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이제 극적인 변화를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수동적으로 오직 강희만 바라보는 답답하기까지 했던 연수의 모습이었다면, 8회를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더는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표현하고 이끄는 모습은 반갑게 다가옵니다.
아이스크림 키스에 이은 친구 사이에 연애하기
아이스크림을 먹는 친구 사이는 더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스크림보다 더 달콤한 키스가 있었으니 말이죠. 10년 만에 다시 불이 붙은 이들의 감정은 하지만 타오르지는 못했습니다. 강희 아버지 춘필의 방문에 허겁지겁 연수는 도망치듯 숨어야 했기 때문이죠.
이들의 관계는 복잡하고 어긋나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라며 만들어진 복잡한 관계들은 그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만, 그게 곧 그들이 정말 사랑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작은 마을에서 강희는 그들에게는 좋은 이야기꺼리였습니다. 외국인을 보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여자와 춘필 사이에 태어난 강희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런 호기심을 넘어서는 행위들과 과한 오지랖이 만든 불편한 시선들은 어린 강희에게 씻지 못한 낙인이 되었습니다.
8회 드러나지만 춘필의 아내와 수지의 남편은 함께 있다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를 두고 수지는 춘필의 아내가 자기 남편을 꼬셔 도망치다 사망했다며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춘필은 그게 아니라고 이야기하죠.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들이 함께 사망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 사고로 인해 동네 사람들이 강희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차가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역 유지인 수지네와 달리, 그들은 외부인입니다. 춘필은 몰라도 그의 아내는 외국인이기까지 했으니 이들이 얼마나 강희를 이상한 존재로 인식하고 살아가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수지가 강희를 증오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연수가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기 남편과 바람나 도망치다 죽은 여자의 딸이 자기 아들과 결혼한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생각하는 것이 수지입니다. 물론 이 역시 표면적 이유일 뿐, 그 안에 어떤 감정선들이 담겨 있는지 여부는 좀 더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할 듯합니다.
연수는 10년 전 강희가 서울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연수에게는 할아버지가 있었고, 복잡한 어머니로 인해 쉽게 고향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강희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연수가 원망스러웠고, 그래서 연수는 강희를 한 번도 잊지 않았습니다.
강희는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연수 앞에 당당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아는 친구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초라한 모습만 보일 수는 없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강희가 연수를 이성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연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할아버지와 어머니 때문에 고향을 떠날 수 없었던 연수지만 이젠 언제라도 강희가 있는 서울로 갈 마음입니다. 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연수는 치열하게 살았고, 이젠 강희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은 언제나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연인이 되기에는 온갖 시선들이 그들을 꼼짝 못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강희는 어렵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젠 친구들을 초대해도 좋을 집도 마련했습니다. 이제 연수만 오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연수의 고향 정착도 이젠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래서 언제라도 강희가 부르면 갈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이런 연수 곁에 자신은 상상도 못 했던 부잣집 아들 석경이 있습니다. 연인이 아니라고 해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강희에게도 난우는 그런 존재입니다. 마을 전체에 둘이 결혼할 것이란 이야기가 당연하게 언급될 정도입니다. 수지 역시 난우를 며느리로 삼고 싶어 합니다. 수지로서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얻고 싶어 합니다. 어쩌면 수지에게 강희는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아니 자신과 닮은 어떤 부분을 발견했을지도 모릅니다.
초등학교 시절 강희는 자신의 집을 가지고 싶어 했습니다. 모텔에서 살던 강희에게는 그 무엇보다 강렬하게 원한 것은 남들이 사는 집이었습니다. 이런 강희를 보고 있던 어린 연수에게 그가 묵을 수 있는 방도 마련해 줬습니다.
그토록 간절하게 바랐던 집에 대한 열망을 이뤘습니다. 완벽한 자가는 아니지만 친구들을 언제나 불러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이 강희에게는 행복이었습니다. 이제 한 발만 나아가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어 보였지만, 다시 거리는 멀어졌습니다.
연수는 에스더가 석경을 찾아온 날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에스더가 석경을 찾아온 이유는 자신이 임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친구인 석경에게 말해주고 싶었다는 에스더의 모습에 연수는 다짐했습니다. 강희와 친구가 되겠다고 말이죠.
당시 연수로서는 그렇게라도 강희 옆에 있을 수 있다면 이게 최선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 연수를 보기 위해 동물병원을 찾은 강희는 난우가 꽃다발을 받는 것을 보게 되죠. 연수가 보낸 꽃다발이라는 말에 강희는 당황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연수 어머니의 행동이었지만 강희가 알 길은 없죠.
둘의 관계가 급격하게 변화하게 되는 과정은 서울행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버스에 타게 된 그들은 그렇게 함께 서울로 가게 됩니다. 여기에서 시작된 '친구끼리'를 앞세워 이들은 데이트는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식사도 하고, 데이트도 하던 그들은 깻잎 논쟁을 이야기하며 '친구 사이'라는 원하지 않은 관계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들은 재미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희는 자신의 집을 연수에게 소개하고, 그곳에서 "연수야, 친구끼리 키스해도 돼"라는 말까지 나오게 했습니다.
비록 그들의 관계는 그 상태에서 멈췄지만 이들의 관계는 지속되었습니다. 서울 데이트를 이어가고 강희가 살았던 고시원을 찾은 연수는 만감이 교차했을 듯합니다. 강희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 공간에 뒤늦게라도 초대받았다는 점이 말입니다.
연수에게 서울 여행은 중요한 변수로 작동했습니다. 더는 자신의 감정을 숨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더욱 어머니가 강희와 사귀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는 것도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강희 어머니와 도망치다 죽었다며 그래서 절대 안 된다는 말에 연수는 그동안 숨긴 비밀을 토로하기까지 했죠.
사실 강희 엄마와 연수 아버지는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가기도 했습니다. 연수 아버지는 아내와 사이가 좋지 못했습니다. 수지가 바람을 피웠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상황에서, 이들 관계가 어떤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린 연수는 아버지의 거짓말에 동참했습니다.
어린 강희와 연수에게 그들 부모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춘필은 수지가 바람을 언급하며 분노하자, '박순자'를 외치며 절대 바람이 아니라고 하는 부분은 웃기면서도 씁쓸했습니다. 춘필은 왜 그들이 함께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알고 있다고 보이니 말입니다.
항상 강희를 괴롭히는 한심한 동창인 헌열의 집요한 민원으로 인해 '공사중지처분'을 받아 공사는 중지됩니다. 이런 설정이 흥미로운 것은 잠시 공사가 중지된 상황은 강희와 연수의 감정선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하나의 상황을 반복해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통해 사건을 만들고 이 과정 모두 강희와 연수의 감정선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풀어간다는 점도 영특합니다.
압박하게 되면 튀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합니다. 연수는 이제 과거의 연수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더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두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동네 골목길에서 연수는 강희에게 키스를 했습니다.
그동안 알고 있는 연수라면 절대 볼 수 없는 이 용감한 행동은 극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겨진 문제점들이 많지만, 그동안 가장 큰 변수로 나아갈 수 없는 문제로 남겨져 있던 연수가 변했다는 것은 남은 이야기가 해피한 엔딩으로 향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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