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죽지 않는 존재도 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기를 벗어난 죽지 않는 인간의 복수는 처참함을 넘어 지독할 수밖에 없죠. 지난 회차가 봉석의 부모인 미현과 두식의 러브 스토리가 마법과 같이 펼쳐졌는데 이번에는 희수 부모 이야기입니다.
어떤 상처를 입어도 곧바로 재생되는 유전자를 가진 주원과 희수의 이야기는 이미 전반부 전개 과정에서 상당부문 잘 드러나 있었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주원이지만, 양아치들을 제대로 굴복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과거가 궁금하기도 했죠.
주원의 삶은 불행했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배운 것도 없는 그에게는 남들과 달리, 아무리 상처를 입어도 바로 재생되는 신기한 재주가 있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던 주원은 먹고살기 위해 깡패가 되었습니다.
쉽게 살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승승장구한 주원의 패거리는 포항을 떠나 울산까지 접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주원의 괴물과 같은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잔인한 상대가 와도 주원을 이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주원이 깡패짓을 한 것은 먹고 살기 위함도 있었지만,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 같은 착각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두목인 광진은 친형과 같았고, 자신을 따르는 후배 민기는 동생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가족이라 생각한 주원의 생각은 철저하게 짓이겨지고 말았습니다.
울산을 접수했는데 당한 조직 재성에게 머리를 숙이는 광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동생들을 희생양 삼은 이가 광진이고, 그런 두목과 자신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것은 친동생처럼 여겼던 민기라는 사실을 차에 묶여 바다에 수장되기 직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던 주원은 소중했던 관계에 배신당했습니다. 아무리 찌르고 잘라고 죽지 않는 주원을 수장시키는 것이 유일하게 괴물을 죽이는 방법이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니었죠. 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살아 돌아온 주원을 보고 기겁한 민기의 입을 찢어버린 것은 배신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 생각했습니다.
그들과 멀리 떨어진 인천에서 숨어살던 주원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자신의 몸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달방에 살면서 최소한의 금액은 차량 사고 합의금으로 충당하던 주원에게 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관에 커피 배달을 왔던 다방 레지였습니다.
흔한 다방 레지가 아닌 확실한 자기 주장을 가진 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자라고는 한 번도 사귄 적도 없던 주원으로서는 말을 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죠. 그런 그가 주원에게 다가왔습니다. 지독한 길치인 그를 위해 십자가를 중심으로 길을 알려줬지만 그마저도 찾지 못하고 길에서 우는 주원을 보고 다방 레지 지희(관선영)는 특별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곰처럼 거대한 몸에 순박하기만 한 그 눈물이 주는 미스 매치는 강력한 매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으니 말이죠. 그리고 자신에게 한 번도 반말을 하지 않는 주원의 행동이 좋았습니다. 그저 다방 레지라는 이유로 아무나 반말을 하는 일이 일상이었던 상황에서 직업에 상관없이 존중해 주는 주원이 지희는 좋았습니다.
강단 있는 그 성격이 화를 불렀습니다. 얼굴 예쁜 지희를 어떻게든 농락하려던 자들에 맞서 병까지 깨고 맞서는 상황에서 주원이 벽을 뚫고 등장했습니다. 그런 주원을 보고 "헐크"라고 외마디 외치는 지희의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그렇게 망신창이가 된 그들은 인천 조폭들을 불러들였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수십 명을 상대로 싸우는 주원은 잔혹해서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름답지만, 그 과정에서 보이는 잔혹한 과정은 서글픔을 동반했습니다.
인천에서 괴물이 등장했다는 소문은 당연히 울산 조폭들을 불러들이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더욱 괴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국정원 민용준의 귀에 들어왔습니다. 조폭을 일망타진하던 90년대 그들에게 권리를 보장하며, 괴물을 잡아오라는 명령은 이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초능력자들을 모아 육성해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는 NTDP의 총괄인 민용준은 잔인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괴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밀어붙이기 원하죠. "괴물이 아니면 죽어야지"라는 민용준의 말에 그가 어떤 존재인지 잘 드러납니다.
두식과 미현이 휴머니스트라면 주원과 지희는 로맨티스트였습니다. 사랑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순정이 그들에게는 존재했습니다. 지희에 대한 순정이 정체를 드러내게 했고, 국정원 지시를 받아 수백 명의 조폭들과 싸워야 하는 주원을 위해 지희도 나섭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스쿠터로 주원을 태워주는 것이 전부지만, 죽음을 무릎쓴 희생은 주원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잔인함의 끝이 어디인지 보여주는 주원의 전투는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액션 장면들이었습니다.
차 두대에 끼인 채 수없이 날아드는 칼 공격을 맞으며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그렇게 추락한 상황에서 몸을 끼워 맞춰 다시 도주하는 과정들은 '무빙'의 액션의 극한을 엿보게 하는 장면들이었죠. 모텔에서 조폭들과 맞서 싸우다 스스로 4층에서 뛰어내린 주원이 방망이를 든 울산 조폭의 손목을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배신자 민기를 향해 던지는 장면도 섬뜩할 정도였습니다.
"나 이 사람 애인이다"를 외치며 스쿠터로 주원을 피신시키던 지희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런 지원에게 자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며 살인도 했다는 고백에 지희는 담담하게 "이유가 있었겠죠"라는 말로 정리해버렸습니다.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주지 않던 지희는 주원에게 완벽하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용준은 NTDP 최고의 에이스인 두식에게 괴물을 지켜보라 합니다. 죽어도 상관없다는 용준의 지시와 달리, 두식은 지희를 구하려다 차량과 함께 절벽에서 떨어져 힘을 못쓰는 주원의 머리를 고래 사냥에 쓰는 도구로 제거하려는 민기를 쏴버렸습니다.
두식은 용준의 지시를 거부하고 괴물이라 불린 주원을 구했습니다. 국정원 요원이 된 주원은 용준 앞에서 두식과 재회했습니다. 서로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며 각자의 고향이 코드네임인 그들에게 인사를 하라 합니다. 하지만 두식은 용준의 지시와 상관없이 통성명을 하죠.
자신을 구해준 두식과 처음 만난 주원은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국정원 요원이 된 주원은 다시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자신이 만난 운명과 같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던 지희는 다방에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주원에게 뭔가 강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삶이 그렇기 때문에 포기도 빠르고 그럼에도 자신이 처음으로 경험했던 순수한 사랑이 고맙고 행복해 자꾸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런 지희 앞에 주원이 찾아왔습니다.
'무빙'은 11회까지 이어지며 두 세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냈습니다. 봉석과 희수 부모의 러브 스토리를 보여준 것은 이들의 서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위해서는 이런 탄탄한 서사가 숙지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요원이 들어오고, 국정원과 CIA의 움직임까지 더해지며 전직과 현직 NTDP 요원들의 대결도 펼쳐질 가능성도 농후해 보입니다.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하던 두식도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게 한 어머니로 인해 사랑을 잃었다 생각한 봉석. 그렇게 스스로 하늘을 나는 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한 봉석의 달라진 모습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능력도 숨기지 않은 강석과 희수를 둘러싼 감정들도 흥미롭게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프랭크는 어느 시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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