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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스물다섯 스물하나 10화-여름까지 산 수학여행,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by 자이미 2022.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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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느라 수학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희도와 유림을 위해 이진은 수학여행을 준비했다. 그렇게 엄마와 동생이 거주하는 포항으로 아이들만을 위한 수학여행을 떠났다. 영원할 것 같다던 이들의 추억은 성인이 된 희도가 딸 민채의 이야기에 기억나지 않는다며, 영원한 건 없다고 한다.

 

남들은 다 해보는 일상의 평범함을 누리지 못한 희도와 유림을 위한 이진의 선물은 그들의 추억이었다.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추억은 영원할 것처럼 느껴졌지만, 인간에게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인이 된 희도가 딸 민채의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회사 생활은 만만하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그곳은 작은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자들과 어쩔 수 없이 생활할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진은 악랄한 박 피디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선배의 조언처럼 자신의 싸움으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개인의 평화에는 관심 없다는 선배 조언처럼 가식적인 박 피디는 사람들 앞에서는 호인처럼 행동하고, 따로 불러 온갖 악담을 쏟아내는 본심은 한심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일 뿐이었다.

 

고졸 출신을 앞세우고 몰락한 가족과 아버지를 조롱하는 자 앞에서 꾹 참아야 했던 이진에게 회식자리라고 편할 수는 없었다. 내년부터는 고졸 출신은 뽑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말에 이진은 마시지 않는 술까지 마셔야 했다. 

 

공개적으로 고졸을 언급하는 국장 앞에서 기분을 맞춰줘야 하는 이진은 넉살도 늘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알아봐 주는 선배 앞에서 잘 돼야 된다는 강박을 보인 이진의 마음은 단순한 개인 욕심이 아니었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면 고졸에게는 기회조차 사라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열심히 하지 못하면 나 같은 사람은 기회조차 없어지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이끌던 아버지는 지방으로 내려가 야간 경비일을 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삶을 30년이나 살았냐는 아들의 질문은 그럼 뭐하냐며 결국 실패했다는 아버지다.

 

"실패가 아니라 단순한 시련이에요. 아빠. 남들보다 너무 행복했던 대가요. 누렸던 행복에 비해 이 정도 시련은 시시해요"

 

"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에게는 가장 큰 위로구나. 여전히 사랑이 많은 아이라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이런 사람으로 키워주셔서"

 

이진이 아버지와 나눈 대화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사랑이 많은 아이라는 아버지와 그런 사람으로 키워줘서 감사하다는 아들의 대화는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유림의 부모들 역시 어린 딸이 집안 걱정만 하는 것이 안쓰러워 휴대폰에 CD플레이어까지 선물하기 바쁘다.

 

딸이 다른 10대들처럼 집안 걱정하지 않고 그냥 즐길 수 있기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이해한 유림 역시 부모 앞에서 신나는 연기를 하지만 지웅에게는 그런 솔직한 힘겨움을 언급하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의 고달픔 말이다.

이진은 희도에게 '무지개'가 아니라 '사랑'이라 했다. 이는 명백한 고백이었다. 하지만 희도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라는 말로 거리를 뒀다. 아직 사랑이 뭔지 명확하지도 않은 희도에게 사랑 고백은 어려운 과제였다.

 

희도가 어떤 생각이든 자신은 사랑이라 한다. 그저 이 고백으로 더 행복해진다면 바랄 것이 없다는 이진의 말에 사랑이란 그런 거냐 묻던 희도는 "나 좀 행복하다"라고 한다.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한 이들의 사랑은 그렇게 어렵다.

 

승완이 주운 가구를 아지트로 옮기다 방석 도둑들을 잡은 아이들은 보다 가까워질 수 있었다. 다음날 방석을 찾아가는 아이들은 감사해하고, 지웅은 이런 상황 자체가 좋았지만 교사에게 학생은 그저 점수에 불과한 존재다.

 

전교 꼴찌인 지웅이 학교를 흐려 공부 못하게 한다고 생각해 때리는 교사를 막은 것은 승완이었다.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말로 폭력을 막은 승완은 해적방송으로 이런 부조리에 분노하고, 이진의 동생 이현은 격한 공감을 하며 유명한 짤인 학교와 교도소 이야기를 남긴다.

