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들이 키스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드라마에서 당연하게 등장하는 이 장면이 이렇게 뜬금없어 보이기는 오랜만이다. 성당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키스를 하는 장면은 <용팔이>가 내세운 최고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뜬금없이 이어지는 둘의 키스 장면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태현과 여진의 러브스토리;
도주에 이은 성당 키스, 모든 조건을 갖췄지만 어색하다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었지만 초반 이후 점점 불안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는 김태희의 연기력의 문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주원을 기본으로 한 '용팔이'라는 역할이 호감을 불어왔지만 이후 이야기는 한정되고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재벌들의 탐욕과 이에 맞선다는 익숙하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전개는 김태희가 깨어나며 둘이 연인이 되며 변하기 시작했다.
급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여진이 깨어나는 순간 변하기 시작했다. 용팔이 태현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여진과 함께 악의 무리에 맞서 싸워야 하는 관계로 구축되면서 분위기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가기에 바빴다. 한도준과 고 사장이 서로 손을 잡았고, 죽어야 사는 여자 여진을 태현이 구해내며 명확한 대결 구도는 완성되었다.
대결 구도가 명확하게 구축되어야만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 <용팔이>의 전개 과정이 이상할 것은 없다. 이런 구도가 명확하게 구축되어야 하는 이유는 복잡하게 고민하고 싶지 않은 시청자들을 위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폭풍처럼 지나간 여진 죽이기와 구하기가 끝난 후 모든 것은 평온 아닌 편안을 선사했다. 아무리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여진은 그렇게 죽음을 선택해 새로운 삶은 살 수 있었다. 물론 그 삶 역시 분명한 한계를 가진 일시적인 생명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조만간 여진을 화장해서 끝내겠다는 도준의 발언은 여진의 죽음은 다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시한부 생명을 유지하는 여진이 태현에게 집착할 수밖에 없고 모든 상황들이 불안한 것 역시 자연스럽다. 그런 불안함이 만든 결과가 곧 성당에서의 키스다. 간절할 수밖에 없는 여진과 다른 의미이지만 간절했던 태현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나누는 키스는 이상할 것까지는 없다.
여진이 그렇게 잠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녀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한신그룹과 적인 재벌가 아들과 사랑에 빠진 여진은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카플렛 가의 줄리엣과 몬테규 가의 로미오의 서글픈 사랑이야기처럼 여진의 사랑 역시 서글픈 결말을 맺었다.
깨어난 후 자신이 홀로 남겨졌다는 사실에 그녀는 스스로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죽음을 선택했다. 물론 그녀를 살려내기는 했지만 여진의 아버지는 잔인한 선택을 한다. 다시는 딸이 자신 앞에서 죽음을 선택할 수 없도록 깨우지 않고 평생 살아가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마녀의 주문에 걸려 평생 잠을 잘 수밖에 없게 된 여진은 백마를 탄 왕자 태현을 만나며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아버지가 지은 거대하고 견고한 성에 갇힌 채 오직 잠자는 모습으로만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여진은 그렇게 세상에 다시 나왔고, 이제는 거대한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전사로 변신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진을 죽이는데 일조한 이 과장과 태현은 도준의 집에 초대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저녁을 먹으며 도준의 정신상태가 얼마나 기괴한지를 확인하게 된다. 안하무인에 폭력적인 성향만 가득한 도준은 애정결핍과 관심부족이 낳은 비정상적인 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재벌가 아들이지만 모든 것을 쥔 여진에게 항상 짓눌려 살아야 했던 도준. 그는 그런 자신의 상황에 분노했고 분개했다. 이런 자신의 분노를 해결하지 못하던 도준은 여진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분풀이를 시작했다. 그녀가 잘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그는 잔인하게 살인을 명령했고, 그 일로 인해 여진은 잠들어 사는 존재로 전락했다.
잠들어 있는 여진도 불쾌해 살인을 지시한 도준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은 언제든지 죽여 버리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한다. 그가 그렇게 안하무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거대한 부가 곧 권력이 된 세상 때문이다. 돈만 많으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확신이 존재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도준은 신자유주의가 낳은 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잔인한 괴물에게서 잠자는 공주를 떼어놔야만 했던 태현은 급하게 병원에서 성당으로 여진을 옮긴다.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괴물 곁에서 멀리 떨어트려야만 안심이 되는 것이 바로 태현의 마음이다. 태현이 여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측은지심이 작용해서 만들어진 동정이 만든 감정인지 아니면 모든 것 뒤에 거대한 부를 가진 신데렐라이기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사실은 거대한 부를 가진 갑의 연인이 된다는 재벌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방식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과정이나 결과는 이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그들은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세상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대단한 사랑은 사회적 신분(돈이 만들어낸 신자유주의 계급제)마저 무의미하게 만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은 갑작스럽게 이어진 성당에서의 키스가 모두 보여주었다.
여진을 3년 동안 간호해왔던 황 간호사는 도 사장의 지시로 인해 잔인한 죽음을 맞이했다. 여진에게 집착한 그녀가 마지막에 남긴 피 묻은 사진 속 두 사람의 행복한 표정은 그들의 과거가 어땠는지를 유추해보게 한다. 평범한 이야기 속에 공포스러운 모습들로 긴장감을 주었던 황 간호사의 퇴장은 그래서 아쉽게 다가온다.
주인공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키스로 감정을 나누는 것은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하지만 <용팔이>에서 등장한 성당 안 키스는 아름답게 보이기는 하지만 아쉽기만 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누군가에게 이해시키고 이해 받아야 하는 감정은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사랑은 시청자들이 공감을 해야만 그 당위성이 확보된다.
20%라는 높은 시청률까지 보인 <용팔이>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미 정해진 대결 구도를 더욱 명확하게 하는 과정을 통해 본격적인 싸움을 예고하게 되었다. 조폭들을 거느리고 재벌과 대결하는 <용팔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시 찾아올지 궁금해진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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