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준 팬이라면 분개할 전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굳이 그를 희생해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상황에 따라 주인공을 제거해 보다 큰 반전을 꾀하는 경우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의아하게 다가옵니다.
'소방서 옆 경찰서'는 김래원과 손호준이 핵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제목마저 소방서와 경찰서가 전면에 나선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기도 하죠. 여기에 공승연이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존재로 등장하며 긴장감과 러브라인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시즌 2가 되면서 제목에 국과수가 붙었습니다. 이야기를 더 확장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지고, 이들의 활약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도 컸죠. 그만큼 김래원 손호준이 가져오는 긴장감과 공승연과의 관계에 이어, 국과수 역할이 커지며 사건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었습니다.
현재까지 드라마는 지루할 정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중 하나인 손호준을 희생시키며 이 드라마는 무엇을 얻었을까요? 결국 손호준을 회상시키며 우려먹는 방식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과연 손호준을 희생시켜 얻을 수 있는 것이 뭔지 의아합니다.
손호준과 계약 관계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의심을 할 정도였습니다. 작가가 손호준을 싫어해서 빠르게 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손호준의 죽음을 통해 소방관들의 처우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은 나옵니다.
손호준을 죽음을 내몬 자도 전직 소방관이었다는 점. 그런 그가 방화범이 되어 범죄를 저지른 것은 소방관 처우개선을 위한 행동이라는 식의 전개는 과연 누구를 위함인지 씁쓸했습니다. 소방관 처우를 알리기 위함이라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미 시즌 1에서도 소방관 처우 문제는 자주 다뤘습니다. 그리고 이를 모르는 이도 없습니다. 여기에 다른 방식으로 소방관의 현실을 언급하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을 죽이는 행위가 과연 무엇을 위함인지 씁쓸하기만 합니다.
주인공을 이야기 전개 도중 사망으로 이끄는 것은 충격 요법일 수밖에 없습니다.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시청자들이 패닉에 빠지면 빠질수록 이후 이야기에 대한 집중력이 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이런 관심의 연장은 없을 듯합니다.
손호준을 소방관의 처우와 현실 문제를 정리하고, 시간을 두며 국과수를 부상시켜 이야기 흐름을 새롭게 잡아가는 과정을 보면 그의 죽음이 이후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거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시즌 2 초반 손호준을 제거한 것은 김래원과 공승연의 관계를 확장시키기 위함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의 죽음 이후 생전 건넨 반지를 끼며 김래원과 멀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렇게 이들의 관계가 단절될 것이라 보는 이들은 없습니다. 손호준 죽음 직후 김래원과 연인 관계로 가져가는 것이 민망해 텀을 주는 것뿐이니 말입니다.
결국 이 드라마는 김래원이 원톱이라는 의미이고, 이야기의 중심 역시 소방관보다는 경찰서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국과수까지 더해지며, 사건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소방관과 국과수가 경찰서의 형사 김래원을 돕는 구성으로 진행될 것이란 의미겠죠.
손호준 동생으로 나온 지우가 국과수로 다시 복귀해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면, 여성의 역할이 커지는 최근의 경향을 따르겠다는 의도이기도 할 겁니다. 현재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손호준의 죽음으로 이야기의 서사가 거대해지거나 특별해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망조로 기록되었고 더는 시리즈 전개를 하지 못하게 만든 '식샤를 합시다 3'에서 특별출연한 서현진을 죽이면서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어차피 매번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여자가 바뀌는 패턴임에도 굳이 서현진을 죽음으로 정리한 것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작가는 나름 그 죽음의 상처를 남겨진 이들에게 부여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서사가 풍성하게 만들어져 시청자가 집중할 가능성은 적죠.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가진 죽음이 아니라면 그 죽음 하나로 서사가 더욱 강력하게 구축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저 김래원에 집중시키기 위한 하나의 선택일 뿐입니다.
'소방서 옆 경찰서 2' 역시 이런 우를 범했습니다. 손호준을 초반 죽음으로 내몰며 반대급부를 챙기려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얻어지지는 않을 듯합니다. 호불호가 분명한 출연진들에 대한 반대급부만 커질 가능성이 크니 말이죠. 손호준은 이런 시나리오를 받고 과연 쉽게 납득했을까요? 굳이 이렇게 죽여야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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