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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서른, 아홉 4화-역사상 제일 신나는 시한부가 되어줘

by 자이미 2022.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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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치료를 받지 않으면 많이 살아야 6개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만약 마흔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이런 판정을 받게 되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직후는 현실감각이 떨어져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다.

 

주희 생일 친구들은 나이트클럽에 가기로 했다. 찬영은 당시 유행하는 모습이지만, 주희는 결혼식장 복장으로 왔다. 그것도 모자라 뒤늦게 합류한 미조는 당시 유행했던 떡볶이 코트에 커다란 안경까지 쓰고 와서 입장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주희로서는 인생 첫 나이트 경험에 들떴지만, 장소는 포장마차로 옮겨질 수밖에 없었다. 케이크 촛불마저 바람이 대신 꺼준 주희의 생일은 그렇게 친구들에게도 깊이 각인되었다. 누가 봐도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의 한 부분이니 말이다. 

 

찬영은 미조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췌장암 4기라는 확정 판정을 받았다. 0.8%의 확률로 살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 수치는 오진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존 확률이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1년은 살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찬영은 미조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미조와 병원에 누워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는 찬영이 다투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0.8%의 확률을 기대하며 병원에 눕고 싶지 않은 찬영과 달리, 미조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게 최선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치료를 거부하는 찬영에게 부모님께 연락해 상의해 보겠다는 말에 "누구랑 상의해, 내 인생인데"라며 화를 냈다.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내 인생의 마지막을 누구와 상의하냐는 찬영의 말이 핵심일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그의 삶에 훈수 둘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시한부 인생을 현실로 받아들인 그 순간 주희는 행복한 이야기를 한다. 인생 최초로 복권 4등에 당첨되어 750만 원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들에게 한턱 쏘겠다는 주희는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그날 친구들과 동네 중국집에서 술을 마시다 이상한 상황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항상 자신은 무슨 일이 생기면 마지막에 알게 된다며 서운함을 표시한다. 너무 순하고 마음이 약한 주희를 너무 잘 아는 친구들은 충격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왔지만, 그게 서운함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늘도 자신도 모르는 뭔가가 있다.

 

행복한 자리라 생각하고 술을 마시는 와중에 미조가 찬영의 술을 빼앗아 마신다. 그게 정상일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 미조는 찬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명을 언급했다. 찬영의 너무 해맑은 주희를 보고 오늘은 말하지 말자고 했지만, 자신을 제외하고 비밀을 공유한다는 오해를 풀어야 했다.

 

기분 째지게 좋은 날 친구 암 선언을 들어야 했던 주희는 회사에서도 울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음 여린 주희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소식이었다. 인생은 언제나 행복과 슬픔이 공존한다. 어느 한쪽만 존재하는 삶은 없다는 점은 이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잘 보여주었다.

 

미조에게는 선우가 있었다. 친구의 암 판정을 들었고, 이를 전하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웠지만 선우가 다독여줘 그나마 참아낼 수 있었다. 그날도 병원에서 선우의 말들이 설렘을 주지만, 친구가 아파 슬프다고 한다. 그런 미조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선우에게서 그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지갑을 병원에 두고 온 미조 언니 미현이 이를 목격하고 부모님께 알리면서였다. 드디어 미조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이 가족들은 반갑고 기뻤다. 상대인 선우가 좋은 사람이란 사실에 아내에게는 섣불리 나서지 말라고 하더니, 다음날 병원을 찾아 선우를 보며 행복해하는 미조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다.

진석은 선주에게 이혼을 선언했다. 말하지 않은 비밀은 아들 주원이 사실은 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임신을 했다는 사실에 진석은 찬영과 사랑을 이어가지 못하고,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주는 한 번도 아들을 따뜻하게 바라본 적이 없다. 

 

알면서도 진석이 이혼하지 않고 버틴 것은 아들이 어리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친자식은 아니지만 태어나면서 키웠던 아들은 친자 유무와 상관없이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하는 진석이었다. 이혼 역시 더는 선주와 같은 엄마에게서 아이가 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미조는 미국 가기 전까지 매니저를 자처하고 나섰고, 친구들의 예상처럼 주희는 쏟아지는 눈물에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미조처럼 주희도 몸에 좋은 것들을 잔뜩 사서 작업실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에는 진석이 와 있었고, 찬영은 단둘이 있기를 원했다.

