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두 명의 멤버가 하차한 <무한도전>이 직접 음주와 관련한 도전 과제를 던졌습니다. 사실 무도에서 음주는 언급하기가 부담스러운 소재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 해에 두 명의 고정멤버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자진하차를 하며 물의를 일으킨 상황에서 굳이 이를 언급하는 것이 득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무도 유혹의 거인;
김태호 피디의 정공법, 음주로 맞은 위기 음주로 풀어낸다
음주운전은 아무리 미화를 해도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음주운전은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크게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는 강력 범죄가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길과 노홍철의 음주운전은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했습니다.
무한도전은 MBC 예능의 간판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단순히 한 방송사의 간판이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간판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예능이 10년 가까이 꾸준하게 방송이 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해마다 수많은 예능들이 탄생하고 사라지는 세상에 이렇게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그 안에 특별한 것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개 예능인 무한도전이 정치권을 흔들고, 방송사 사장으로 임명을 원하는 자들이 폐지를 언급할 정도라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이명박 시절 방송장악을 하는 과정에서 낙하산 사장이 시사프로그램과 함께 무한도전을 폐지하겠다는 공헌을 한 사실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왜 그들이 9년이라는 긴 시간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역설적으로 지난 정부의 폐지 압박에서 잘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무한도전이 많은 이들에게 긴 시간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히 웃기기 때문은 아닙니다. 예능이라는 점에서 웃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웃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그들은 사회적 문제를 빗겨가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며 그 가치를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언론이 기레기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무한도전은 사라진 언론의 가치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들은 사회적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풍자로 풀어 세상 사람들에게 이를 잊지 않도록 주지하고,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방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해 말도 안 되는 도전을 하던 그들은 <무한도전>으로 거듭나며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엉뚱해 보이는 도전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집중되어 있었고, 주목받지 못한 이들을 세상에 소개하는 방식으로 우리와 마주했습니다.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며 소외되었던 그들을 주목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들의 도전에는 단순히 스포츠나 게임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은 예능이라는 특징을 최대한 살려 풍자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게 해주었습니다. 환경파괴와 훼손된 자연,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 등 우리가 주목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되는 <무한도전 나비효과>는 왜 많은 이들이 무한도전을 기존 예능과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소비가 극대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은 잔인한 복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연의 공격은 온난화로 다가왔고, 세계 곳곳은 자연재해를 경험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당장 대한민국 역시 급격한 아열대 지역화는 두려울 정도로 급하게 아열대 화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름다운 섬은 바닷물이 차올라 얼마 못가 지구상에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북극의 얼음들은 녹아내리며 북극곰들을 멸종 상태로 이끌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그들은 두 개의 컨테이너로 표현해냈습니다. 얼음이 가득한 윗 층과 뜨거운 아래층. 그리고 하나로 연결된 그들은 모두가 무너져 내리는 지옥도를 체험하게 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제대로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 절약 등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공멸을 경험할 수밖에 없음을 무도는 확실한 풍자로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식의 무도의 풍자극은 수없이 등장했고, 그런 특집들로 인해 많은 이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제의 참혹함을 잊지 못하게 하는 특집과 젊은 세대의 선거 외면을 지적하며 만들어낸 '선거특집' 등은 무도가 왜 위대한 예능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적극적인 사회적 개입은 예능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특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특별함은 무도에 대한 열정적인 팬들을 양산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구보다 강한 도덕심과 가치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무한도전은 올 해 뜻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며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길은 음주운전을 했고, 스스로 무도에서 물러나야만 했습니다. 길의 하차고 문제였지만, 더욱 큰 문제는 노홍철이 이런 상황에서 다시 음주운전으로 단속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길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질타를 받고 방송에서 공개 사과까지 했던 상황에서 노홍철은 다시 음주운전을 했고, 길과 달리 큰 파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합류한 길과 달리, 원년 멤버인 노홍철의 음주운전은 충격이었습니다. 길로 인해 직접 방송에서 사과까지 했던 무도 멤버들 중 하나인 노홍철이 모두를 우습게 만들 듯 다시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은 비난을 받아 마땅했습니다.
음주운전은 결과적으로 길과 노홍철의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곧 그들이 속해있는 무한도전에 대한 공격으로 이러질 수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문제였습니다. 실제 이들의 음주운전을 빗대어 비난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답답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무한도전은 의외의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유혹의 거인'은 말 그대로 몰래카메라 형식의 도전 과제였습니다. 무도 멤버들이 평소 촬영 전 날 만큼은 금주를 하기로 약속했고, 이런 상황 속에서 누군가의 유혹 속에서도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3주 동안 촬영된 이 방송은 10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멤버들의 마음가짐을 짚어보고 평소 자기관리를 낱낱이 파헤쳐보고자 이 특집을 비밀리에 기획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패러디까지 등장시키며 그들이 방송 촬영 전날 금주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요구하는 특집은 어쩔 수 없이 길과 노홍철의 음주운전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했습니다.
김태호 피디가 이런 특집을 준비한 것은 공식적으로 밝혔듯, 10주년을 앞두고 멤버들의 마음가짐을 짚어보기 위한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두 멤버에 대한 무한도전 식의 해법 찾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하게 피해가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한 김태호 피디의 제안은 반갑습니다. 도망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문제를 풀어내고, 10주년 진정한 가치로 만들어가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반갑기만 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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