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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비밀의 숲 최종회-유재명을 통해 보여준 가장 합리적이고 영특했던 결말

by 자이미 2017.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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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합리적이며 현실적인 결말을 보여주었다. 현실과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가치가 적절하게 뒤섞인 <비밀의 숲>은 가장 영특한 방식으로 마무리했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작은 틈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탄탄했다. 이제 한국 드라마는 <비밀의 숲>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되었다.


황시목 특검이 되었다;

이창준이 남긴 가방과 죽음, 거대했던 비밀의 숲은 걷혔지만 새로운 숲이 조성되었다



영 검사를 죽인 것은 우 실장이었다. 영 전 장관이 숨기고 있었던 자료를 훔치기 위해 찾은 집에서 영 검사와 마무쳤고, 그렇게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만나서는 안 되는 곳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그렇게 운명을 달리했다. 건너서는 안 되는 강을 건넌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은 더는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던 이창준은 마침 아들에 대한 복수를 하고자 했던 윤 과장을 만났다. UDT 출신의 뛰어난 수사관인 그라면 충분히 자신이 생각했던 그림을 완성해줄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정교하게 준비했던 시나리오는 시작되었다. 


박무성의 개입으로 인해 창준의 결정은 확고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창준은 박무성에게 한조물류를 소개해주었다. 애타게 도와달라는 사업가를 방치할 수 없었다는 창준은 한조그룹에서 가장 주목 받지 않은 한조물류를 소개시켰다. 하지만 그게 잘못이었다. 


한조물류는 한조그룹 이 회장이 자식들에게 편법 증여를 해주는 터미널 같은 공간이었다. 들어서서는 안 되는 박무성이 갑작스럽게 한조물류에 들어서며 모든 것이 뒤틀리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박무성의 몰락은 거대한 비리 사건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창준은 가방 하나를 들고 시목과 만났다. 폐건물 위에서 마주한 두 사람. 모든 것을 시인하고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를 하던 창준은 자신 만의 명예를 지키고 싶었다. 가방 안에 한조그룹과 연결된 수많은 비리 자료들이 모두 담겨져 있었다. 


자신을 내던져 거대한 비리를 세상에 알리려는 창준의 선택은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누구에게나 선택의 순간들은 존재한다. 수많은 순간들 속에 한 번의 잘못된 선택 하나가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그 잘못된 한 번의 선택에 후회를 하던 창준은 그저 후회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렇게 자신의 목숨과 진실을 맞바꿨다. 


이창준의 죽음으로 인해 거대한 숲은 만 천하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무소불위의 힘을 보였던 한조그룹 이윤범 회장은 검찰에 소환되어야 했다. 오랜 시간 정교하게 모은 이창준의 자료는 이 회장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소환 당일 구속 영장이 청구될 정도로 검찰의 움직임 역시 바빴다. 


영 검사를 죽이고 대만으로 도주했던 우 실장 역시 붙잡혀 국내로 송환 되었다. 이 회장의 지시로 우 실장이 영 검사를 살해했다는 증언을 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우 실장은 단독 범행이라 버티고 그런 선택이 변하지 않는다. 이 회장을 영 검사 살인 교사로 수사를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제외하고도 이 회장의 범죄 사실은 너무 많다. 


가방 안의 수많은 증거들은 이 회장만이 아닌 국회의원과 은행장 등 사회 곳곳의 썩은 자들을 걸러내는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시목은 한직으로 쫓겨나야만 했다. 창준이 시목을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인 것 역시 명확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직으로 밀려났던 그를 데려온 이유는 자신이 기획한 거대한 비리를 청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 시목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창준이 원하는 대로 거악들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성공은 시목에게 시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승진을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는 시목은 오히려 한직으로 밀려나야 했다. 검찰이 간 만에 한 목소리로 거악들을 잡아 들이기는 했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니다. 그렇게 구속된 이들이 영원히 사회와 격리될 것이라 믿는 이들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빠르게 사회에 복귀하고 그렇게 되면 검찰 조직에 대한 복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은 조직 내부에서 시목을 내치는 이유로 다가왔다. 


한직으로 물러났던 시목에게 검사장이 전화를 했다. 국회에서 특검이 구성되었고 그 팀에 시목이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목은 다시 특검 팀을 이끌게 되었다. 어느 곳에 있듯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시목은 단박에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면 윤석열 검사는 시목처럼 올곧은 일을 하다 한직으로 쫓겨났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특검에 합류한 그는 문 정부 들어 요직인 서울지검 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그는 그렇게 정의의 편에 설 수 있는 인물로 평가 받았다. 이 모습은 극 중 시목과 무척이나 닮았다.   


창준이 마지막으로 서동재 검상에게 자신과 같은 길을 가지 말라고 했다. 유언을 받은 서 검사는 자신이 그렇게 변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한직으로 밀려난 시목의 자리로 옮긴 서동재는 그 자리에 앉자마자 본능에 충실한 존재로 전락했다. 


이 회장은 구속되었지만 그의 딸이자 창준의 아내였던 연재는 한조그룹의 새로운 회장이 되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편의 묘를 찾아 애틋함을 보인 연재는 그렇게 새로운 회장이 되었다. 어쩌면 창준은 그런 밑그림까지 모두 그렸을지도 모른다. 창준을 검찰에서부터 모셨던 비서는 이제 한조그룹의 새로운 회장인 이연재의 밑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천지개벽'하듯 모든 것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린 쉽게 변화를 실감할 수 없다. <비밀의 숲> 역시 거악을 제거하고 사회 정의를 실천하려는 노력을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까지 해결될 수는 없었다. 숨진 아들의 복수를 위해 살인을 한 윤 과장과 박무성의 아들이 만나는 장면. 그리고 오열 하며 사과하는 윤 과장과 달리 박무성의 아들은 끝내 그 사과를 받지 않고 구치소를 나선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그 심정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박무성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진화하며 변해가는 것이다. 


이창준의 자살로 거악들은 재판관 앞에 서야 했다. 하지만 그 자리를 또 다른 거악들이 차지하고 나섰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이들도 여전히 요직에 존재한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새로운 이 회장이 되고 박무성이 되려 노력한다. 그 반복된 역사 속에서 우리가 희망을 놓칠 수 없는 것은 결국 세상은 정의를 구현하려는 이들에 의해 조금씩 변해간다는 사실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을 1순위로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 염원이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검찰 개혁만이 아닌 법조계 전체에 대한 개혁 의지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 거대한 법비가 모두 바로잡힐 것이라 믿는 이는 없다. 다만 그 긴 여정 속에서 흐름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조금씩 그 적폐들은 청산 되어 질 것이다. 


<비밀의 숲>이 영특하고 합리적인 드라마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드라마적인 재미를 위한다면 결말은 좀 더 명쾌해질 수 있다. 시목과 여진이 사랑하는 관계로 확대되고 모든 거악들은 중범죄자가 되어 교도소에 들어가는 모습으로 통쾌함을 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비밀의 숲>은 그렇지 않았다. 여전한 감정선을 이어주고, 거악들이 급한 불을 끄듯 처벌을 받기는 하지만 그게 영원할 것이라 드라마도 믿지 않았다. 그게 현실이니 말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황시목이라는 이름 자체도 주제를 담기 위해 지은 작가의 의도다. 자신을 불태워 진실을 밝히라는 의미. 하지만 진짜 황시목은 황시목이 아닌 이창준이었다. 스스로 괴물이 되어 더 크고 지독한 괴물을 잡아내기 위해 온 몸을 불사른 존재가 바로 이창준이니 말이다. 그렇게 역사는 반복되지만 아주 작고 미세하게 우린 정의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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