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득의 살인범이 경찰서 청소 아줌마라는 사실은 반전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우와 절친이었던 그녀의 행동은 결국 자신의 어린 딸이 수연이처럼 폭행을 당하고 죽었다는 점에서 당연한 복수였습니다. 정우와 수연을 14년 전으로 돌려놓는 공간인 놀이터에서 보여준 그들의 교감은 왜 이 드라마가 독약 같은 작품인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낡은 신발에 담긴 모정과 시소와 단추가 전하는 교감
머리칼로 자신을 가리는 행동 하나만으로도 딸임을 직감한 명희는 조이의 집까지 찾아갑니다. 거대한 성 같은 그곳에서 망설이던 그녀는 정문을 나서는 차를 발견하고 다가섭니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조이는 비록 얼굴이 14년 전 자신의 딸은 아니지만 부정할 수 없는 딸 수연이었습니다.
조이가 사는 집으로 들어선 명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곳에 압도되어 신발부터 벗는 그녀의 모습은 곧 닥칠 감동을 예고했습니다. 14년 전의 수연과 너무 달라진 조이를 보면서 설마 하는 생각에 함부로 자신의 감정을 보이지 못하던 명희는 조이가 "잘못 했어요"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그녀가 수연임을 확신합니다.
아버지의 죄를 대신 사과하던 어린 수연의 모습이 자신의 앞에 있던 조이에게 그대로 드러나며 그녀가 자신이 알고 있는 딸 수연임을 확신하며 오열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었던 딸이 이렇게 예쁘고 화려하게 살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명희였습니다. 어머니로서 어린 딸을 지켜줄 수 없었던 그녀에게 수연은 항상 커다란 상처였습니다.
자신과 함께 있는 것보다는 수연의 과거도 모르고 이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는 딸을 놔두고 급하게 나서는 명희는 오직 딸을 지키겠다는 모성만이 존재했습니다. 너무나 급하게 나서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나선 명희는 갑자기 수연이 있던 집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녀가 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14년 동안 수연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정우에게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 통곡을 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입니다.
아들과도 같은 정우에게 수연이를 만났다는 말도 못하고, 수연을 찾는데 열중인 그를 바라보는 것조차 힘겨워 술에 만취한 그녀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그런 명희의 투정을 다 받으며 따뜻하게 감싸는 정우의 모습은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했습니다.
술에 취해 잠든 명희를 위해 약을 사러 나선 정우와 수연은 엄마의 신발을 전해주기 위해 14년 만에 찾은 골목길에서 그들은 함께 합니다. 수연이 정우를 피해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추억을 공유했던 그 골목에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교감은 강력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연이 집으로 가는데 안전하라며 고쳐주었던 전등. 그 전등을 바라보며 주문을 외우고 수연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정우의 모습과 이를 몰래 지켜보는 수연의 모습은 뭉클함 그 이상이었습니다.
약을 사고 나서 놀이터에서 홀로 놀고 있는 정우의 모습은 14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습니다. 자신이 타던 그네는 마치 수연이 타고 있기라도 한 듯, 떠밀어 주며 14년 전으로 급하게 회귀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우울하고 홀로 타던 그네를 자신이 타지 않고 밀어준 것은 조이가 수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소에 올라타 양 쪽을 오가며 행복해하는 정우의 모습에서는 다시 만나게 될 날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습니다.
정우가 시소 위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도 마치 시소에 올라탄 듯 정우의 행동을 따라하는 수연의 모습은 뭉클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네가 아닌 시소를 함께 타고 싶다던 정우. 하지만 14년 전 수연으로 돌아갈 수 없는 조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렇게라도 정우와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마주 보며 시소를 탈 수는 없지만, 그렇게 멀리서나마 정우와 하나가 된 수연은 행복하기만 합니다.
정우가 보낸 음악 메시지에 놀라는 수연은 '마법의 성'을 부르는 정우를 보면서 아련함만 가득합니다. "미워해도 좋으니까 하루에 1분 만이라도 나를 생각해줘"라는 정우의 메시지에 그리움과 사랑이 그대로 전해졌으니 말입니다. 수연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눈치 채고 수연을 급하게 돌아서 가는 장면에서도 <보고싶다>만의 정서가 가득했습니다.
뛰어가면 쉽게 수연을 잡을 수도 있는 거리였지만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수연의 뒤를 따르는 정우의 모습은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의 전부였습니다. 급하게 나아가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 자신의 진심을 보이고 그런 진실한 사랑이 전해지는 순간까지 조용히 상대를 기다리는 정우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애절했습니다.
