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커다란 변화를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긍정이나 부정 모두, 주변 사람들에게 빠르게 퍼져나간다는 점에서, 미정의 추앙은 구 씨를 시작으로, 가족 모두에게 전염되듯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세 남매 모두 새로운 변화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복한 해방은 흥미롭게 펼쳐질 것으로 보이네요.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자칫, 문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이는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상대의 공간에 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 관계의 경계가 조금씩 무너지고 섞이는 과정들이 흥미로웠습니다. 구씨는 여전히 자신의 경계를 단단하게 치고 있는 인물입니다. 제호로 인해 조금은 문을 열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들어오라 허락하지도 않았죠.
미정은 항상 열려있는 듯하지만, 그 이상은 들어올 수 없도록 경계하고 있습니다. 가장 개방적일 것 같은 기정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죠. 자신은 모든 것들을 개방했다고 하지만, 그는 오히려 들어오려는 상대 문을 열고 들어가기 바쁩니다.
창희는 반복된 경험치로 인해 이제는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일도 사랑도 마음대로 되지 않은 창희의 문을, 그나마 열고 들어오는 이는 현아가 유일하죠. 이들의 아버지인 제호는, 가족에게도 문을 닫고 사는 인물입니다.
가족들과도 대화가 거의 없는 제호가 구 씨에게는 농담도 합니다. 제호보다 더 강적인 구씨가 받아주지 않아 어색한 상황이 만들어지지만, 제호는 자신의 문을 활짝 열고 싶은 마음도 간절합니다. 어머니는 중재자를 자청하며, 자신의 문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창희는 구씨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넓이 뛰기를 잘해서만은 아닙니다. 알면. 알수록 매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구 씨와 더 친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잔을 선물로 준다며 술을 사오기도 했죠. 구씨가 없어 직접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서는 창희 눈에, 파란 불빛이 마치 속삭이듯 그 방으로 이끈 것이, 문제였습니다.
방안에 가득한 소주병을 친구 두환을 불러 치우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구씨는 자신의 영역을 함부로 침범한 그들이 불쾌했습니다. 서로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창희로서는 충분히 친하다 생각했지만, 구씨에게 그건 심각한 침입이었습니다.
미정은 그 행동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창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아는 술꾼 집의 빈병 치워준 것은 선의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 동생의 말처럼 부탁하지 않은 일을 알아서 하며, 타인의 치부를 들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뭘 했는지 알길 없는 술꾼 구 씨와 함께 있던 미정이, 기정은 걱정이었습니다. 아무하고나 연애한다는 것은 자신이었지, 너는 아니라며 구 씨와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했죠. 하지만 미정의 마음은 단단했습니다.
기정은 알지 못했고, 현아는 거칠게 이야기했던 그 가치를 미정은 차분하지만 강력하게 보여주었죠. 미정은 과거 연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언급했습니다. 사업한다는 말에 남들에게 이야기하기 그럴듯해서, 좋았지만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너무 잘되어 불안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사업이 힘들어지자 자신은 최선을 다해 그의 곁에서 도왔다고 하죠. 그건 그의 실패가 자신의 안도로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하고,, 많은 것들을 따지고 재는 관계에 신물이 난 미정은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생각했습니다.
온갖 기준을 세워서 만난 사람도 완벽할 수 없다면, 스스로 ‘좋기만 한 사람’이 되는 것이, 최선임을 미정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는 초월한 사랑이자, 자신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식이기도 하니 말이죠.
상대가 잘되어 떠나면 행복하게 보내 줄 거고, 그렇지 못해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응원만 할 거라 합니다. 부모한테도 우린 그런 건 못 받고 자랐다는 미정의 말에, 기정은 반박할 수 없었고 현아는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미정이 언급한 ‘추앙’을 하는 방식은 아무런 대가 없이 응원하는 것입니다. 문자를 보내도 답이 오지 않으면, 과거에는 소심한 응징과 보복을 했지만, 이제는 애정의 높낮이를 재지 않고 추앙만 할 수 있어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씨가 읽씹을 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이를. 타박할 이유도 없죠. 하지만 바로 응답하면 기분은 좋아집니다. 바라지 않기에, 감정이 오가는 과정은 즐거움을 더해준다는 점에서, 미정이 추구하는 추앙은 행복입니다.
