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2030 세대에게는 이제 익숙하지 않은 과거의 역사로 인식될지 모를 전두환 일당의 쿠데타를 그린 '서울의 봄'입니다. 희대의 살인마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킨 이 사건은 이후 광주시민들의 대학살로 이어지는 이유로 작동합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희대의 판결까지 나온 대한민국의 역사는 잔인했습니다. 군사정권이 몰락하자마자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두환 일당은 자신의 체육관 대통령의 정당성을 위해, 광주 시민들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몰아가며 최전방 공수부대원들까지 투입시켜 시민들을 학살한 이 사건은 현대사 가장 추악하고 아픈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런 전두환 일당의 만행을 미국은 알면서도 용인했습니다. 이런 현대사를 모르는 젊은 세대들에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서울의 봄'이 개봉된 후 '심박수 챌린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심박수를 체크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심박수를 체크해 어느 시점 가장 분노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공유하는 하나의 놀이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를 보고 분노한다는 것은 그 역사적 사실에도 분노한다는 의미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름이 바뀌기는 했지만 역사적 진실은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군인들이 자신들이 권력을 탈취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행위에 대한 분노하는 것은 아직 시민들의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일부 쿠데타 추종자들은 전두환을 신처럼 모시고, 극우집단들은 이 모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기에 여념이 없는 현실입니다. 제대로 처벌도 받지 않고, 쿠데타로 집권하던 시절 강탈한 엄청난 금액으로 대를 이어 풍족한 삶을 사는 이 자들은 역사의 죄인입니다.
벽에 X칠을 할 때까지 살고 죽은 전두환을 여전히 추모하는 한심한 집단들에게 '서울의 봄'은 외면하고 싶은 진실일 겁니다. 아무리 진실을 왜곡하고 감추려 해도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예를 영화 '서울의 봄'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2일 만에 450만 명을 넘긴 '서울의 봄'은 팬데믹 이후 두 번째 천만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7번째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500만을 모은 '밀수'와 1068만을 모은 '범죄도시 3'의 기록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이 영화는 처음 4050 세대들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그 시절을 겪은 세대들에게는 익숙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이들만이 아니라 2030 세대들까지 사로잡았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CJ CGV 예매 분석에 따르면 '서울의 봄'의 예매 관객 중 20∼30세가 56%인 것으로 나타났다 합니다.
남성과 여성 관객의 비율은 각각 49%와 51%로, 남녀노소 모든 관객에게 고른 지지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사실도 흥미롭죠. 쿠데타를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공감을 불러온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사를 되돌리려는 정치 무리들이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이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앞서 언급한 '심박수 챌린지'를 보고 영화사 측은 영화를 여러 번 반복 관람하는 'N차' 관객 중 추첨을 통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푸시팝' 장난감과 심박수 체크가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선물로 증정하는 이벤트까지 진행 중입니다.
이것만이 아니라 반란군 수장인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이 괴한들에게 납치돼 괴롭힘을 당하는 영화 '인질' 다시보기까지 인기라는 점입니다. 전두광이 전두환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인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의 분노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이 현상은 흥미롭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IPTV·디지털케이블TV·VOD 주간 이용 순위를 집계하는 온라인상영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인질' 이용건수가 '서울의 봄' 개봉 첫 주 대비 둘째 주에 320% 급증했다고 하니 이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 '인질' 배급사인 뉴(NEW)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 '누군가가 계속 맞는 영화'라는 제목으로 영화 '인질' 주요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올리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봄' 흥행은 신군부 반란 세력이 집권한 제5공화국 정부를 다룬 MBC 드라마 '제5공화국'까지 덩달아 주목받게 했습니다. MBC는 '서울의 봄' 흥행세에 힘입어 드라마 '제5공화국'을 MBC ON을 통해 특별 편성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도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점에서 참 흥미롭습니다.
단순한 오락 영화로서 흥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서울의 봄'이 가지는 힘은 큽니다. 시대적 고통과 부조리에 대해 관객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조리극에 관객들이 분노하고 함께 공감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다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갈증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서울의 봄'은 관객 평점 역시 높습니다. CGV 골든에그지수 99%, 롯데시네마 평점 9.7점, 메가박스 평점 9.5점, 네이버 관람객 평점 9.57점 등 만점에 가까운 평가들이 쏟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영화적 완성도 역시 높다는 반증일 겁니다.
김성수 감독의 현재 흐름에 맞춘 스타일 반영도 성공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두광과 이태신이라는 선악 구도를 극대화하면서도 전쟁 영화 스타일을 스타일리시하게 풀어냈다는 점도 '서울의 봄' 성공의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전두광 역할을 한 황정민 포스터에 수많은 주먹질로 뚫린 모습은 시민들의 분노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쉽게 얻어지지도 않지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음을 우린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경험하고 있기에 이 분노는 더욱 반갑게 다가옵니다.
'서울의 봄' 흥행으로 전두환 일당에 맞섰던 이들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는 사실도 반갑습니다. 79년 1212와 전두환의 쿠데타로 이어지는 참혹한 현실. 이런 전두환과 노태우 일당을 무너트린 시민혁명까지, 우리의 근대사는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고달픈 여정이었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피로 일궈낸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파괴되고 있는 현실은 '서울의 봄'을 더욱 특별한 가치로 만들어줍니다. 우리 현실이 전두환 일당의 쿠데타 시절과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단 사실이 관객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역사는 돌고 돕니다. 지독한 군정을 이겨내면서 쟁취한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과거 군부 독재로 돌아가도록 부추기는 현실 속에서 '서울의 봄'에 열광하고 분노하는 관객들의 모습은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피 속에는 언제나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DNA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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