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은 마지막까지 기대감을 떨어트리지 않았습니다. 향을 통해 과거로 여행을 하는 이야기는 복잡하고 오묘한 상황들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열린 결말은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는지가 명확해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나인의 마지막 열린 결말;
뫼비우스 띠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도 차이가 존재했다
20년 전 과거에 마지막 향을 쓰고 돌아가 뒤틀린 과거를 바로잡은 선우는 현재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고 맙니다. 마지막까지 악한 짓에서 벗어나지 못한 최진철에 의해 죽어가던 선우는 자신이 바로 그 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이 향 자체이기 때문에 마지막 향이 모두 사라지며, 20년 전으로 돌아간 자신이 죽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 어린 민영 그때까지는 시아였던 그녀와 극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이든 선우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아. 그 둘의 만남은 현재의 기억과 소통하는 민영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이 지독한 순간을 이겨내기에는 현재의 민영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고, 20년 전 과거 시아에게는 낯설고 두렵기만 했습니다.
20년 전 과거로 돌아온 선우가 죽고 나서도 과거의 어린 선우는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 살아갑니다. 미래에서 온 자신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대로 선우는 모든 것을 정리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믿으라는 말처럼 그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 합니다. 오철민 기자에게 전화를 받고 나간 선우는 고기 집에서 자신도 기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기자가 모든 진실을 밝혀냈다며 자신도 기자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그렇게 선우는 오철민의 후배가 되어 CBM의 기자가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사건을 경험했던 선우는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기자로 성장합니다.
신임 기자로 들어온 민영과 화끈한 첫 만남을 한 그들은 택시 안에서 이상한 행동에 당황해합니다. 첫 눈에 선우에게 반해 애정을 구걸하던 민영이 갑자기 택시에서 내려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을 피하기만 하고 이상한 이야기나 하는 민영의 행동이 당황스러운 선우는 그저 그런 민영이 미쳤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원래 이상한 아이 정도로 생각했던 민영이 조금씩 사랑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한 선우에게 민영은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되어갑니다.
복잡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던 선우로서는 결혼이 반갑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결혼에 대한 환상도 존재하지 않는 선우에게 결혼은 먼 일이기만 했습니다. 결혼을 멀리한다고 해도 사랑이라는 감정마저 숨길 수는 없었습니다. 낯설게 만났던 민영과 조금씩 가까워지며 어느새 연인으로 발전한 이들은 극적인 상황에서 잃었던 기억을 되찾게 됩니다.
네팔로 취재를 떠나는 민영에게 키스를 하는 선우.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키워왔던 사랑이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사실에 행복하기만 한 민영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습니다. 다음 키스는 1년 후에나 하겠다는 선우의 말에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왜 20년 전 그 남자가 선우를 만나지 말라고 했는지 알게 되었다며, 자신을 이렇게 애타게 해서 노처녀로 죽게 만들 작정이라고 한탄합니다.
민영이 털어놓은 비밀에 선우가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은 20년 전 만났던 아저씨가 자신과 닮은 남자였다는 사실입니다. 미래의 내가 과거의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선우는 그런 미래의 자신이 20년 전 죽었다는 사실은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뇌종양을 고쳐서 살아나기는 했지만, 20년 전 자신이 과거에서 죽었다는 사실은 조만간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온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2013년 자신이 20년 전 과거에서 죽었다는 사실은 과연 피할 수 있는 운명인지, 아니면 확정된 결말인지에 대한 모든 것은 민영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 선우는 네팔로 향합니다. 공항에서 20년 전 자신이 죽으면서 입었던 옷과 과거여행을 하면서 항상 착용하던 시계를 구입한 그는 비행기에 올라서 복잡하게 얽힌 자신의 운명을 되짚어 봅니다.
과거로 돌아와 자신에 큰 영향을 줬던 미래의 자신. 그로 인해 민영과 인연을 맺었고, 오 국장을 만나 기자가 되었습니다. 민영이 자신을 첫 눈에 반해 사랑하게 된 이유는 강렬한 인상을 어린 민영에게 남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팩트라면 내가 당신을 구할 수 있고, 민영이가 나 때문에 불행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것은 판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진실과 환상 속에서 현재의 선우는 단순하게 정리합니다. 믿고 싶은 판타지는 믿고, 사랑하는 여자는 사랑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복잡하게 뒤틀리고 그런 엉킨 과거를 풀어내려했던 과거의 선우가 아닌 현재의 선우는 보다 담백하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선우가 되어 있었습니다.
히말라야에서 향을 구하기 위해 서성이다 죽을 고비를 맞은 형을 찾은 선우는 죽어가는 형을 구해줍니다. 쓰러져있던 형을 위해 손을 내민 선우와 그런 손을 잡는 정우의 모습으로 마무리 된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은 열린 결말을 선택했습니다.
처음과 끝이 하나로 엮인 뒤틀린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야기는 연속성을 가지면서도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과거의 기억과 경험이 현재의 선우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런 뫼비우스의 띠 같은 운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만겁을 해왔던 과정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과거의 기억 속 불행보다는 보다 발전한 모습으로 상황을 열어두었다는 사실은 매력적입니다.
시간여행의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할지 궁금했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마지막 회에서 과거의 선우의 시점에서 새롭게 현재의 모습까지 끌고 간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과거에 갇혀 죽었던 선우의 삶을 그렇게 그가 죽는 순간 향이 사라진 것처럼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향과 같았습니다. 과거의 나 즉 변할 수 없는 선우가 살아 현재까지 오게 하는 과정이 바로 시간여행의 백미이자 뫼비우스 띠 이론을 적용한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을 가장 효과적이고 매력적으로 정리해준 방식이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선우가 팩트와 판타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듯, 이 이야기는 열린 구성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게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형의 손을 잡는 장면의 상징성은 과거로 찾아온 미래의 내가 이야기했던 시간이 들면 화해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명확하게 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향을 손에 쥔 채 선우의 손을 잡는 장면 역시 이야기의 연속성이라는 점에서 뫼비우스 띠 이론을 더욱 명확하게 해주었습니다. 국제기구 의사가 되어 그가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도 연말에 네팔로 향한 것은 아버지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운명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형의 운명을 구원한 선우의 행동은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을 완벽하게 만들어낸 최고의 장면이었습니다.
복잡하지만 너무 자주 등장해 평범할 수도 있는 시간여행을 이렇게 효과적이고 매력적으로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했다는 점도 대단합니다.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결국 시작과 끝이 같은 뫼비우스의 띠가 우리의 인생이라는 사실은 이 드라마의 철학적 가치를 더욱 크게 해주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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