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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싸인 11회-박신양 오열연기보다 조폭 재벌 등장이 흥미롭다

by 자이미 2011.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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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부작인 <싸인>이 절반을 넘어서며 작년 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최철원의 맷값 폭행을 드라마 속으로 끄집어들이며 다시 한 번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드라마 깊숙이 들어온 조폭 재벌이 과연 어떤 결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후련하게 해줄지는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대리만족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우리




20부작으로 연장된 <싸인>으로서는 절반을 넘어선 11회가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반복되는 사건과 해결이라는 패턴을 벗어나 시청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드라마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후 사건을 이끌고 나아갈 또 다른 핵심적인 사건이 등장해야 할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지훈의 정신적 지주인 정병도 원장이 자살을 선택한 것은 드라마의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는 없게 합니다. 윤지훈을 법의학으로 이끌었던 존재이자 자신이 추구하는 정의를 몸소 실천하고 보여주었던 절대자였던 정원장의 죽음은 그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사건은 20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윤지훈의 아버지가 일하던 HJ 그룹의 임원들이 의문의 죽음이 잇따르던 시절 모든 부검을 집도했던 존재는 정병도였습니다. 자살로 몰아가던 윤지훈의 아버지를 부검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알려준 존재도 그였습니다.

가족과 자신을 버린 아버지가 아닌 마지막 순간까지도 살려고 노력했던 아버지의 진정성을 찾아준 정병도 원장의 노력을 보고 자신도 법의학자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던 윤지훈. 그는 그렇게 정병도 원장과 같은 법의학자가 되었고 정의를 위해서는 그 어떤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억울하게 죽어가야만 했던 아버지를 봐야만 했던 그로서는 죽은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에 그 누구보다 신중하고 솔직합니다. 그렇기에 정치적으로 망자의 목소리를 왜곡하는 이명한 원장을 적대시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의 목적이 비록 국과수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그런 부정직함으로 만들어진 힘과 정의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윤지훈의 반문에 가장 원초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사건은 바로 정원장의 자살입니다.

윤지훈 아버지의 죽음과도 연관이 있는 JH그룹 임원들의 사건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받는 정병도 원장은 강직한 윤지훈이 존경하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평생을 강직하게 불의와 맞서 싸워왔던 그가 망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왜곡된 진실을 정의로 포장했다는 사실은 윤지훈에게는 충격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가 드러난 진실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명한으로서는 자신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정병도에 대한 진실이 20년 만에 재발된 사건으로 밝혀졌다는 것에 안도하고 기뻐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당위성을 가지고 당당해지는 만큼 윤지훈이 느껴야 하는 심각한 혼란은 <싸인>이 추구하는 본질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해 줄 듯합니다.

'사회 정의'에 집착하는 드라마이기에 윤지훈의 정신적 지주인 정병도의 죽음과 과거 사건은 중요한 화두로 작용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진실 앞에선 윤지훈이 어떤 생각을 하고 받아들이는지는 '정의를 위한 거짓', '부정으로 쌓아올린 정의'에 대한 고민을 더욱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있을 테니 말이지요.

'우리는 오직 과학적 진실만 추구 한다'라는 중학생 윤지훈이 적어 놓은 들보에 목을 맨 스승 정병도. 무척이나 상징적인 이 행동은 마지막 순간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힌트가 되겠지요. 남겨진 제자 윤지훈을 위해 그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말 역시 그것이 전부라는 것은 그의 죽음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예측하게 해줍니다.

20년 전 사건의 재발이 누군가의 의도적이 역할이 아닌 망나니 재벌 총수의 살인 행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정은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정병도 원장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윤지훈을 내면까지 흔들어버릴 수 있는 중대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우연이 겹쳐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설정은 억지스럽기 때문이지요.

더욱 국과수의 문제를 제보한 인물이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마치 잘 짜여 진 시나리오처럼 막장 재벌 총수가 일을 만들었다는 것은 의외로 다가오니 말이지요. 조폭 재벌이 등장하며 사건의 핵심인물은 조폭 재벌에 맞춰지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범인이라 여겼던 조폭 같은 재벌 총수가 알고 봤더니 폭력만 일삼는 사회악적인 존재였고 살인을 했던 이는 다름 아닌 국과수의 과거 비리를 고발한 주인혁이 범인이었다는 가정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가 범인이었다면 사건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윤지훈을 흔들려는 목적이 명확해지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보면 주인혁이 진범이 될 가능성은 49% 정도일 것으로 보입니다. 범죄 드라마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너무 밋밋한 존재감과 쉽게 노출된 신분 등은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기에는 한계가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실제 최철원이라는 재벌 3세의 맷값 사건이 사회적 충격을 주었던 만큼 이 소재를 적절하게 선택한 제작진의 탁월한 감각은 칭찬해줄만 합니다. 누구나 이 사건을 바라보며 울분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어떤 식으로 분노를 표출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이들에게 <싸인>은 대리만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현실 속에서 최철원은 1년 6개월이라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벌가들에게 솜방망이 보다 못한 법이 이런 강수를 둔 것은 SK의 꼬리 자르기의 결과로 보여 지기도 합니다. SK가이기는 하지만 실제 기업 활동을 하지 않는 그를 감쌀 이유가 없으니 말입니다. 득보다 실이 많은 그의 감싸기 보다는 거리를 두고 실형을 받도록 유도하는 것이 득이 될 수밖에는 없음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지요.

잘 알려지지 않는 독을 이용해 자연사를 가장한 타살을 일삼는 사건. 20년 전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그 사건의 주범과 마주하게 된 윤지훈. 그 사건의 중심에서 왜곡을 통해 사건을 은폐하도록 만들었던 존재가 다름 아닌 정병도 원장이라는 사실은 <싸인>을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긴장감을 가지게 만듭니다. 

폭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재벌 총수와 원칙에 충실했던 정병도 원장의 드러난 과거. 살인 사건의 주범은 누구이고 어떤 식으로 사건이 해결될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 타협이나 조작 없는 진실을 추구하던 윤지훈과 고다경이 어떤 모습으로 불의에 맞서 진실을 밝혀낼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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