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만 넘실대는 현실에서 나영석 PD의 전략은 다시 한 번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수많은 예능들이 등장하고 실패하는 요즘 케이블 방송에서 6%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저 하루 밥 세끼를 챙겨먹는 단순한 행동만 존재하는 <삼시세끼>의 성공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빠르지 않아도 좋은 예능;
남들이 하지 않은 평범함, 그 일상에 대한 섬세한 접근이 시청자 홀렸다
시골에 들어가 하루 삼시세끼를 챙겨 먹는 것이 전부인 예능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의 의문과 달리 이 예능은 시작과 함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성공했습니다. 출연진인 이서진까지 이 프로그램은 실패했다고 이야기를 할 정도로 너무 평범해서 기괴한 이 예능의 성공은 대단함으로 다가옵니다.
최근의 예능은 성공이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스타들을 대거 배치를 해도 성공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삼시세끼>의 성공의 의외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서진과 택연 단 둘이 한적한 시골 마을의 집에서 텃밭에 난 작물들을 이용해 하루 삼시세끼를 스스로 챙겨 먹기만 하면 되는 방송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나영석 피디가 tvN으로 자리를 옮긴 후 처음 기획하고 실행한 <꽃보다 할배>가 성공을 하면서 부터였습니다. 평균 나이 70대 할아버지들의 배낭여행을 하는 콘셉트마저 성공을 시킨 이들의 능력은 대단함 그 이상이었습니다.
친구들끼리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던 여행 <1박2일>의 해외판이라 볼 수도 있었던 <꽃보다 시리즈>는 할배들과 누나, 그리고 청춘으로 이어지며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했습니다. 여행 예능의 가치와 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나 피디의 전략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도 예능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으니 말입니다.
<꽃보다 시리즈>에서 의외의 예능 원석인 이서진의 발견은 나 피디의 능력이기도 했습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를 섭외해 그 부조화 속에서 조화를 찾아내는 방법은 나 피디의 특징이자 능력이 되었습니다. 자극은 평범이 되고 그런 평범은 보다 자극적인 상황들에만 집착하는 게 현실입니다.
자극이 넘실대는 현실 속에서 자극이 지겨워진 시청자들에게 나영석 피디의 예능은 청량제와 다름없었습니다. 평균 나이 70대 할배들과 연예계에서 잔뼈가 굵은 누나들, 그리고 음악 하는 청년들과 연기하는 청년들의 여행들은 모두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기획이었지만, 성공의 원칙이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기대했던 예능이 아니라, 누구도 예상하지 않았던 예능으로 승부한 나 피디의 승부수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예능 초보를 단숨에 국민 짐꾼으로 만들어낸 나 피디는 이서진이 의외로 요리를 잘 한다는 것에 착안해 그를 위한 맞춤식 예능을 선보였습니다. 그저 간단하게 밥만 해서 먹는 단순함의 극치인 상황을 예능으로 만들어낸 나 피디의 선택은 시작부터 대 성공이었습니다.
<꽃보다 시리즈>에서 보여준 엉뚱한 그래서 재미있었던 이서진의 요리를 특화시켜 새로운 예능으로 만들어낸 나 피디의 과감함은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서진과 택연이 나 피디와 제작진을 따라 나선 그 낯선 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서울 생활만 하던 이 남자 둘이 어떻게 생활을 할지 궁금했던 이들에게 그들의 일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이었습니다.
이서진과 택연이 함께 하는 이들은 강아지 밍키와 염소 잭슨, 마틸다, 올리비아, 소피아, 엘리자베스, 그레이스라는 이름을 가진 닭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함께 사는 동물들에게 명명된 이 이름들과 그 동물들마저 의인화시켜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나 피디가 만든 능력이었습니다.
염소 잭슨이 이서진을 좋아한다는 이 설정은 이 기괴한 예능이 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일상적인 그래서 평범한 그들의 모습을 특별하게 만들어내고, 방송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에 가치를 부여해 이를 흥미롭게 해주는 나 피디의 예능은 성공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낯선 그래서 특별한 시골에 비가 내리고, 그렇게 내리는 비에 집중해 그 빗소리를 예능으로 이끌어내 관심을 이끄는 특별하지 않은 그의 시선은 그래서 반가웠습니다. 매 회 이서진과 친한 연예인들이 등장하고, 그들과 함께 밥을 해먹는 과정은 그래서 정겨웠습니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행복한 밥 한 끼에 즐거워하는 그들의 일상은 기존 예능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가치였습니다. 그저 밥 세끼를 준비하고 챙기고, 먹는 과정이 이토록 흥미롭게 가치 있는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도 <삼시세끼>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우리가 항상 먹는 삼시세끼. 그리고 그런 준비를 하는 어머니, 부인의 노고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예능은 특별합니다. 대단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일상의 소소함이 사실 얼마나 위대한 행위의 연속인지 이 방송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너무 평범한 일상이라 외면했던 그 삼시세끼가 이렇게 위대한 행위의 반복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삼시세끼>는 대단한 프로그램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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