으로 다가오기는 하겠지만, 노희경 특유의 대사가 주는 매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시각장애인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송혜교와 거칠지만 마음 약하고 사랑에 대한 상처가 깊은 연기를 소화해주는 조인성의 조화는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갈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이제 시작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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