 

수학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양 코치에게 촬영을 핑계 삼은 이진은 그렇게라도 그들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이를 보던 승완과 지웅 역시 함께 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이진에게 퇴짜 맞은 승완은 집밥으로 그를 힘겹게 만들었다.

 

뇌물 주는 습관 고치라고 하니, 더 큰 뇌물을 주며 빠져나올 수없게 만드는 승완은 보통이 아니다. 상대를 압박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승완으로 인해 그들의 여름은 다 함께 하는 수학여행이 되었다. 한껏 멋을 내고 등장한 이들에게 이 순간은 영원이었다.

 

과한 의상에 외면하고 싶었던 이진은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가 있는 포항으로 향했다. 반가운 얼굴들과 재회하는 상황에서, 이현 역시 감격스러운 만남을 가졌다. 승완의 말하는 습관을 통해 자신이 애정 하는 '완승 방송' 진행자라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팬미팅을 하게 된 상황에서 승완은 중3인 이현에게 4년은 기다려줄 수 있다는 말로 기대치를 극대화시켰다. 이 말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지만,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면 이들의 관계를 추측해볼 수 있게 한다.

바다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은 행복했다. 그런 아이들을 찍는 이진 곁으로 온 희도는 조용하게 촬영하는 그의 곁에서 함께 그 순간을 즐겼다. 녹음까지 함께 하는 상황이라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귓속말을 해야 하는 그 상황은 무척이나 탐미적일 수밖에 없었다. 

 

함께 샤워해서 머쓱한 여자애들과 달리, 남자들은 달랐다. 이진의 몸을 보고 부러워하는 지웅의 모습은 재미있게 다가왔다. 고기를 사러 간 사이 식사 준비를 하는 아이들은 엉망일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하는 이들의 행동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 이진은 그렇게 모든 것을 새롭게 할 수밖에 없었다.

 

식사 후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거는 아이들 사이 지웅의 스피커폰은 의도하지 않은 가정사를 엿듣게 만들었다. 이혼 가정이라는 사실에 침묵이 이어졌고, 그렇게 각자 자신들의 가정사를 털어놨다. 부채만 더 쌓인 유림과 아버지가 없는 희도까지.

 

희도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지만, 엄마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만큼 아버지를 잘 아는 사람은 이제 어머니가 전분데 말을 안 한다고 했다. 그런 희도의 말에 지웅의 눈물은 이들의 슬픈 가족사를 희극으로 바꿔놨다.

희도의 이 발언은 결국 이진과 관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희도는 그 차가운 엄마의 딸이라는 점은 분명하니 말이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승완은 인생이 재미없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사건사고를 만드는 지웅과 함께 한다고 한다. 그런 승완은 성장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 궁금해진다.

 

노을 지는 바닷가에 앉은 아이들은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사고 싶어 했다. 하지만 우리 형편으로는 절대 살 수 없다며 절망하자, 희도는 이 여름은 공짜라며 우리가 사자고 한다. 그 뜨거워서 더욱 특별했던 여름을 산 이들의 기억 속에 그날은 어떻게 간직되어 있을까?

 

너무 행복해 "나 왜 이 순간이 영원할 거 같지?"라는 희도와 "영원할 건가 보다"라도 응해주는 이진의 모습 뒤에 병원에 가는 어른이 된 희도와 딸 민채가 등장했다. 여행 가자는 민채는 수학여행을 못 갔다고 투정을 부렸다. 자신도 수학여행 가본 적 없다는 말에 친구들이랑 바다 놀러 갔지 않냐 질문하는 딸에게 희도는 의외의 말을 했다.

 

기억이 없다는 희도는 영원한 건 없다고 한다. 모든 건 잠시 뿐이고 전부 흘러가는 거라는 말과 함께,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말로 짧지만 행복했던 기억을 언급했다. 그 기억의 8할은 이진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관계를 유추해보게 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그 무엇도 시간이 지나며 잊혀갈 수밖에 없다. 그런 순간들과 기억들을 언급하는 희도의 모습 속에 이뤄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한다. 이제 이들의 가장 뜨거웠던 사랑과 이별만이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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