 

누가 더 쇼킹한 지 내기하면 이길 수 있다는 진석은 주원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밝혔다. 4살 친자가 아닌 것을 알았다는 진석은 당시 술을 마시고 다닌 이유가 그것이라 했다. 이보다 쇼킹한 일은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 진석은 찬영의 이야기에 바로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이야기에 오열하는 진석은 정말 그를 사랑했다. 아이가 너무 어려 이혼을 결심하지 못했던 진석은 그게 원망스러웠다. 자신이 좀 더 빨리 용기를 냈다면 병에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죄책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미조는 가족들 앞에서 심각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만, 가족들은 웃기만 한다. 미조가 결혼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정말 심각한 이야기라는 말에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가족들은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찬영이가 아프다며 안식년 친구 돌보는데 쓰겠다는 말을 하며 오열하는 미조에게 달려가 안아주며 언니가 지켜줄게라며 다독이고, 아버지는 내 딸 잘 생각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보약 한채 해주겠다며 건강해야 친구 돌봐줄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 가족은 모두가 상상하는 완벽한 모습이었다.

 

미조는 이런 사랑스러운 가족만이 아니라 선우도 있었다. 다짜고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 선우의 행동에 순간 다른 생각도 했다. 그 장소 무슨 의미인지 둘은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선우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것은 게임을 하자는 것이었다.

 

피시방을 갈 수는 없고, 자신의 집에서 내기를 하자며 승부욕을 돋우는 선우의 행동에 미조는 지독한 긴장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피시방에서 자주 먹는 컵라면이나 삼각김밥, 핫바까지 완비해서 미조에게 감동을 주는 선우라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범죄다.

 

항암치료를 거부하는 찬영에게 미조는 마지막으로 묻는다고 했다. 찬영의 말이 달라질 수는 없고, 그렇게 미조는 백화점을 들려 쇼핑을 했다. 그리고 주희는 은행 들렸다 작업실로 간다고 한다. 그렇게 작업실에 모인 세 친구는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주희가 은행에 들린 것은 복권 당첨금을 찾기 위함이 아니었다. 자기 인생 처음 찾아온 큰 행운을 찬영에게 주겠다고 했다. 파쇄기에 넣어 절대 찾을 수 없게 한 주희는 내 행운 가져가서 4등 했으니, 4년 더 살라고 한다. 몇 달치 월급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의 행운을 친구에게 전하려는 주희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

 

미조는 신나게 놀 건지 아니며, 심각할 건지 선택하라 한다. 죽음을 앞두고 심각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우울하게 죽음을 맞지 말자는 것이 미조의 제안이었다. 주희 생일에 나이트 가지 못한 한을 이번에는 풀자며 쇼핑한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역사상 제일 신나는 시한부가 되어줘"라는 미조의 제안에 친구들은 행복할 수밖에 없었다. 우울한 죽음을 맞이하기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니 말이다. 그렇게 나이트가 아닌 클럽을 찾은 친구들은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어울리지 않는 의상에 막춤을 추는 친구들이 부끄럽기만 한 찬영이지만, 그런 친구들이 너무 좋았다. 죽음을 앞두고도 허물없이 자신 곁에 남아준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 그렇게 클럽을 나온 친구들이 목격한 것은 룸살롱 앞에서 다투는 선우였다.

 

선우는 친구와 식사를 하며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가 신중하게 꺼낸 이야기를 믿을 수가 없었다. 화를 내고 친구가 말한 곳에 간 선우는 동생 소원이 손님들 옆에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이었다. 집에 가자는 오빠의 말에 내가 집이 어디 있냐고 반응하는 소원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억지로 룸살롱 밖까지 나가기는 했지만, 종업원들에 의해 선우만 밖에 남게 되었다. 그렇게 우는 선우와 세 친구들은 마주쳤다. 이번에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슬픔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살고 있는 세 친구들과 달리, 지독하게 슬픈 선우를 봐야만 했다.

 

기쁨과 슬픔이 혼재되어 있는 우리 삶에 미조, 찬영, 주희와 같은 친구들이 있다면 축복받은 삶이다. 그런 친구 한 둘이라도 곁에 둔 삶이라면 잘 산 인생이라는 의미다. 아무리 전화 목록이 넘친다고 해도, 진정한 친구는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가장 행복한 시한부 삶은 드라마 작가가 만든 설정이 아니다. 실제 미국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장례식을 치르는 경우가 존재했었다. 우울하게 죽기보다 친구와 가족들과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웃으며 죽음을 맞이한 사례는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울하게 죽음을 맞이할지, 정해진 마지막을 가장 사랑하는 이들과 행복하게 마무리할지는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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