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에서 실제 현역 형사들과 무한도전 멤버들 간의 추격전이 지난 주 방송부터 시작되었다. 실제 형사들과 부산이란 그들에게는 낯선 공간에서 추격전을 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이미 다양한 추격전으로 단련된 무도 멤버들과 범인 잡는 게 일인 형사들과의 대결 구도는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그 녀석 가고 식스맨이 왔다;
차원이 다른 무도 추격전의 새로운 시작, 배신자가고 전력 질주자가 등장했다
유재석은 이번 추격전에서도 탁월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시작부터 무도 멤버들을 이끌며 중요한 단계들을 짚어 내는 그는 역시 리더다웠다. 다른 멤버들이 제대로 추격전에 대한 대비를 못하거나 당황하는 것과 달리,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그의 질주는 말 그대로 이번 공개수배 추격전을 살렸으니 말이다.
이번 추격전이 예고되면서 많은 이들은 자연스럽게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그 녀석을 떠올렸다. 추격전의 백미는 배신이다. 결국 추격전을 하면서 그들은 배신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내던져진다. 무한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승리를 위해서는 오늘의 동지도 언제나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배신의 아이콘이 된 노홍철은 철저하게 무도 추격전에 최적화된 존재였다. 눈치와 잔꾀가 많고 망설임 없는 단호함과 뻔뻔함으로 무장한 노홍철은 독보적이었다. 누구라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극대화된 뻔뻔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노홍철이 빠진 후 첫 번째 갖는 추격전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은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무도가 만들어낸 추격전의 핵심인 배신의 아이콘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려는 기우로 변했다.
김태호 피디로서도 이번 추격전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노홍철이 없는 상황도 문제인데 정형돈까지 갑작스럽게 빠지며 더욱 빈약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주년을 맞은 그들이 느끼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1년 이상 논의를 해오던 추격전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옳았다. 실제 형사들이 추격을 하고 무도 멤버들이 그들을 피해 도주를 하는 형식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무도식 재미와 함께 시사성도 담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그들은 무모하게 움직였고, 그런 그들은 그렇게 부산에서 형사들의 추적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제작진들이 제시한 말도 안 되는 도피 자금과 차량으로 도주를 시작했지만 사방이 적이다. 시민들의 제보와 다양한 방식으로 추격을 하는 형사들에게 그들은 도피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어디를 가도 흔적은 남고 이를 취합해 범인들보다 앞서는 것이 바로 형사다. 4개 조로 나뉘어 협업을 하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범인들을 추적하는 그들의 형식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만들어서 보여줄 수 있는 추격전과 달리, 형사라는 직업으로 탄탄하게 다져진 그들의 본능과 과학이 하나가 된 추격은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박명수를 시작으로 정준하와 하하가 이내 붙잡히며 무도의 완패로 끝나는 듯한 상황이었다. 영화 <변호사> 촬영지에서 멤버들이 조심성 없이 흘린 흔적들은 곧바로 추격의 이유가 되었고, 도피자금을 먼저 회수하는 등 형사들은 이미 모두 멤버들을 앞질러서고 있었다.
잡히고 다시 도주하는 하와 수의 나름의 예능감이 흥미롭기는 했지만 역부족을 만끽하게 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하하였다. 광희와 함께 움직이며 선배로서 추격전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는 듯했지만, 조심성 없는 그의 행동은 오히려 씁쓸하게만 했기 때문이다.
이번 추격전에서 가장 무미건조하고 제 몫을 해주지 못한 하하와 달리, 광희의 진가는 바로 그 순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식스맨으로 화려하게 입성한 후 무한 공격에 기죽은 채 지내고 있던 광희는 실제 형사의 추격이 시작되자 상상할 수 없는 도주극을 보이기 시작했다.
형사는 기본적으로 무도 멤버들을 추적해 검거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가 아닌 예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가짜 수갑을 채우면 검거 끝이라 생각했고, 적당히 추격하면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도 멤버들은 달랐다. 박명수는 틈을 노려 혼자 차 안에 남겨지자 수갑을 풀고 도주에 성공한다. 정준하 역시 동일하게 도주하는 과정은 현역 형사들의 예능 선입견이 만든 결과였다.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서 거침없이 물속으로 뛰어들고 추격하는 형사와 담당 카메라맨까지 뿌리치고 사라져 버린 광희는 압도적이었다. 카메라맨이 음성을 추적해 겨우 찾아간 그곳에는 '비 맞은 생쥐'가 되어버린 초라한 광희가 있었다. 누구 보다 외모에 대한 집착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었다.
비에 젖은 머리에는 스타일은 사라져있었고, 거뭇하게 올라오기 시작한 수염까지 그동안 광희가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던 '꾸며진 광희'는 그 순간 존재하지 않았다. 기존 광희를 버리니 비로소 '무한도전 식스맨'이 그곳에 있었다. 종이인형이라는 별명까지 들었던 그였지만 달리기 하나 만큼은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을 보이며 새로운 유형의 '무도 추격전'의 주인공으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다른 멤버들이 허무하거나 답답하게 잡히는 것과 달리, 유재석은 탁월한 실력으로 미션 완수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탁월한 집중력을 통해 그냥 적당히 즐기다 끝내는 예능이 아니라 실제 도주범이라도 되는 듯 열심인 유재석의 모습은 그래서 특별했다. 최고는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유재석은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한없이 겁이 많은 유재석은 방공호로 사용되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지독한 공포와 함께 해야만 했다. 두려워하면서도 도주를 해야만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 유재석은 드디어 도피할 수 있는 차량을 얻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인 폐교에 다다르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공포였다.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자마자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듯한 폐교에서 공포영화 OST가 흘러나오는 상황은 최악이었다. 몇 번을 도전해 겨우 제작진이 준비한 휴대폰을 습득한 유재석은 그 모든 것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다름 멤버들이 허망하게 형사들에게 잡힌 상황에서 극과 극의 유재석과 광희가 살아남았다.
가장 먼저 잡힐 것 같았던 광희는 살아남았다. 가장 어려울 것이라 여겨졌던 유재석은 모두의 기대처럼 맹활약을 했다. 극과 극인 유재석과 광희가 과연 형사들과 붙잡혀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무도 멤버 3인방의 추적을 뿌리치고 승자가 될지 궁금해진다.
<무한도전>의 특화된 추격전에서 최강의 존재감을 보이던 노홍철은 갔다. 언젠가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그 기간은 제법 오래 걸릴 것이다. 그 자리에 식스맨 광희가 찾아왔다. 지금껏 본적 없는 찌질 하지만 생존 본능 하나만큼은 대단한 새로운 캐릭터로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10년을 해온 예능의 힘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에서 드러난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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