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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못친소, 이적은 왜 무도를 비열하다고 말했을까?

by 자이미 2012.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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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이어진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은 풍성한 재미로 가득했습니다. 왜 그들이 레전드로 불릴 수밖에 없는지는 이 특집만으로도 충분할 듯합니다. 외모지상주의 세상에 그들이 던진 못생긴 친구를 소개하는 당당함은 외모라는 이데올로기를 아무런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으니 말입니다.

 

이적이 말한 무한도전의 비열함. 그 상대성의 원리가 바로 외모 이데올로기의 정체다

 

 

 

 

 

방송이 되면서 많은 이들이 흥미로워하고 재미있어 했던 대목은 김치 듀오였습니다. 김C와 조정치가 만나 만들어진 '김치 듀오'는 그 아우라에서 풍기는 질긴 웃음으로 인해 개그맨들까지 탐내는 존재감이 되었다는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30명에게 보낸 초청장 중에 이를 수락해서 모인 18명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최고의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그들이 단순히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초청을 받은 것에 대한 분개하는 모습마저도 웃음이 되는 이 희한한 페스티벌은 마치 이상의 나라의 엘리스가 마법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순간을 보는 듯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정상적이던 그들도 하나의 주제 아래 모아두니 그 주제에 걸 맞는 존재가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상황 속에서 좀 더 나은 자리를 차지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사회의 축소판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많은 이데올로기들이 사회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기도, 퇴보하게도 만듭니다. 그런 이데올로기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데올로기라는 단어가 주는 어색함은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우리가 그 단어에 의지한 채 혹은 조정당한 채 살아가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수많은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는 의미일 테니 말입니다.

 

외모라는 가치 역시 그런 상대적인 이데올로기기 만들어낸 가치일 뿐입니다. 외모라는 기준을 임의적으로 만들어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는 결과적으로 상대적인 박탈감과 부와 명예라는 이중적인 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외모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은 수많은 성형외과가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만들었고, 고가의 화장품들은 불야성을 이루게 해주었습니다.

 

상대적인 시각이 지배하는 외모라는 불확실한 가치가 주는 이데올로기는 단순한 산업적인 가치만이 아니라, 극단적인 박탈감까지 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예능에서 풀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는 점에서 무도의 못친소 특집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이적이 인터뷰를 통해 이 특집이 주는 메시지를 간파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잘 생겨 보인다"는 이 한 마디는 그가 무도 제작진들에게 "비열하다"고 말할 정도로 정곡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외모란 그 기준의 자대가 철저하게 주관적일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따로 떼어 내고 본다면, 혹은 다른 그룹들로 묶인다면 상대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외모라는 기준은 무의미한 가치라는 사실을 무도와 이적은 잘 대변해주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이적의 발언과 함께 김제동이 보여준 행동 역시 이데올로기에 갇힌 외모지상주의를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방송에 출연해 당당하게 못생겼다고 이야기한 존재가 있다며, 자신을 대신해 출연할 것이라는 말에 많은 이들은 궁금해 했습니다. 과연 김제동보다 못생긴 존재는 누구인가 말입니다. 현장에 등장한 이는 말도 안 되는 존재인 송중기였습니다. 순식간에 현장 분위기가 내려앉으며 말도 안 된다는 발언들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해보였습니다.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꽃미남 송중기가 김제동보다 못생겼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제동이 방송에서 발언한 대목을 생각해보면 쉽게 수긍이 갑니다. 외모라는 기준의 철저하게 주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자신이 보기에 송중기는 못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저 웃자가 하는 발언처럼 다가오지만 그 안에 세상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의 정체가 모두 담겨져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데올로기의 정체와 가치란 바로 그런 기준점을 제시하고 상황을 몰아가는데 있다는 점에서 외모지상주의의 실체는 바로 그런 주관적인 가치관을 얼마나 객관화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거대한 힘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바로 상업적인 이득과 결부되어져 있다는 사실에서 그 이데올로기 만들기의 정체는 쉽게 드러납니다.

 

기본적으로 외모지상주의의 허상을 통쾌하게 무너트리기 위해 마련된 '못친소 페스티벌'은 그 안에 담아둔 이 가치에 웃음이라는 절대적인 재미까지 함께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그나마 좀 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해지는 그들의 모습 속에는 강력한 웃음이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이 지독한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은 곧 해탈의 경지에 오를 수가 있을 겁니다. 그런 과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가는 못친소는 그래서 위대한 방송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C와 새로운 존재감으로 부각된 조정치의 모습에서 많은 이들이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초월(물론 개인의 느끼는 감정은 알 수가 없지만)이었습니다.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라 낙인찍힌 그들이 사실은 그 외모지상주의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외모에 집착하고 그 가치 기준에 부합하려 노력하면 할수록 민감해질 수밖에는 없지만, 김치 듀오에게 이런 허망한 집착이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임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예능 속에서 드러난 다양한 재미는 결과적으로 시청자 개인들의 몫입니다. 어떤 것을 바라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느냐는 결과적으로 만든 이와 출연자들의 몫이 아닌, 이를 받아들이는 개인의 것이니 말입니다.

 

무한도전에서만 활동하는 정형돈과 길의 '뚱스'가 불러주는 '쩔어'가 주는 메시지와 못친소 페스티벌 자체가 주는 의미들은 왜 무도가 위대한지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외모라는 상대가치를 이용해 이런 멋진 예능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은 그들이 레전드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오니 말입니다.

 

어린 시절 외모로 인해 무장공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는 김범수. 못생긴 이들과 더 못생긴 이들로 나눠서 넘사벽을 만들어 놓은 경계의 허망함. 호날두 조정치와 메시 김범수라는 절대 강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이 흥미로운 실험극의 주인공은 방송에 출연한 그들이 아니라, 이들을 보면서 웃고 있었던 우리 자신이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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