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답답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작가의 능력은 자신이 세운 세계관을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 점에서 이희명 작가의 이번 작품은 전작보다 못한 퇴보로 읽힌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와 뭔가를 이루고 떠난다는 단순한 구조는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세계관을 얼마나 그럴 듯하게 만드느냐다.
작가만 행복한 세계관;
B급 여름 한 철 로맨스로 소비 시키는 여진구, 제발 제대로 된 활용법을 찾아라
그래도 이희명 작가의 드라마는 초반은 흥미로웠다. 그럴 듯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분위기를 이끄는 힘은 나름 존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시 만난 세계>는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답답함을 느끼게 할 정도다. 일단, 죽은 사람을 부르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한 뭔가 없어 보인다.
12년 전에 사망한 해성이 다시 돌아왔다. 주변 사람들이 잠시 황당해 하기는 했지만, 아무런 의심 없이 그를 받아들인다. 그의 형제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한다. 실제 우리가 사는 세계에 부활한 예수와 같은 존재는 없으니 말이다.
부활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오기도 했었다. 과연 억울하게 죽은 해성이 돌아와 어떻게 적응하고 부활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좌충우돌 정신 없고 황당하기까지 한 해성의 행동은 한 번이면 족했다.
과한 감정들이 쏟아지며 해성에 대한 집중력을 흐려 놓고 있다는 사실도 답답하다.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만들 수도 있는 이야기였음에도 해성부터 무너진 상황은 답답했다. 존재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마주한 이들이 너무 쉽게 이를 받아들이고 일상의 평범함 속으로 스며들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의아하다.
그저 가벼운 로맨스 이야기로 본다면 애써 이해할 수도 있어 보인다. <다시 만난 세계>는 기본적으로 정원을 사이에 두고 해성과 민준의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현실에서는 죽은 사람과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 이미 결정된 삼각관계의 결말과 상관없이 정원은 흔들림이 없다.
잘생기고 유명한 셰프에 부자이기까지 한 남자 민준이 일방적으로 좋아하는데도 흔들리지 않는다. 주변 친구들까지 사장을 꼭 잡으라고 조언도 하지만 그에게는 그저 죽은 해성과 다시 돌아온 해성 외에는 없다. 그가 요리사를 꿈꾸고 그 일을 하고 있는 것 역시 해성이 요리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처지인지 상관없이 정원을 여전히 사랑하는 해성. 하지만 12년 전 고3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고백을 하지 못하는 해성은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민준이 정원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해성은 알고 있으니 말이다. 시작부터 삼각관계인 이들 관계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마지막은 슬픈 이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선 선배와 같은 존재가 아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다시 돌아간다면 해성 역시 비슷한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해성의 소원은 자신이 살인마가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함은 아니다. 가족들이 다시 모여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해성은 모든 가족이 오해를 풀고 하나가 되는 순간 이별을 하는 운명이 될 듯하다.
눈물의 이별을 하며 해성은 그동안 겪었던 민준에게 정원을 맡기도 다시 그가 있던 세계로 돌아가는 결말이 유력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다른 결말을 만들기도 불가능한 전개이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와 영원히 현세에서 살 수는 없다. 더욱 정원과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결말은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흩어진 형제들을 찾고, 그들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과정 속에서 12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과 마주한다는 설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민준의 아버지가 과거 사건과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만은 명확하다. 민준의 배다른 형제가 현재로서는 해성의 친구인 태훈일 가능성이 높다.
학교 이사장에 백화점 사장이기도 한 태훈의 아버지는 아직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민준의 아버지는 등장했다. 민준이 아버지와 만나는 상황에서 그곳에 도착한 해성은 갑작스럽게 가슴을 쥐며 쓰러졌다. 자신과 관계된 적과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 신호를 통해 범인을 잡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민준의 아버지가 과거 사건과 깊숙하게 연결되어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일진의 죽음에 태훈이 관계되었는지, 아니면 그의 아버지가 직접 해버린 것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그 살인사건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해성을 차를 친 존재가 태훈 아버지였다는 것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이니 말이다. 해성이 갑작스럽게 부활하고 민준 아버지 앞에서 가슴의 통증을 강하게 느끼는 것은 과거 12년 전 살인사건과 연결되어져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19살 막내는 자신의 나이와 같은 큰 오빠를 만나는 것이 행복하다. 어떻게 그렇게 돌아올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다. 그저 큰 오빠를 만나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그 아이의 마음은 그저 순수해서 일까? 작가 혼자 편하고 재미있는 드라마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작가만 만족하는 드라마는 시청자를 힘들게 만들 뿐이다.
여진구 활용법이 이 드라마에는 없다. 분명 매력적인 배우임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니 답답하다. 이연희나 안재현은 외모와 달리 연기는 여전히 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중요한 배역임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연기력은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죽었던 남자의 부활. 이를 통해 다양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의 성찬. 하지만 <다시 만난 세계>는 이런 재미를 만끽하게 하지 못하게 한다. 작가의 능력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배우들의 연기조차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한심하게 다가온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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