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할 대로 식상해진 타임워프를 다시 꺼내 들었다. 너무 익숙해 더는 볼 것이 없어도 이를 색다르게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그게 작가의 능력이 될 것이다. 조선시대와 2017년 현대를 오가는 타임워프. 침술의 대가가 현대 사회로 날아와 수술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자와 만나 벌어지는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명불허전>은 뭔가 허전하다.
김남길과 김아중;
실존 인물인 허임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 스타 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을까?
김남길과 김아중이 함께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 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더욱 역대급 드라마 중 한 편으로 꼽히는 <비밀의 숲> 후속작이라는 점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의학을 앞세운 타임슬립은 이미 일본에서 많이 만들어졌던 소재라는 점에서 특별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타임슬립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이 더는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 역시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굳이 이 설정을 했다는 것은 그 안에서 뭔가 특별한 것을 찾겠다는 의도이기는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실존 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약점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허준이 살던 시대 침술로 당대 최고였던 허임을 극의 중심으로 끌어온 것은 무슨 의도였을까? 첫 회 그 의도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허임이라는 인물을 철저하게 속물로 그리고 있는 첫 회는 괴상하기까지 했다. 역사적인 해석은 개인의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설정이 과연 정상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17년을 살고 있는 외과의 최연경과의 연결 고리를 위해 허임을 악용했다고 보이기는 하다. 연경의 할아버지인 최천술은 한의사다. 양악보다 한의학이 더 뛰어남을 믿던 할아버지는 어린 연경의 애원과 달리, 아픈 어머니에게 침술만 하다 숨지게 만들었다.
연경이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의사가 아닌 외과의가 된 것 역시 이런 반발 심리 때문이다. 허임과 연경은 비슷한 괘를 가지고 살아간다. 낮에는 혜민관에서 침을 놓고 밤이 되면 권력을 가진 자들을 찾아다니며 부업을 한다. 그 돈으로 주색 잡기에 여념이 없다.
연경은 뛰어난 솜씨를 가진 흉부외과 전문의다. 그런 그녀는 시간만 되면 클럽에서 사는 죽순이다. 클럽에서 춤으로 모든 스트레스를 푸는 연경은 허민과 많은 부분이 닮았다. 이런 둘이 운명처럼 만나는 것은 <명불허전>의 이유이자 목적이고 결과물이기도 하다.
편두통에 시달리던 선조에게 침술을 하기 위해 궁에 갔던 허임은 치료도 하지 못하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 다리 위에서 누군지 명확하지 않은 자의 화살을 맞고 강물로 떨어지고 만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허임이 깨어난 곳은 400여 년 후인 2017년의 서울이다.
클럽을 향하던 연경과 골목에서 스쳤던 허임은 그 앞에서 쓰러진 남자에게 침을 쓰려다 다시 재회한다. 그들의 운명과 같은 만남은 이렇게 뒤틀린 채 시작되었다. 이 관계가 사랑으로 변할 것이라는 추측은 모두가 하고 있다. 이런 식의 만남이 곧 발전해가는 과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것은 이제는 누구나 알 수 있으니 말이다.
허준이 허임의 능력을 무시하고 혜민서에 방치했다는 주장은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용이다. 이런 허준에게 악감정을 품은 허임이라는 설정 역시 작가의 상상력이다. 선조의 편두통을 치료하고 승승장구했던 허임이 그렇게 화살을 맞고 타임워프를 한다는 설정 역시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어린 아이가 힘겨워 하는데도 허임은 이를 외면한다. 그리고 어린 아이가 아버지가 힘들어 할까 봐 자신을 치료하지 말라고 허임에게 요구한다. 허임은 이런 아이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진맥 한 번 해보지 않고 아이를 방치한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고 지독할 정도로 돈을 탐닉하는 한심한 인물로 묘사된 첫 회 허임에게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이유는 과연 허임이 그런 인물인가? 하는 의구심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광해군 시절 허임이 왕의 하교를 외부에 노출시켰다는 이유로 감봉을 당하는 사건 이후 역사서에 사라지고 70이 넘어 다시 등장한다. 그 시절 그 유명한 '침구경험방'을 집필했다.
허임이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처럼 망나니처럼 살았는지 알 수는 없다.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점에서 이를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다. 하지만 악의적으로 그런 식으로 허임을 그렸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실존 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철저한 고증은 자연스러운 일이니 말이다.
허임을 다루는 그 어떤 곳에서도 그가 망나니에 권력과 탐욕에 찌든 한심한 의원이라는 평가는 없다. 광해군이 특별하게 생각했다는 이유로 그가 폐위 당한 후 자연스럽게 허임도 밀려났다는 이야기는 많다. 천민의 신분으로 허준과 당대 최고의 의원으로 평가 받았던 인물인 허임이다.
앞으로 이야기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는 없지만 매력적이지는 않다. 너무 익숙해서 식상하게 다가올 정도인 타임워프가 효과적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일본 드라마에서 현대 의사가 과거로 돌아가 의술을 펼치는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형태가 전혀 다르다는 것과 한의학과 양학의 대립 구도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차이로 다가온다.
첫 회 전체적인 흐름은 한의학보다 양학이 위대하다는 주장을 앞세우고 있다. 물론 이런 초기 설정은 반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결국은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김남길과 김아중의 연기는 여전히 좋다. 그들의 연기 만으로 첫 회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익숙하다 못해 이제는 식상하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타임워프가 과연 시청자들의 마음으로 붙잡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순히 스타 마케팅을 통해 팬덤으로 드라마를 지킬 수는 없다. 첫 회 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매혹적인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 만은 명확해 보인다. 과연 반전의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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