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여행을 떠난 할배들은 달라졌다. 처음 그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 것은 벌써 6년 전이다. 지금보다는 젊었던 그들은 그렇게 좌충우돌 여행을 하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멤버는 막내 김용건이 추가된 것이 전부일 뿐 그대로다. 그리고 그들의 성향도 바뀐 것은 없다. 하지만 그들의 여행에는 여유가 새롭게 자리했다.
3년이 만든 여유;
고장 난 이서진과 맞춤형 독일 여행, 여유를 가진 백일섭의 30분 먼저
3년 만의 여행에 들뜨기도 했던 할배들은 무사히 첫 여행지인 독일 숙소에 도착했다. 결코 쉽지 않은 먼 길을 온 할배들의 본격적인 여정은 다음날 부터였다. 할배들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김용건의 동참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맞춤형 개그로 생기를 불어넣는 김용건의 활약은 모든 것을 편하게 만들었다.
한인 민박에서 아침부터 성찬으로 배를 채운 그들은 독일 여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국처럼 동서가 나뉘었던 독일. 이제는 통일 독일이 된 그곳의 역사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역사와 마주하게 한다. 이서진이 공들여 준비한 여행지는 그렇게 독일과 한반도의 역사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여행 코스는 잘 짰지만 문제는 예전 같지 않은 서진의 버벅거리는 지하철 소동은 민감할 수도 있었다. 우리와 달리 방향에 따라 지하철 역 자체가 다른 독일의 시스템을 알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티켓을 구매하는 것 역시 우리와 달라 위치를 찾는 것부터 난항이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숙소에서 지하철 역까지 가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직진 순재는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허리와 무릎 수술까지 받은 일섭은 여전히 느릿한 움직임으로 분리 될 수밖에 없었다. 항상 함께 하기 어려웠던 그들의 이런 모습은 6년 전 처음 여행을 하던 때와 다르지 않았다.
달라진 점은 당시에는 화를 내던 일섭이 이제는 웃고 있다는 점이다. 무릎이 아파 걷는 게 힘들었던 일섭에게 큰 형 순재의 빠른 발걸음이 못내 아쉽고 답답해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 일섭이 달라졌다. 과거처럼 왜 이해를 못해주느냐고 화를 내기보다는 자신에게 맞춰 여유를 부리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확연한 차이였다.
힘겹게 지하철을 타기 위해 왔다 '여기가 아닌가 보다'란 말은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젊은 사람들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발걸음은 아니니 말이다. 그럼에도 웃으며 그럴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할배들의 모습은 많이 변했다. 물론 대놓고 화를 내거나 못마땅해 하지는 않지만, 보다 환한 웃음으로 대처하는 모습은 분명하니 말이다.
이런 웃음은 막내로 참여한 김용건의 힘이기도 했다. 맞춤형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주고 발걸음이 쉽지 않은 일섭을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그의 행동이 큰 힘이 되었으니 말이다. 목적지도 지나치고 다시 힘겹게 역을 옮겨 찾은 첫 번째 여정지는 '브란덴부르크 문'이었다.
웅장함과 역사를 품은 그곳은 베를린을 찾는 이들의 필수 코스였다. 해박한 지식을 담은 순재와 꼼꼼한 신구, 가족과 여행을 나누는 근형, 자신 만의 여행을 하는 일섭, 그리고 막내로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용건까지 너무 다른 그들이지만 여행에 임하는 마음은 같았다.
다리가 불편한 일섭은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전거 관광을 선택했다. 항상 늦는 모습으로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싶은 일섭으로서는 자전거 관광이 제격이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그렇게 찾아가고 있었던 셈이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당한 유대인들을 기리기 위해 베를린 한복판에 만들어진 추모 공원이었다. 회색 콘크리트 비 2711개가 만들어내는 위용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성하는 독일인의 모습은 일본과는 전혀 달랐다.
안산에 추모 공원을 짓는단 말에 일부 안산 시민들이 보인 섬뜩한 반응도 오버랩된다. 베를린에서 가장 번화된 공간에 세워진 거대한 추모 공원을 보면 안산 추모 공원의 가치가 무엇인지는 너무 명확하다. 많은 이들을 상처 주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과 가치를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은 잘 보여주었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동서 베를린이 나뉘었던 시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비적 공간이다. 그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박물관으로 향하는 할배들과 달리, 밖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일섭은 자신 만의 여행을 했다. 박물관을 분석하듯 여행하는 순재나 신구와 달리, 박물관 등에 큰 관심이 없는 일섭의 다른 여행 방식도 나름의 재미였다.
해박한 지식으로 여행을 만끽하는 순재나 신구도 흥미롭고 매력적이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여행을 즐기는 일섭 역시 크게 나쁘지 않다.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는 것만이 목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른 공간의 일상을 그저 여유롭게 즐기는 것도 흥미롭고 매력적인 여행이니 말이다.
'월 메모리얼 파크'룰 찾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할배들의 마음은 색다를 수밖에 없었다. 전망대에 올라 우리와 독일을 이야기하는 할배들과 달리, 여유롭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할배들을 기다리는 일섭은 '드라이 말' 하나로 여유를 만끽했다.
'세 개'를 뜻하는 '드라이 말'을 배워 여유롭게 촬영팀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섭의 여행은 남들과 다른 여유가 있었다. 푸짐한 독일 음식과 맥주가 함께인 저녁은 그 자체로 행복이었다. 진한 균형 잡힌 쓴 맛이 일품인 독일 맥주와 그게 걸맞는 풍성한 안주들로 저녁을 함께 한 베를린에서 마지막 밤은 그렇게 흘렀다.
다음 여정지인 오스트리아로 떠나는 날. 남들보다 일찍 일어난 일섭은 함께 한인 민박에서 마지막 아침을 먹으며 자신은 30분 먼저 출발하겠다고 했다. 조금은 엉뚱한 그의 발언에 다른 할배들은 어리둥절했다. 왜 30분 먼저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으니 말이다.
일섭이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여행할 때마다 항상 짐처럼 여겨졌던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형들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 아무리 이해해주고 화 한번 내주 않지만 일섭으로서는 그 모든 것이 힘들었다. 자신에게 신경을 쓰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런 현실을 직시하며 항상 웃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서는 부담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하철 역까지 먼저 가겠다고 나선 일섭. 그런 일섭의 마음을 이해한 할배들을 뒤로 하고 먼저 나선 길에서 그는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다. 빠르게 이동하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기에 여념이 없었던 그런 날들과 달랐다. 여유롭게 자신의 보폭으로 걷는 일섭에게는 그게 진정한 여행이었다.
걷다 잠시 쉬어 '드라이 말'을 외치며 '모닝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기는 일섭의 여행은 그렇게 편안했다. 비록 남들과 다르지만 그만의 속도로 움직이는 여행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조금 느린 발걸음으로 주변을 바라보며 그 일상 속에서 함께 하는 일섭의 여행은 그렇게 여유로웠다.
'드라이 밀'과 '30분 먼저'에 담은 일섭의 여행은 배려와 여유였다.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자신 만의 여유로운 여행을 하려는 일섭의 선택은 반갑다. 단체 여행이기는 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즐기는 방식을 찾은 일섭의 여행은 그래서 기대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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