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이라고 폄하할 수 없는 흐름은 분명 존재합니다. 이를 부정하려 해도 부정이 될 수 없는 것은 실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는 높고, 이를 발판으로 다양한 한국 문화와 상품들이 전 세계인들의 기호에 적응되어 가는 시기입니다.
절대 불가할 것이라 여겨지던 성역들은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날이 정말 올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함은 방탄소년단들에 의해 현실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팝 음악을 듣고 자란 수많은 이들에게 그 성역은 절대 올라설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세계 음악시장을 지배하는 미국에서 성공하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더욱 영어권 나라가 아닌 곳에서 미국 시장을 석권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도 자막은 보지 않는 그들에게 영어 이외의 언어 자체는 불편함 그 자체였습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그 자리에서 '1cm 벽'을 넘으면 보다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다는 멋진 멘트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이 발언 때문은 아니겠지만 많은 것들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핫100 1위에 올라서며 이제 비영어권 가수들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는 기대치를 높였습니다. 물론 쉬운 도전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성역에 올라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물론 비영어 노래가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은 아닙니다.
K팝이 좋아 한국에 관광을 오거나 유학을 오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저 아시아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에서 많은 이들이 방문을 하는 일들은 아직은 신기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방탄소년단만이 아니라 블랙핑크 역시 월드투어라는 말이 적합한 투어를 통해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월드투어와 비교될 수 있는 현존하는 팝스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이런 결과는 일회성이 아니라 오랜시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월드투어라는 점에서 더욱 대단하게 다가옵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에서 비틀즈에 비견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를 동일한 잣대로 언급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시장을 '침공'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비틀즈가 활동하던 시절 인기는 BTS 광풍과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여러 기록들도 비교가 되기도 했죠.
영국은 미국과 함께 대중음악을 선도하는 강력한 국가입니다. 미국 팝보다 영국 음악을 더욱 좋아하는 이들도 많을 정도로 전설적인 그룹과 가수들이 즐비한 곳이 영국입니다. 최근에는 오아시스가 형제의 화해와 함께 완전체로 공연을 앞두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다시 한번 브릿팝의 전성기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영국에서 한국으로 케이팝 유학을 온다는 사실은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카카오와 SM이 손잡고 영국 아이들을 케이팝 스타일로 훈련시켜 데뷔시킨다는 프로젝트가 바로 '메이드 인 코리아'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BBC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송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 공영방송에서 케이팝으로 트레이닝을 받고 데뷔를 하는 자국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각국에서도 케이팝의 인기는 그저 스쳐가는 바람은 아닙니다. 점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도발적이지만 적절한 프로젝드라고 보입니다.
실제 이들이 국내로 들어와 트레이닝을 받는 과정들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첫날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케이팝의 고강도 트레이닝을 받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단순히 노래만이 아니라 춤도 잘 춰야 하고, 인성 교육도 특별하게 받아야 하는 한국식 교육이 과연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궁금합니다.
그들은 영국 현지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케이팝을 할 것인지 아니면, 영국 선배들의 뒤를 따를 것인지 묻는 질문에 무엇을 하겠다고 단언하지는 않았습니다. 굳이 둘 중 하나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실력과 스타성을 갖추고 있다면 어떤 형식의 노래를 선택하는지는 이후의 문제이니 말입니다.
남미에서는 최초로 케이팝 걸그룹이 탄생했습니다. 남미 현지인들을 뽑아 한국식 트레이닝을 거쳐 케이팝 걸그룹으로 데뷔시킨 것이죠. 페루에서 선택해 만들어진 '블링원'은 새로운 역사를 작성했습니다. 페루에서도 최초이지만, 남미의 케이팝 열기를 현지인을 통해 이어가겠다는 전략은 아직 완성형은 아닙니다.
월드케이팝센터는 '클릭더스타(Click the Star)'라는 글로벌 케이팝 오디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 세계 32개국에서 국가대표를 선발해 32개 글로벌 케이팝 걸그룹을 양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페루에서 시작된 '블링원'입니다. 이들은 현지인이지만 오디션을 통해 걸그룹 멤버가 되면 케이팝 시스템을 이용해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데뷔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데뷔 후에는 자국으로 돌아가 가수로서 활동을 이어가는 방식입니다.
페루에 금의환향해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행복해하는 블링원을 보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대단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이런 시작들은 결국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젝트가 어디까지 확장되어 갈지도 궁금해집니다.
