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dia Shout/Alternative Radio 대안 라디오

김태균 왕지혜 기사로 본 연예기사 작성법 ABC

by 자이미 2009. 11. 18.
반응형
오늘 한 스포츠 스타와 연기자의 열애설이 터진 기사는 참 재미있는 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본 지바 롯데와 계약을 한 한화의 4번타자였던 김태균과 영화 개봉을 앞둔 왕지혜가 연인사이라는 기사는 시기적으로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습니다. 문제는 뒤이어 나온 기사들로 인해 신빙성없는 기사가 되어버린 열애설이었다는 것일 듯 합니다.

좋은 감정으로 만나는 것 사실?

열애설 기사를 작성한 뉴스엔의 이언혁 기자의 글을 보면 측근의 말을 통해 그들의 열애설이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고 있다며 기사를 올렸습니다. 기사의 제목 역시 '김태균-왕지혜 열애, 네티즌 "김별명, 이제는 김열애 추가요!"'라며 호기심 강한 제목으로 그 사실에 무게를 둔 기사였습니다.



왕지혜 측은 "만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아직 조심스러운 단계"라고 밝혔다. 소속사 측은 "왕지혜와 김태균은 6개월 이상 만남을 조심스럽게 이어온 것으로 안다"며 "아직 결혼 등을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서로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부인할 이유도 없다"고 전했다. -기사 전문읽기

왕지혜 측이라고만 밝혔지만 당연히 매니저 혹은 사장의 입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기사 작성이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김태균과 왕지혜는 여느 스포츠 스타와 여자 연예인의 만남처럼 무척이나 달콤해보이기까지 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감정으로 만나는게 사실이고 부인할 이유도 없다며 강한 긍정으로 기사는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연예부 기자의 기사 작성법을 한번 유추해 정리해보자면,

1. 떠도는 다양한 가십거리들을 촘촘히 정리해둔다. 연예부란 떠도는 기사들을 얼마나 많이 정리하고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연예부기자라면 마당발이란 소문이 나거나 하이에나같은 감각이라도 지녀야하니깐.

2. 쌓아둔 데이터 베이스에 의해 매일 작성해야하는 기사꺼리들을 추려낸다. 오늘은 누구와 어떤 사건들을 연결해 새로운 기사를 작성할까? 그저 블로거들이 하는 리뷰를 작성하기도 그렇고 기자만이 가질 수있는 특권을 활용한 기사 작성이 필요할땐 수집된 증거들을 모아 최근의 사건들을 조합해보는 노력을 해본다.

3. 스포츠 스타와 여자 연예인이 기사들은 많은 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최근 일본의 롯데 지바와 계약한 김태균과 신인 배우인 왕지혜가 과거에 만남을 가졌다는 이야기들을 들은게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일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4. 일본에서 최소 3년을 생활해야하는 김태균. 운동선수에게는 내조가 중요하다. 신인급 왕지혜가 출연한 영화가 이번에 일본 상영과 관련된 소식들도 들리는데 이걸 한데 묶으면 그럴 듯한 기사가 가능하다.

5. 일단 추측 가능한 사건들과 이미 알려진 사건들을 조합해 그럴듯해 보이는 기사를 송고한다. 가능하다면 리스트에 있는 소속사 관련자들 몇명과 전화 인터뷰를 한다. 정해진 답이 있기에 적당히 유도하면 비슷한 답은 나오기 마련이다.

6. 이렇게 정리된 내용들은 그럴듯한 형태의 기사 형식을 갖추게 된다. 이후 페이퍼신문 시절의 구독자와 같은 네티즌들의 다양한 댓글들이 실시간으로 등록된다. 이제부터는 모든 매체들이 이를 기정사실화해 관련 기사들을 붕어빵 찍어내듯이 맘껏 생산해낸다.

7. 이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들을 통한 연속적인 기사 작성으로 이어간다.

8. 변수가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이 야기된다면, 객관화 시켜 이역시 새로운 기사꺼리로 작성되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신기한 기사쓰기 놀이가 반복되어진다.


모든 기사에는 팩트와 이런 팩트를 기반으로한 추론과 추측은 충분히 있을 수있습니다. 그러나 김태균의 즉각적이며 단호한 부정은 잠시 그들을 골치아프게 만드는 의도하지 않았던 변수였을 듯 합니다. 김태균의 강한 부정이 있기전까지 그럴듯 하게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왕지혜측에서는 당황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부랴부랴 "이는 기사가 잘못된 것이며 둘 사이는 아무런 관계가 아니다라는 정정보도"를 요구합니다.


