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에서 가장 잘생긴 멤버로 뽑혔던 노홍철이 1년 만에 가장 못생긴 남자로 결정되었습니다. 못생긴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놀자고 시작된 무한도전의 못친소 특집은 이런 아이러니를 만들어내고 1회 행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외모지상주의가 일상이 되어버린 세상에 던진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외모가 주는 가치는 과연 무엇인지 우문현답을 요구하는 못친소 특집
외모의 중요성은 외면하려 해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이야기가 있듯, 기왕이면 보기 좋은 것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그런 외모에 대한 집착이 너무 극단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은 고민해봐야만 하는 일입니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못난이들을 초대해 함께 서로를 위로하고 즐기는 축제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초대받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자신들을 누군가가 객관적으로 못생겼다고 이야기를 건네는 상황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은 아니니 말입니다.
잘생긴 이들을 모아 놓고 외모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닌, 못생긴 이들을 모아 가장 못생긴 이를 뽑는 역발상이 재미있던 이유는 외모지상주의 세상에 외모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강한 질문을 던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잘 생긴 사람을 뽑는 것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행위라면, 못 생긴 사람을 뽑는 행위 역시 동일한 문제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외모에 순위를 정하는 행위 자체가 서열화를 만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 기준의 중심이 잘생기고 못생겼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무도의 '못친소 특집'은 미스 코리아를 뽑는 행사의 또 다른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미의 기준을 정하고 그들에게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못친소 특집'에서는 미의 파괴를 통해 미 자체에 대한 문제를 언급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잘생긴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언제나 화제가 되고, 이런 그들을 신격화하고 우상화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이기도 합니다. 우월적인 외모를 가진 이들이 소수일 수밖에는 없고, 그들의 희소성은 당연하게도 특권이 주워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소수가 가지는 특권에 대해 많은 이들이 동경을 하거나 시기를 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일 뿐입니다. 문제는 이런 욕망을 적극적으로 상업화하고, 사회적 가치로 부여하는 과정은 모든 가치를 외모로 집중하게 하며 문제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외모 지상주의는 외모 산업을 급격하게 팽창시켰고 그렇게 커진 산업은 더욱 많은 이들에게 굴욕과 좌절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정준하가 김제동에게 "너에게는 무도가 힐링이다"라고 외친 것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단순한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의 발언을 이번 특집과 결합을 하면 특별한 가치를 가지게 되니 말입니다. 못친소 특집이 힐링 일수밖에 없는 것은 외모 지상주의에 반기를 든 이번 특집에 그 정답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외모에 치여 살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외모를 내려놓고 외모 이외의 것들에 집중하게 만든 '못친소 특집'은 그래서 중요했습니다. 외모를 비하하거나 그런 외모를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외모 이외의 가치를 찾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외모 지상주의 세상에 중요한 가치는 외모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 날 절대 강자로 군림하며 첫인상 1위를 차지했던 김범수가 최종 투표에서 한 표도 받지 않은 훈남이 될 수 있었던 사실은 중요합니다. 단 하루 사이에 김범수가 갑자기 외모가 바뀔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생활을 하면서 김범수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그가 가지고 있는 외모 이외의 가치들이 게임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함께 모인 이들에게 호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게임에서도 발굴의 실력을 보여주고 매력적인 입담과 탁월한 노래 솜씨로 "외모만 빼면 최고인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니 말입니다. 김범수가 명실상부 그들이 뽑은 F1이었지만, 단 하루 만에 그가 훈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외모만이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자연스럽게 깨우쳤기 때문입니다.
김범수와 노홍철의 이 역설이 '못친소 특집'의 중심일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합니다. 김범수가 절대적 강자에서 갑자기 훈남이 되었던 것과 달리, 지난 <무한도전 미남 특집>에서 최고 미남으로 뽑혔던 노홍철의 상황은 극단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홍철의 얼굴이 1년 만에 갑자기 못생겨질 수는 없습니다. 물론 헤어스타일의 변화로 늙었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새로운 예능 캐릭터인 '빡구'가 되면서 미남의 이미지가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그가 갑자기 못생긴 존재가 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최종적으로 F1에 노홍철이 뽑힌 이후 많은 이들이 "도대체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래"라는 이구동성 속에는 외모 지상주의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외모라는 기준에 어떤 기준을 삼느냐에 따라 다르고, 단순한 외모만으로 인간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이번 특집을 통해 스스로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처럼 이를 인지시키고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예능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가치를 느낄 수밖에 없도록 해주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의 힘이 느껴집니다. 노홍철이 미남에서 추남이 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물리적인 시간 동안 노홍철이 정말 추남이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외모라는 기준이라는 것이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릴 수 있음을 무한도전은 흥미로운 실험극을 통해 잘 보여준 셈입니다. 외모라는 것은 그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단순한 이데올로기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못친소 특집'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으니 말입니다.
조정치가 갑자기 예능 스타로 부각되고, 발라드 가수 이적이 맹꽁이가 되는 상황 속에서도 그들이 마음껏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잘 생긴 사람을 뽑는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잘 생긴 사람을 뽑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더 못생기지 않기 위해 현재의 자신만 지켜내면 되는 경쟁 아닌 경쟁은 많은 여유를 만들어 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김범수와 노홍철의 극단적인 결과가 보여준 가치는 <무한도전 못친소 특집>이 시청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는지가 정확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외모라는 무형의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타인을 줄 세우는 방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모두가 웃으며 깨닫게 했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무한도전이 왜 레전드인지 잘 보여주는 특집이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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