한국인은 존재하지 않은 케이팝 걸그룹의 원조는 디알뮤직의 '블랙스완'입니다. 처음 그들이 데뷔할 당시, 그들은 정말 케이팝 걸그룹이냐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인이 없는 케이팝이 정말 케이팝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들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블랙스완의 신곡 '롤업 Roll UP'이 발표되자마자 남아공화국, 핀란드, 포르투갈, 말레이지아, 터키, 베트남, 미국, 호주 등 8개 국가에서 아이튠즈 댄스 차트 1위를 기록했습니다.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죠. 이들 국가만이 아니라 다양한 국가에서 차트인을 했다는 것은 그들이 케이팝 걸그룹으로서 성공가도를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블랙스완의 성공은 결국 한국인이 만들고 한국인들이 주가 되는 케이팝 시스템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 팝이 자연스럽게 현대 음악에 주류가 되고, 그들의 음악에 영감을 얻어 새로운 음악을 만들던 흐름에 케이팝도 가세하게 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하이브는 게펜 레코드가 손을 잡고 미국에서 데뷔한 '캣츠아이'를 데뷔시켰습니다.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이들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국내 대표 아이돌 기획사와 유서 기업 미국기업이 손을 잡고 아이돌을 데뷔시켰지만, 시간은 필요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이들의 데뷔 과정을 담은 '팝 스타 아카데미:캣츠아이'가 방송되며, 스포티파이 등에서 이들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중입니다. 블랙스완도 그렇지만 자신들을 알리고, 좋은 곡을 받아 세상에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이 다큐멘터리는 캐나다, 프랑스, 덴마크, 싱가포르 등 8개 국가/지역 시청 랭킹 '톱10'(8월 26일 기준)에 올라있습니다. 다른 여러 국가와 지역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기폭제로 보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청년 다섯 명이 모인 '디어 앨리스 Dear Alice'는 시작과 함께 다큐멘터리로 공개하고 있는 중입니다. 국내에서 오디션 과정을 리얼리티 쇼로 공개하는 경우가 일상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런 방식도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습니다.
이 과정은 데뷔와 함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노래가 나오기 전 많은 이들은 이들이 누군지 알게 되고, 감정적으로 동화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데뷔 전부터 팬들이 모이게 되고, 이들은 강력한 힘으로 작동하게 되죠.
방송을 보고 계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 이들이 모두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팬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 북미 통합 법인이 만드는 '디어 앨리스'는 지난 8월 17일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 시간, 영국 BBC 메인 채널인 BBC One과 iPlayer에서 공개 중입니다.
이 도전이 흥미로운 이유는 비틀즈의 나라에서 BTS의 나라로 와서 트레이닝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은 역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미국도 아닌 한국을 주요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당연하게도 한국 기업이 만든 그룹이기 때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라면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특정 국가를 비하할 목적은 아니지만, 인지도가 낮은 국가에서 이런 식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이런 반응도 나올 수 없습니다. 물론 이런 시도 자체가 가능한 것은 그만큼 한국의 대중문화가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팝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영국에서 한국의 케이팝의 기획과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곳에서 음악을 하는 젊은이들이 글로벌 스타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는 것 자체가 상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프로젝트가 단순히 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하나의 문화 현상입니다.
이들을 글로벌 OTT와 유명 채널에서 공개한다는 것도 중요합니다. 케이팝이 하위 장르가 아닌 이젠 주류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디에서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케이팝은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주류로 올라서고 있다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넷플릭스와 BBC에 이어 애플TV+에서는 '웰컴 투 케이팝: 아이돌 이야기(K-Pop Idols)'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준비했습니다. 제시, 크래비티, 블랙스완 등 다양한 배경과 스토리를 가진 K팝 스타들이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채널에서 케이팝을 다루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세계는 케이팝을 주목하고 있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시점 가장 핫한 음악이 케이팝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자랑하는 최고 팝스타들과 견줘도 티켓파워에서 밀리지 않는 케이팝 스타들의 위상은 이런 사회적 현상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제작 환경은 보다 다양하고 다채롭게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와중에 문제가 나올 수도 있고, 사기를 치려는 자들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케이팝을 이용해 꿈을 실현하려는 수많은 이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겠죠.
케이팝을 만들고 실현하는 주체가 한국인이 아닌 보다 다양한 국가와 인종들이 뛰어든다면 이는 환영할 일입니다. 하나의 장르로 우리의 케이팝이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렇게 데뷔한 이들이 몇 년 후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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