소속사 스타파크 엔터테인먼트는 18일 오후 "야구를 좋아하는 왕지혜는 지인들과 야구장을 찾아 관람 후 김태균 및 지인들과 같이 식사를 하는 등 팬의 입장으로 몇 번 자리를 가진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아는 사이일 뿐 연인사이가 아님을 공식적으로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언론의 추측성 기사에 왕지혜 및 저희 소속사는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 오해의 시발점은 일부 매체의 기사 중 김태균씨의 절친 사이의 인정에 기인한듯하다"며 "소속사는 아직 아는 사이 정도에서 열애설로 보이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두 사람의 열애를 부정했다. - 기사전문읽기

이 기사는 동일한 기자에 의해서 작성된 <왕지혜-김태균 미스터리 '왜 그들은 열애 인정-부인 번복했나'>란 제목의 기사글중 소속사의 입장을 전달한 내용입니다. 참고로 이언혁 기자의 글을 의도적으로 실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 기사화된 글들중 메인으로 꼽혔던 기사들을 인용했을 뿐입니다. 다른 기사 역시 이와 대등소이함을 밝힙니다.

윈윈같은 치킨게임의 피해자는?

정리된 내용으로 보면 정확한 팩트는 단 하나입니다. 야구선수 김태균과 신인 여배우 왕지혜는 몇번의 만남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그외의 내용들은 모두 추측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로인해 김태균 관련 열애설 보도는 모두 추측성 기사라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본인들이 부정하는 사건을 진실이라고 이해시킬 수있을 만한 증거나 의지도 그들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추측 보도에서 피해자는 관련된 이들을 제외한 기사를 접한 모든 이들일 것입니다. 몇시간의 차이를 두고 사실이라고 단정지어 이야기하던 기사가 번복되고 전혀 사실과는 180도 다른 기사로 작성되는 상황을 누가 이해할 수있겠습니다. 한정된 정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일반인들만이 그들에 의해 놀아난 꼴이 된 셈이지요.

왕지혜라는 인물은 자신의 인지도를 한순간에 끌어올릴 수있어 쾌재를 부를 수있었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는 개봉을 앞두고 수억원을 주고도 하기 힘든 홍보를 했기에 대만족이 아닐 수없습니다. 열심히 홍보하던 소속사로서는 이게 왠 떡인가 싶어 열심히 펌프질에 매진했습니다.

악어와 악어새같은 그들과 연애부 기자들은 이들을 통해 다양한 이슈 가십기사들로 인지도를 높인것으로 절대 만족합니다. 어차피 페이지뷰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 그들이 페이퍼가 아닌 디지털 신문시대에 살아남을 수있는 확실한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독자층들이 욕을 해도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어낸 언론사나 기자의 글은 '욕하면서도 읽는다는 속성'을 알고 있는 그들의 끊임없는 도발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가교역할을 하고 필터링을 해야하는 기자의 역할로서는 적합하지는 않아보이지요.

김태균으로서는 약간의 억울함은 있을 수있겠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크게 손해볼 일도 없습니다.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것도 아니기에, 그에게는 여자 연애인도 선호하는 멋진 미혼 남성이라는 이미지를 가져갔다고도 볼 수있으니 말입니다.

결국 이들은 윈윈이라고도 할 수있었지만 결국에는 서로에게 씁쓸함만 던지는 치킨게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번 '김태균 열애설'은 관련된 많은 이들에게 축복과 같은 일들을 쏟아내며 한바탕 소동으로 끝난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노이즈 마케팅이 주는 혐오가 악재로 다가올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이를 통해 우린 우리사회의 허약한 언론의 모습을 볼 수있었을 듯 합니다. 더불어 서구사회에서 일반화된 타블로이드 신문의 선정성이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노골적이며 구체적인 '엘로우 저널리즘'으로 뼈속깊이 세겨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이런 '엘로우 저널리즘'의 수많은 사례들 중 우린 오늘 하나를 더 목격한 것에 불과한 일이기는 하지만 한없는 가벼움에 씁쓸함만 더해갑니다.

참 기사쓰기 놀이가 생각보다는 쉽지요. 심각한 인격적인 모독이나 경제적인 피해만 입히지 않는다면 수없는 가십기사는 우리 주변에 홍수처럼 넘쳐나고 이를 끊임없이 재생산해내는 기자들은 꾸준하겠지요. 빌 머레이 주연의 <그라운드혹 데이>에서 처럼 무한반복되는 지겨운 일상이 우린 내일이면 또다른 추측성 기사들의 홍수속에서 살아가야만 할 듯 합니다. 지겨워도 어쩔 수없는 우리의 숙명과도 같은 일상이니 말입니다.




유익하셨나요? 구독클릭 부탁합니다^^;;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방송연예드라마스토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