미정의 변화는 회사에서도 드러났죠. 프린터기에. 있던 비행기 티켓을 과거 같았으면, 팀장이 볼까 동료들에게 몰래 건넸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고 그대로 그곳에 놔뒀습니다. 이 일로 인해 팀장에게 한소리 듣고, 동기이지만 미정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괌 여행에서 빠졌다는 사실에, 오히려 그들이 거리를 두는 상황이 벌어졌죠. 그런 거리감은 미정에게 소외감이 아닌, 편안함을 선사했습니다. 추앙을 통해 달라진 미정의 삶은, 그렇게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두리뭉실하게 피해를 봐도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묻히듯 살았던, 미정이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그런 미정에게 비정규직이라도 그럴싸해 보이는, 이 직장이 좋다는 후배의 모습에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우리를 엿보게 합니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남들은 모르기 때문에, 그럴듯한 회사에 출퇴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후배의 모습은, 미정에게도 존재했었습니다. 과거 사귄 남친의 이야기가 이를 잘 설명해줬으니 말이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조차 지겹고 힘들다는 구 씨는 미정과 많이 닮았습니다.
애써 무슨 말인가를 해줘야 하는 상황 자체가 지겨우니 말이죠. 그. 자체가 노동이 되어버린 삶을 이제는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미정 역시 하루에 2시간 정도만 좋은 것도 아니고, 괜찮다고 합니다. 남은 시간은 마치 소몰이당하듯 억지로 끌려가는 것이란 말에, 미정의 심정이 잘 담겨 있었죠. 술 취해 샀다며 미정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고, 그런 구씨의 변화가 반가운 미정은 그렇게 서로를 추앙하고 있습니다.
백만 년은 걸릴 것 같아, 지난겨울 술병들을 치우기 싫어 품고 살았다는 구 씨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설거지부터 시작해, 빈병들을 모두 치우고 판 구씨는, 이 달라진 모습을 찍어 미정에게 보내죠. 그런 깨끗한 집에서 뭘 할 거 같냐는 말에 전에 구 씨가 했던, 술 마시지라는 말로 라임을 다시 맞추는 미정은, 구씨에게는 행복입니다.
인간은 수없이 비교를 하며 살아갑니다. 미정이. 상대를 수많은 방식으로 고르듯, 누구라도 그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만 가지 방식으로 상대를 고릅니다. 3억만 투자하면 한 달에 천만 원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편의점 매장이 나왔어도, 창희는 할 수 없었습니다.
옆자리 수다왕 정 선배는 이 사실을 알고 바로 아버지가 계약하며 차지했습니다. 이미 세 개의 점포를 이런 식으로 차지해, 사업자가 된 그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만 잘되는 꼴을 더는 보기 싫다고 하지만, 그 역시 상대적 박탈감이 만든 결과일 뿐이었습니다.
비까지 내려 후덥지근한 은행 안에서, 자신의 줄만 줄지 않고, 앞자리 남자는 느릿느릿 온갖 통장을 가지고 시간을 보냅니다. 하루종일 참았던 분노가 임계점에 다다른 창희에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뒷자리 아저씨가 양보를 부탁합니다. 터질 것 같은 분노를 참고 양보한 그 아저씨는, 통장에 55만 원도 없어 찾지 못하고 돌아섰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창희는 안도했습니다. 최소한. 이 아저씨보다는 잘 살고 있구나 하는 안심 말이죠. 그 아저씨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정 선배에게 느꼈던 상대적 박탈감이, 5만원을 찾지 못한 아저씨를 통해 해소되는 것은, 씁쓸하지만 우리네 인생입니다.
구씨가 과거 무엇을 하고 왜 여기에 왔는지 묻지 않겠다며, 있는 그대로 추앙하겠다는 이들의 응원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구씨가 한 것처럼 자신도 할 수 있다며, 모두의 만류에서 시도하다 중간에 떨어진 창희는, 가랑비같은 존재로 살고 싶다고 합니다.
작은 행복들을 찾아가고 있는 구 씨 휴대전화에, 친구 문자가 들어와 있습니다. 구자경이라는 이름이 처음 드러나며, 이제 숨어있지 않아도 된다며, 움직일 타이밍이라는 연락은 새로운 변수로 다가옵니다.
미정이 아무런 미련 없이 보내주겠다는 말이,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는 불안이기도 합니다. 과거로 돌아간 구씨 아니, 구자경에게 시골 아이 미정은 하찮은 존재처럼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추앙은 이런 변화 속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요?
기정과 태훈의 관계가 급격하게 발전하고, 이름을 찾은 자경은 미정 가족 앞에서도 솔직해집니다. 가랑비처럼 그렇게 남들에게 젖어들고 싶다는 창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추앙이 만들어낸 이들의 변화는 다시 격량이 닥칠 것을 예고합니다. 그 변화 속에서도 그들의 추앙은 행복을 지켜줄 수 있을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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