정우와 함께 술을 마셨던 포장마차에서 홀로 술을 마시며 어머니의 신발을 손에 쥐고 행복해하는 수연의 모습은 해맑기만 했습니다. 단 한 번도 이렇게 밝은 웃음을 보일 수 없었던 수연은 정우와 어머니를 모두 만난 오늘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바람에 날린 검은 봉지를 잡기 위해 달려가는 수연과 바닥에 떨어진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주고 몰래 사라지는 정우의 모습은 감정을 극대화시켜주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형준의 심정은 복잡할 수밖에는 없었지만 말입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수연. 그래서 함부로 할 수 없는 그녀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준 조이보다는 아픈 기억만 가득한 수연으로 옮겨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최소한 외형적으로는 완벽한 조이로 살아갔던 그녀였지만, 정우를 만나면서부터 그녀가 조이가 아닌 수연이 되어가는 모습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한태준에 대한 복수를 위해 한국에 온 형준은 그의 초대에 응하고 집을 방문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살았던 집. 한태준에 의해 감금당하고 도망치다 개에게 물려 다리까지 평생 불구가 되어야만 했던 곳.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봤던 그곳에 들어선 형준은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해 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말과 자신의 집처럼 편안하다는 형준의 이 말은 강한 중의법이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한태준에게 이런 형준의 말은 다른 의미로 다가오겠지만, 형준으로서는 자신의 본심을 그대로 드러낸 말이니 말입니다. 다리가 왜 그렇게 되었냐는 한태준의 질문에도 당신 때문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형준. 과거 개에게 물린 것 때문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가다 한태준과 부딛힌 상황을 이야기하는 형준의 복수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출국 금지를 당했다는 소식에 화를 내야만 했던 수연은 오히려 감사합니다. 최소한 10일 동안은 엄마와 정우를 볼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수연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정우의 집에 갔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누구이고 정우와 어떤 사이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해리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니 말입니다. 더욱 당황스러웠던 것은 해리의 태도였습니다.
수연의 분노와 상관없이 자신이 계획하는 일이 끝날 때까지 자신과 함께 있자면 차가운 시선을 보이는 모습은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형준의 복수극을 수연이 그대로 보기를 바라는 장면에서는 잔인함마저 묻어나 있었습니다. 형준의 행동들을 보면 정 간호사의 죽음 역시 그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 간호사의 죽음으로 상황을 긴박하게 만들고, 한태준의 관심을 끌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에게 접근하는 모습은 형준을 의심하게 해주니 말입니다.
강상득을 죽인 범인이 알고 보니 경찰청 청소 아줌마였다는 사실은 분명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미 다양한 정보들로 그녀가 범인일 수밖에 없음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마지막 장면이 그리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수연처럼 자신의 어린 딸도 폭행을 당하고 죽었다는 점에서 그녀의 분노는 당연했습니다. 그런 복수는 정우가 수연의 복수를 위해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의심스러운 행동들을 알고 있는 정우가 어떤 퍼즐을 통해 14년 동안 수연과 만나지 못한 이유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있는지 알아내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14년 만에 만난 어머니가 놓고 간 낡은 신발. 그리고 그런 낡은 신발의 벌어진 틈을 채우며 행복해하는 수연의 모습에서 강한 교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얼마나 어머니를 보고 싶어 했는지는 신발을 통해 충분히 드러났으니 말입니다.
시소와 단추가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그 사물에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소는 그들이 한 번도 타보지 못했던 하지만 서로가 다시 만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비록 한 시소를 타며 서로의 교감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지켜보며 정우와 시소를 함께 타는 수연의 모습은 이미 14년 전 수연으로 돌아가 있었으니 말입니다.
정우가 빌려준 옷 속에 있던 단추는 수연의 메시지였습니다. 얼굴은 다르지만 조이가 수연이라 확신하고 수점을 직접 해 보이는 과정에서 그 집안에 남겨두었던 단추가 다시 정우에게 돌아왔습니다. 버려졌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 단추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조이가 정우에게 자신이 수연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행위였습니다. 조이를 수연이라고 이야기하기 위해 행했던 수점. 이를 위해 컵에 담겼던 단추를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가 정우의 옷과 함께 돌려준 것은 자신이 수연이라는 대답을 한 것이니 말입니다.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못하지만 조금씩 감정을 내보이는 이런 교감의 순간들은 <보고싶다>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물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이야기에 감동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정통멜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감성 연기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박유천. 우려가 되었던 윤은혜는 회를 거듭할수록 완벽하게 수연으로 빙의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역의 이미지로 인해 논란이 되기도 했던 유승호는 부드러운 얼굴 뒤에 숨긴 악마와 같은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성인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연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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