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과 장혁이 대결을 벌이는 사극은 첫 방송부터 흥미롭게 이어졌습니다. 전형성을 완전히 탈피할 수는 없었지만, 색다른 흐름과 방식으로 재미를 배가시켰다는 점에서, 사극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나, 그렇지 않은 이들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드라마로 문을 열었습니다.
형을 밀어내고 왕이 된 자는 숙명처럼 위기에 맞서야만 합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이들에 의해 그 자리가 만들어졌다면 이는 더욱 크게 작동할 수밖에 없죠. 첫 회는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한 앞선 서사를 정리하는 과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왜 이들이 적대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지 단단하게 만들어야 이후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태(이준)의 아버지인 선종(안내상)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권력 암투에 휩싸여, 왕이 된 인물입니다. 사대부를 이끌며 모든 것을 장악한 박계원(장혁)은 반정을 일으켜, 선종을 왕위에 올리고 조정을 다스렸습니다.
만만한 이를 왕으로 올려 자신 마음대로 조정하겠다는 계원의 전략은 통했습니다. 선종이 어떤 존재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던, 계원은 그저 왕이라는 허울만 쓰고 있는 그를 이용해 실질적으로 조정을 다스리는 어둠의 왕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반항한 이가 바로 세자인 이태였습니다.
왕처럼 행동하는 계원의 모습을 보며 자란 어린 세자로서는 반항기가 가득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궁 전체가 계원의 사람들로 채워진 상황에서 왕족들의 행동은 무의미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반항 정도는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악한 이들에게 선종이나 세자는 그저 자신들의 꼭두각시 외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존재들이었습니다.
세자는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겨우 왕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굴욕적이고, 잔인한 기억들이 가득한 그에게 왕의 자리는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자를 살리기 위해 어머니는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 선종이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고 살렸던 중전이었습니다. 아내인 중전을 버렸다면 선종은 강력한 왕권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그걸 포기했습니다. 자신이 원한 왕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선종에게 아내와 아들이란 가족은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그런 세자가 폐위 요구를 받았지만 왕은 계원에 맞서기에는 힘겨웠습니다. 조정 대신들이 세자 폐위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왕인 계원에게 무릎 꿇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조선의 진정한 국본은 사대부입니다"라고 언급하는 세자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4년 동안 임신하지 못한 중전 윤 씨는 죽음을 앞두었고, 그의 아비인 부원군은 딸의 죽음보다 새로운 중전을 간택할 수 있게 해 달라 대비에게 이야기하지만 그는 박계원에 의해 처벌받게 되었습니다. 딸의 죽음보다 권력을 탐한다며 질타했지만, 그보다는 박계원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세자 시절 이태는 자신이 직접 세자빈을 간택한다며 궁밖으로 나선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자신 곁을 지나가던 유정을 보고 한눈에 반했던 세자는 그가 빈이 되기를 원했죠. 당찬 여성인 유정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계란을 닭이 품고 있는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면 병아리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을 세자는 믿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혹세무민'한다고 계란을 깨트리고, 따라올테면 따라오라는 세자를 말을 탄 유정은 정말 쫓아왔죠. 그런 모습마저 사랑스러웠던 세자는 자신이 향한 곳이 습지라는 유정의 말도 믿지 않으려 했지만, 사실임을 알고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을 속이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 체험하고 깨닫기 바라는 유정의 긍정적인 모습도 세자에게는 최고였습니다. 빈으로서 모든 것을 갖춘 유정은 그래서 서글픈 운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을 장악하려는 박계원에게 자신의 반대편에 선 사간 유학주의 여식이 빈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다고 생각한 박계원은 반대파였던 중전 아버지를 언급하며 뿌리를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세자로서는 감당조차 할 수 없는 압박이었고, 왕인 선종은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아내를 버리고, 권력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아내를 선택하고 권력을 포기할지 말이죠. 이 상황에서 선종은 아내인 중전을 선택했습니다.
지아비는 안사람을 지켰고, 어미는 자식을 지킨다며 중전은 세자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박계원에 맞서는 어미를 죽인 자식이라는 서사는 공신들을 위한 중전의 선택이자 희생이었습니다. 그런 희생을 하지 않으면 아들이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선택은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에 박계원에 분노하는 어린 세자의 입을 막을 수밖에 없었던 힘없는 왕의 모습은 처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선종은 아무런 죄도 없는 유학수를 처행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선종은 아들에게 계승권자만 알고 있는 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비밀 문을 열어줬습니다.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지 못했지만, "넌 나와 다르다는 걸 증명해라"라며 유정을 구하도록 합니다. 죽음 직전의 유정을 구한 이태는 그렇게 그를 안전하게 피신시킬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세자는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숨겨야 했습니다.
죽은 존재로 각인된 유정을 다시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 더욱 자신의 사람이 되면 박계원은 다시 죽이려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당시 여성과 달리, 말 타기를 즐기고 셈도 빠르고 세상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유정은 특별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나약한 임금과 그림자 왕인 박계원,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대비. 이들은 그렇게 궁을 장악하고 임금을 허수아비로 내세워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이태는 머리를 조아리고 왕이 되었지만, 박계원의 개처럼 살기 위함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죽음에 대한 복수와 함께 왕권 강화를 통해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었기 때문이죠.
유정 역시 자신의 부모를 죽음으로 내몬 자에 대한 복수심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둘은 공통의 적을 둔 동지이기도 합니다. 유정이 사랑하는 이태가 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박계원은 자신의 질녀를 새로운 중전으로 간택하려는 상황에서, 이들의 대립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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