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를 뽑는 투표가 끝났습니다. 결과 발표만 앞둔 상황에서 그 모든 것은 방송에서 밝혀질 예정입니다. 사전 투표와 본 투표, 온라인 투표 등이 함께 이어진 이번 <무한도전 선택 2014>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를 독려하는 가장 현명하면서도 즐거운 행위였습니다.
국가가 포기한 일, 무도가 한다;
무한도전 45만 국민의 참여가 던지는 가치, 선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예능에서 선거를 하는 기현상은 현실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접근력이 월등하게 떨어져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정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선거의 중요성을 일깨운 <무한도전 선택 2014>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한도전의 여섯 명 멤버가 모두 후보로 나섰다가 지지율이 낮은 세 명은 이탈하고 군소정당을 만들어 3인의 후보가 무도 새로운 리더에 나서게 되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습니다. 그 전 과정을 방송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은 선거에 대한 간절한 목마름을 경험하게 해주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입니다. 대의정치가 기본인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의 투표 참여율은 곧 민주주의의 가치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혹합니다. 선거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대의 정치는 왜곡되어갔고, 정치인들은 이를 악용하기에만 바빴습니다. 선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곧 정치꾼들에게는 보다 강력한 이유와 희망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거를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부당함을 꿈꾸는 권력들은 보다 행복한 순간을 꿈꿀 수 있습니다. 소수의 세력들과 이익단체들만 충족시키면 자신의 권력이 무한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선거가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주고받는 자들의 결합은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좀먹게 하는 이유이기도 했었습니다.
선거에 대한 불신은 곧 권력을 가진 자들이 만들어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이런 정치 불신으로 자신의 세력을 더욱 돈독하게 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기만 합니다. 악습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가 절실하지만, 현실 정치의 무기력함과 더러움에 지친 다수의 국민들이 포기한 주권은 곧 부당한 권력을 배부르게 한다는 점에서 선거는 중요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무한도전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들을 위한 선거를 진행하는 특집은 그래서 위대하게 다가옵니다. 선거 불신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무도는 자연스럽게 국민들에게 선거의 중요성을 일깨웠습니다. 자발적인 선거가 곧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예능으로 풀어쓴 무한도전의 선거는 6.4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을 더욱 극대화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방송이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지역 2개 투표소와 무한도전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된 무한도전 차세대 리더 선거는 오프라인 현장 투표 9만 5351명(17일, 18일 사전투표 포함), 온라인 투표 36만 3047명으로 총 45만 8398명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무한도전의 리더를 뽑는 선거에 45만이 넘는 국민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대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선거도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의 한 리더를 뽑는 선거에 45만이라는 엄청난 시민들이 동참했다는 사실은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무한도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들이 국민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만든 가치는 이번 선거와 같은 결과로 다가왔습니다. 유사한 행위를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무도가 유일무이하다는 점에서 <무한도전 선택 2014>는 역설적으로 무한도전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를 엿보게 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 방송에서는 선거 토론회에 정관용 정치 평론가가 출연하며 그 가치를 더욱 크게 해주었습니다. 실제 토론회를 진행해왔던 정관용의 등장은 "이런 선거를 왜 합니까?"라는 말로 대변되었습니다. 왜 무한도전은 선거를 해야 했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의문은 곧 그들이 왜 선거를 해야 하는 지로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무한도전이 굳이 선거를 통해 리더를 선출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리더를 선출해서 제작진들과 향후 프로젝트를 논의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것은 그리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멤버들은 모른 채 제작진들로 인해 진행되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이는 자칫 무도의 형식과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항상'이라는 단서가 아닌 제작진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리더 선거를 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무도 선거는 곧 우리에게 선거란 무엇인가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철저하게 현실 정치를 그대로 흉내 낸 이들의 선거전은 우리에게 객관적으로 우리의 선거 문화를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예능 특유의 재미를 가득 담아서 정치 불신으로 가득한 우리에게 선거가 곧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던지고 있었습니다.
중간 점검에서 절대 강자인 유재석을 밀어내고, 돌아이 노홍철이 1위를 하는 기현상을 보였습니다. 노홍철에 대한 관심이 호기심과 재미를 동반한 지지로 이어졌지만, 예능에서 이보다 더한 가치는 없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노홍철 지지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절대자로 불리던 유재석을 흔드는 일이 가능한 것은 바로 시청자들이 직접 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예능의 기본을 이야기하는 유재석은 원칙적인 이야기와 우리 사회가 견지해야만 하는 진정한 가치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그는 역시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재석과 노골적으로 개인의 신상을 노출하는 행위로 관심을 유도하는 노홍철과 달리, 정형돈의 발언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 사회의 절대 다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한 사람의 카리스마, 한 사람의 현란한 말솜씨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정형돈은 유재석과 노홍철이 80% 이상의 투표율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경쟁자로서 가치를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정형돈이 남긴 이 발언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 모두는 절대 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일 뿐입니다.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것도 아니고, 현란한 말솜씨로 대중을 사로잡지도 못하는 평범한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 그 기회가 바로 선거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대단한 가치로 다가왔습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5주기를 보내며, 우리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는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인간이 중심인 세상. 그리고 그 인간을 위한 정치를 추구하려던 고인을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은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는 사실이 뭉클함 이상의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정형돈의 평범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 그 모든 기회는 곧 우리가 가지고 있는 투표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라는 점에서 <무한도전 선택 2014>는 예능 사상 가장 위대한 선택이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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