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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서른, 아홉 3화-섬세한 감정선들로 이끈 세 친구와 시한부

by 자이미 2022.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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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섬세하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연기력이 좋은 배우들이 나왔다는 점이 이런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마흔을 앞두고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던 세 친구에게 벌어진 일들이 때로는 버겁게 다가온다.

 

의사라는 이유로 친구의 시한부 판정을 가장 먼저 알게 된 미조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당이 안된다.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아무리 의사라 해도 그 상대가 가족 이상의 친구라면 힘겨울 수밖에 없다. 

세 친구는 20년 동안 가족처럼 지냈다. 서로 하나도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항상 붙어 다니는 친구들이다.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결혼과 관련한 이야기에 더해,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도 농담으로 받아칠 정도로 아직 이들에게 죽음은 먼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렇게나 죽음을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이게 현실이 되면 농담처럼 했던 그 모든 것들이 자책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주희가 결혼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찬영이 우리 장례 치르고 죽으면 된다고 언급했었다.

 

친구들끼리 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이야기였지만, 가장 오래 사는 것처럼 이야기되었던 찬영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마치 자신이 한 발언이 저주가 되어 그를 노린 것처럼 말이다. 그게 못내 마음 아프고 힘들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하는 자책까지 할 정도로 말이다.

 

진석을 찾아가 분노를 쏟아낸 미조는 찬영 사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날 그곳에는 찬영의 아내인 선주가 와 있었다. 그리고 남편 주변에 있는 찬영에게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관계가 아니라도, 심리적 바람도 바람이다.

 

그런 점에서 찬영은 선주의 폭언들을 감내했다. 문제는 미조였다.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닌 미조는 선주에게도 분노하기 시작했다. 친구를 함부로 했다는 이유였고, 뺨까지 때린 상황은 "살면 얼마나 산다고"라는 말에 이성을 잃고 말았다.

 

시한부 친구 앞에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 자를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 결혼했는지 너무 잘 아는 미조로서는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의 행복을 방해하고 빼앗은 자가 이제는 죽음을 언급한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경찰서까지 간 미조는 후회하지 않았다. 미조보다 더 당황한 것은 찬영이었고, 급하게 진석을 불러 해결하라 요구한다. 고소한다는 선주에게 정리하라 한다. 반박하는 선주에게 내가 뭘 몰라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느냔 말로 정리했다. 선주의 과거를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참고 있는 진석이었다.

 

스물아홉 소원에게는 아홉수는 지독하고 잔인하고 감싸고 있다. 어머니가 사망한 후 극도의 외로움과 불안감을 보인 소원은 모든 것이 주어진 미국 생활을 버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파양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말이다.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한 피아니스트인 소원은 한국에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했다. 그리고 술에 취해 자신의 선물을 고르는 오빠에게 전화했다. 동료들과 회식하고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의상만으로도 전해지는 소원은 룸에서 일하고 있었다.

 

자발적 붕괴를 선택한 소원은 지독한 상실감을 그렇게 자신이 살아왔던 삶과 정반대 형태로 드러내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소원을 선우 친구가 우연하게 봤다는 것은 이후 변수로 다가올 수도 있어 보인다. 절친이라 소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해봤다.

 

선우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침묵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건 정말 친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찬영은 엄마의 부름으로 양평 집으로 향했다. 식당을 하는 부모는 열심히 살고 있다. 그리고 스스럼없이 함께 잠을 청하고 농담을 할 정도로 가족은 화목했다.

 

미조는 주희가 일하는 백화점까지 찾아갔다. 그냥 왔다고 하지만 뭔가 있다는 것을 주희는 알고 있다.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며 벤치에 앉는 모습까지도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임을 친구는 안다. 하지만 주희가 어머니와 통화하고 내일 병원 같이 간다는 말에 미조는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고3이던 그때 암 판정을 받고 지독하게 고생하고 이제 이겨내고 있는 주희에게 친구가 시한부라는 이야기를 그것도, 엄마 예후를 확인하기 전날 밝히기는 것은 고역이었다. 누구보다 옆에서 암 투병하는 어머니를 간병하던 주희를 봐왔던 미조로서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현준 가게에서 고량주를 마시던 주희는 술주정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책임져야죠"라는 말을 시작으로 동네 단골 가게를 대신한 퓨전 중국집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미조로 향했다. 분명 뭔가 이야기하려 하는데 말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자신이 너무 약해 보이니 말을 못 한 거라며 속상해하는 주희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 카드'로 계산하는 창의적인 술주정을 하고 말았다.

 

멀쩡한 현준이 보기에는 과한 주사였고, 술을 마신 주희로서는 기억에 없는 과정일 뿐이었다. 술에서 깬 후 돌아오기 시작하는 전날의 기억들은 이제 깨어난 이의 지독한 부끄러움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다. 현준에게 주희는 그저 동네 고객일 뿐이다.

 

자신의 큰누나 같아서 참았다는 말에 주희는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미조나 찬영과 달리, 혼자 나와 스스로에게 발끈하는 수준이지만, 서로가 맞지 않다는 확신만 하게 만드는 상황들이었다. 마흔을 앞둔 주희의 로맨스는 그렇게 물 건너가는 순간이었다.

 

고민은 많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불안하고 힘겨운 미조 곁에는 선우가 있었다. 누구보다 세심하게 그를 바라보고 챙기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말하지 못하는 고민이 가득한 미조를 보며 선우가 건넨 방법은 단순했다. 뛰는 것이었다.

몸을 괴롭혀 고민들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전형적인 방식은 언제나 통한다. 복잡한 마음을 단순하게 만들고 차분하게 해 주니 말이다. 그렇게 미조는 선우에게 찬영이 아프다는 말을 꺼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선우에게 해준 것은 다른 이들보다는 덜 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낯선 혹은 그렇게 친하지 않은 이들에게 보다 더 많은 비밀을 언급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이니 말이다. 당사자인 찬영에게 이 사실을 전해야 하는데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는 미조는 힘겹기만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렵게 집에서 돌아온 찬영을 만나러 간 미조는 연기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며 감정이 격해지기도 했다. 이 아이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토록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친구가 마흔도 되기 전에 죽어야 한다는 사실과 이를 전해야 한다는 것 모두 지독한 형벌처럼 다가왔다.

 

둘만 남은 상황에서 언제나처럼 술을 찾는 찬영에게 차 마시자며 어디 없냐 묻는 미조의 행동을 손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일상적이지 않은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임을 말이다.

 

CT 찍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미조의 말에 "안 좋구나"라고 바로 대답하는 찬영은 어느 정도 상상은 한듯했다. 그런 찬영에게 "야! 우리 30대야. 더 놀아야 돼"라고 이야기하는 미조는 감정 조절에 실패했다. 확정적으로 시한부라는 사실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겨우 서른아홉, 서른의 끝자락에서 맞이한 가족 이상의 친구에게 내려진 시한부는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절망만 하고 시간을 보낼 수 없다. 미국으로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시한부 친구와 함께 가장 화려하고 멋진 서른아홉을 보내려는 미조와 찬영, 주희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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