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역 사고 생존자인 소준과 마린은 운명처럼 사고 10년이 되는 해 같이 죽는 운명이 된다. 시간여행자인 소준은 자신과 마린의 죽음을 미래에서 목격했다. 그 죽음을 막기 위해 고민을 하던 소준은 한 여자를 만나고 그 여자를 통해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다.
숙명적인 남영역 커플;
소멸 위기에 빠진 소준, 운명과 같은 마린은 두식의 딸은 아닐까?
<내일 그대와>의 주제는 '사랑'이다. 그 사랑의 가치를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결국 작가의 능력이다. 시간여행자라는 다소 독특한 능력을 가진 이를 앞세워 사랑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흥미롭다. 너무 흔해서 이제는 지겨울 법도 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위대하게 다가오는 '사랑'은 다시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소준은 먼저 알았다. 7년 전 있었던 남영역 지하철 사고의 생존자인 소준은 자신을 죽음에서 구한 것은 바로 마린 때문이었다. 당일 아버지에게 구박을 받아 따로 떨어져 있던 그 순간 마린은 자신을 몰래 촬영했다고 생각해 소준을 내리게 했다. 아버지에게서 떨어지고 싶었던 소준은 마린의 행동이 그래서 반가웠다.
의도하지 않았던 순간 지하철에서 내린 둘은 그렇게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잊고 있었던 그 기억 속의 여자가 마린이라는 사실을 소준은 알게 되었다. 7년 전 함께 살았던 두 사람이 사고 10년이 되는 해 함께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밥순이'라는 별명으로 현재의 삶까지 담보 잡혀 살고 있는 마린은 그 그림자를 벗어나고 싶었다. '밥순이'가 아닌 송마린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싶어 사진 작가를 꿈꾸고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지독한 꼬리표는 그녀의 삶을 항상 방해할 뿐이었다.
지독할 정도로 힘겨운 일상 속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남자 소준에 마린은 흔들렸다. 자신의 삶 속에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이 남자를 잡고 싶었다. 착각이 만든 달콤했던 시간은 너무 짧았다. 거대한 부동산 개발 회사의 사장인 소준은 마린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상처를 주고 떠난 이 남자가 다시 자신에게 찾아왔다. 뜬금없이 찾아와 자신의 이름이 '유소준'이라고 외치는 이 남자 이상하다. 삶이 좀 편해지는 듯하면 세상은 마린의 발목을 잡는다. 쇼핑몰 사진 작가로 자리를 잡는 듯했지만 상표법 위반으로 사장이 잡혀가며 그 모든 것이 다시 무너졌다.
몰려든 기자들을 피해 화장실로 도망치던 마린은 생명줄과 같은 카메라 렌즈까지 깨뜨리고 말았다. 남영역 사고 생존자라는 공통점을 알게 된 소준은 미래의 자신을 찾아간다. 왜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았는지 따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이 그를 침묵하게 했는지 그게 이상하다.
죽음을 피할 수도 있는 위치에 있지만 미래의 소준은 죽음을 피하지 않았다. "너무 애쓰지 마라. 다 소용없더라"라는 말 속에 답이 있다. 과거와 미래를 오갈 수 있는 시간여행자라는 특권은 그렇게 특별하지만 그래서 서글플 수밖에 없다. 미래의 나를 만나고 온 후 소준은 경찰서에 잡혀간 마린을 찾지만, 이미 어머니와 친구와 서를 나서는 모습만 볼 뿐이었다.
소준보다 앞서 시간여행을 하는 두식은 뭔가 방법을 알 것이라 확신했다. 두식은 소준에게 마린과 결혼해 아이를 낳으라고 제안한다. 시간여행자이지만 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을 바꿀 수는 없다. 그 무엇도 바꿀 수 없는 그 가치는 결과적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이다.
두식은 자신이 그렇게 미래를 바꿨다고 소준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딸을 언급하는 두식의 발언들은 의문이다. 두식은 소준과의 만남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 과정과 변화들을 기록하는 이유는 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준이 처음 시간여행을 한 그 날에도 두식은 그를 찾았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인연은 그저 우연일 수 없다.
두식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어쩌면 마린이 자신의 딸일 수도 있다. 자신의 딸이 3년 후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딸을 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소준이라면 딸을 살릴 수도 있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실험 중 결과적으로 결혼 해 아이를 낳으면 미래마저 바꿀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소준의 조력자인 두식의 행동을 보면 마린과 특별한 인연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존재라는 점에서 더욱 확고함으로 다가온다. 두식의 그 조언은 소준을 더욱 흔든다. 7년 전 사고에서 자신을 살려낸 여자. 하지만 미래의 나는 왜 그녀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일까? 현재가 아닌 미래의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운명을 바꾸지 못하고 그렇게 운명에 순응하는 것은 사연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식의 사연을 알게 된 이후에도 운명을 바꾸지 못한 것은 스스로 이겨낼 수 없는 진실이 그 안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준 부모의 죽음과 두식이 어떤 관계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남영역 사고와 두식의 연관 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과한 추측일 수도 있지만, 소준이 스스로 운명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9년 3월 25일 죽어가는 마린은 현재에서 온 소준의 손을 잡고 "무서워 가지마"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소준은 그렇게 그녀와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그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소준은 미래의 내가 죽기 전 마지막 열차를 놓치고 말았다.
같은 시간대 서로가 만나서는 안 된다. 그리고 같은 시간대에 있던 내가 죽으면 모든 것은 소멸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하철까지 따라 온 마린과 마주하며 놀랐던 소준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운명의 날로 향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며 지하철 역에서 소멸되었다.
소멸되었지만 소준이 완벽하게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남영역 사고 지점으로 소환된 것은 마린이라는 존재의 힘일 것이다. 그녀를 본 순간 소준이 운명의 날로 갔듯, 다시 보고 싶다는 마린의 바람이 소준을 그렇게 현실로 소환했으니 말이다. 거대한 떡밥이 던져진 3회. 그렇게 그들의 지독한 운명과 같은 사랑은 소멸과 소환으로 시작되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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