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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런닝맨 수상한 봄나들이-정책 없는 선거에 대한 촌철살인이 흥미롭다

by 자이미 2016.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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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앞두고 투표를 독려하는 <런닝맨>은 의외로 흥미로운 방송을 내보냈다.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보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선거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비판하는 풍자극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정책도 대안도 없는 최악의 선거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투표에 대한 허무함을 <런닝맨>은 흥미롭게 풀어냈다.

 

독재 막기 위한 투표;

예능보다 못한 현실 속 정치 풍자는 촌철살인을 타고 매력을 탐한다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책이 없다.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정치판의 선거는 그래서 허망하다. 분명 이판을 바꿔야 하지만 바꿔야 할 집단들도 한심하다. 썩은 물을 걸러내야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맑은 물은 없다는 점에서 차선을 위한 투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런닝맨 수상한 봄나들이>는 만장일치를 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투표를 통해 흥미로운 게임을 만들어냈다. 다수결이 항상 옳을 수는 없다는 발상부터가 흥미로웠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른다. 선거라는 형식 역시 다수가 뽑은 정치꾼이 정치를 하는 형태다. 모든 것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다수결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만장일치가 나오면 모든 권력은 피디의 몫이다. 하지만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에 의해 뽑힌 대장은 100분 동안 6인을 지배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다수가 아닌 소수를 선택한 이들은 불이익을 당하는 룰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적은 멤버들이라는 환경을 생각하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만장일치로 누군가를 대장으로 내세울 수 있다. 이는 모두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편법일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장일치 시 피디가 모든 권력을 가지게 된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다수가 아닌 소수를 위한 투표를 했던 이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실제 우리 사회가 그렇다. 다수당이 집권하는 순간 소수의 당으로 전락한 이들의 삶은 힘겨워지기 때문이다. 사회가 수구화되면 진보적인 성향의 많은 유권자들은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수구정당은 자신에 반하는 모든 이들을 싸잡아 좌파라고 통칭한다. 참 편리하다. 그렇게 집요하게 대결구도에서 패한 이들을 공격하는 행태는 예능에서라면 벌칙을 받고 끝낼 수 있지만 현실에서 이런 상황은 지독한 삶의 불합리만 만들어낼 뿐이다.

 

최종 후보 2인을 두고 남은 멤버들이 투표를 통해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표를 통해 대장을 뽑는 과정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 과정에서 나름의 공약을 발표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선거. 그리고 그렇게 당선된 대장을 향한 다른 멤버들의 눈치 보기와 권력에 대한 충성은 우리의 민낯을 보는 듯하다. 

 

 

설현과 유현석, 박보검과 서현 등이 깜짝 등장하며 시청자들을 재미있게 만들기도 했다. 선거를 독려하기 위해 선관위에서 내보내는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연예인들의 모습과 연결되며 이 과정마저 풍자의 힘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런닝맨>에서 보여주는 선거라는 형식의 행위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풍자극이라는 점에서 반갑기까지 했다.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이라는 것이 즉흥적이다. 눈앞에 보이는 유권자들을 향한 그들의 공약이라는 것은 오직 당선을 위한 것이지 유권자를 위함은 아니다. 현재 총선을 앞두고 선거는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공약이라는 것이 뭔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의 분열은 지독한 권력욕의 화신으로 다가올 뿐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판은 그저 한심한 투전판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뿐이다.

 

누구를 뽑아야 될지 선택의 기준은 공약이나 그들의 정치적인 선명성이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그저 이름과 얼굴만 보고 뽑아야 하는 이 허망한 선거는 선거가 아니다. 차라리 <런닝맨>에서 진행하는 선거가 더욱 현명하고 옳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선거를 독려하기 위해 만든 <런닝맨 수상한 봄나들이>는 의도했는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현실 정치에 대한 촌철살인이 가득한 풍자극이었다. 정치 풍자가 금지당한 현실 속에서 <런닝맨>이 보여준 웃기는 상황은 현실보다 웃기지는 않았다. 현실 정치는 이미 개그 프로그램의 풍자극을 넘어선 최악의 현실이니 말이다.

 

예능은 그저 예능으로 보면 된다. <런닝맨>은 오늘 방송에서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유쾌함을 잘 보여주었다. 언제나 바쁘게 움직이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초대 손님으로 잠깐이라도 등장시키는 등 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방식을 유지했다. 예능으로 만들어낸 선거는 당연해 재미있고 웃겨야 한다. 그들은 그저 예능을 위한 선거였지만 황당하고 서글프게도 우리 현실 정치가 이런 예능보다 못하는 사실이 문제일 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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