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공연이 끝난 <무한도전 토토가>의 섭외 과정이 방송을 탔습니다. 현장에서 본이들에게는 기억이 새록새록 할 듯하지만, 그 어려운 바늘구멍을 뚫지 못한 많은 이들은 무도를 통해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할 듯합니다. 90년대를 기억하게 하는 수많은 스타들과 조우한다는 것만으로도 <무한도전 토토가>는 충분히 흥미로운 기획이었습니다.
김정남과 슈의 흥 폭발;
무도 토토가 시청자만이 아닌 잊혀진 그들의 흥마저 깨운 진정한 축제였다
하와 수가 제안했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MBC 현역 피디들이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혹평을 받았던 이 기획안은 하지만 대박이었습니다. 현역 예능 피디들의 지적과는 달리, 시청자들은 90년대 스타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 차례 가수들의 섭외 과정은 방송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스타들의 오늘을 볼 수 있었고, 그런 그들의 일상과 함께 하는 과정은 모든 것이 추억의 연장이었습니다. 이제는 가장이나 주부가 되어 있을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과거 자신이 열광했던 스타들의 오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한도전 토토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실제 공연에는 한정된 공간에 함께 하기 위해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만 했을 정도로 흥행은 대성공이었습니다. 현역 피디들의 비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순수하게 과거를 추억하고 여전히 함께 하고자 하는 수많은 팬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기획이었기 때문입니다.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를 하면서 기존에 섭외되었던 인물들을 다시 섭외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터보의 김종국이 바로 그 희생자 아닌 희생자였지만, 여전히 밝은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터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해 보였습니다. 씁쓸한 현실 속에서 이마저도 즐겁게 표현해버리는 무도 멤버들은 역시 무도였습니다.
김종국과의 만남 직후 등장한 김정남은 그동안 아껴두었던 끼를 발산하며 모두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알고 있을 듯, 과거 터보 기획사와의 문제로 인해 갑자기 떠나버렸던 그의 복귀는 반가웠습니다. 조폭이나 다름없었던 과거 기획사의 문제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였지만, 터보의 등장으로 다시 한 번 불거진 그들의 이야기는 짠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방송이 그리웠던 하지만 쉽게 출연하기가 어려웠던 터보의 김정남은 여전히 건재함을 등장과 함께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화려한 춤 실력은 조금도 손색이 없었고 오히려 더욱 농익은 모습으로 변화한 그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진가는 노래방에서 드러났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터보의 이름으로 밤무대 공연을 하고 있었던 김정남은 그 자체로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여전한 춤 솜씨에 랩 실력도 겸비했던 그는 예능에 이미 최적화되어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노래방에서 자신의 분량을 이야기하던 김정남은 의욕은 과다했지만, 쉽게 지치는 현실 속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아서 더욱 애정이 가는 김정남은 무도 출연 한 번으로 10년의 아쉬움을 모두 토해냈습니다.
밤무대에서 김종국 없이 홀로 터보 공연을 했던 그의 진가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특별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철저하게 밤무대에 최적화된 과거의 스타가 보여주는 현실이 들여다보면 씁쓸하고 안타깝기는 하지만,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김정남이 열어 놓은 문은 영원한 요정이라고 생각했던 S.E.S의 등장으로 더욱 크게 열렸습니다. 유진이 임신 중이라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세 남매의 엄마가 되어버린 슈의 흥은 모두를 놀라 게 만들었습니다. 바다와 함께 등장한 슈는 의상만으로도 요정의 변화를 엿보게 했습니다.
과거 많은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요정은 사라지고 현실 속의 어머니가 되어 있던 슈의 솔직함은 그래서 행복했습니다.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는 그녀의 행동에서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털이 빠지는 호피무늬 외투를 입고 등장해 날리는 털로 인해 민망해하면서도 주부 특유의 억척스러움은 요정의 변화라는 점에서 아쉽기는 했지만, 그녀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가정의 어머니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과거 S.E.S 시절의 기억을 추억해왔던 슈는 춤을 추고 싶다는 말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바다도 기억하지 못한 춤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슈의 존재감은 그 자체로 최고였습니다.
흥에 겨워 누구보다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슈의 모습에 그저 팬들만이 그리워한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알 수 있게 했습니다. 무대 위에 올라서는 이들이 이런 흥을 품고 있는 상황에서 관객들과의 호흡은 직접 경험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중국에서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정현은 테크노 전사였던 과거의 기억들이 현재와 이어져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며 가방에서 꺼낸 그녀의 부채는 과거가 아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습니다. 공연에 대한 열망은 누구 못지않게 대단했고 그런 그녀의 화려한 무대는 현장의 모든 이들을 열광하게 했다는 점에서 방송이 기대됩니다.
지누션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장면 역시 압권이었습니다. 션은 여전히 왕성한 기부행위로 많은 이들과 소통을 하고 있지만, 지누는 쉽게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YG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지누는 여전히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중들과의 소통이 없었던 그들의 모습은 그저 노래방 기계 앞에서 보인 공연만으로도 충분할 정도였습니다.
여전히 완벽한 랩으로 무장한 그들은 지누션은 여전히 건재함을 알렸습니다. 공연장에서 션이 양현석에게 지누션 앨범을 다시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그들은 잊혀진 과거의 가수들은 아니었습니다. 그 어떤 래퍼들보다 능숙한 랩으로 완벽한 무대를 보여준 지누션의 진짜 새로운 앨범이 기대될 정도로 그들의 등장은 반가움 그 이상이었습니다.
90년대 가장 뜨거운 인물 중 하나인 김건모의 등장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다양한 기사들은 김건모의 논란을 증폭시키기만 하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방송에 등장한 김건모는 <무한도전 토토가>에 대한 출연 의욕을 왕성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김건모 특유의 유머감각이 그대로 이어지며 노래방에서 이어지는 혼신의 공연 모습은 그동안 이어진 기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여전한 미성의 조성모는 연이어 등장하는 "나쁘지 않아"라는 멘트에 절망감에 휩싸이는 모습 역시 재미였습니다. 엉망으로 부른 박명수가 가뿐하게 통과를 받을 수 있는 점수를 받은 것과 달리, 원곡자인 조성모가 나쁘지 않다는 격려만 받는 상황 자체가 예능이었습니다.
방송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김정남의 특별한 공연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밤무대 공연만으로도 독특한 예능감을 선보였던 김정남은 소원성취가 가능해 보입니다. 아줌마가 되어 등장해 그 무엇보다 행복해하던 슈의 모습은 <무한도전 토토가>가 단순히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이 아닌 직접 무대에 오른 그들마저 행복하게 해준 방송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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