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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육룡이 나르샤 38화-유아인이 완성한 섬뜩할 정도로 냉철한 이방원

by 자이미 2016.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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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원은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정도전과 아버지 이성계와도 다른 길을 가겠다는 그의 의지는 돌이킬 수 없는 전쟁을 불러왔다. 순응할 수 없는 권력에 대한 도전과 대립은 결국 두 번의 왕자의 난을 불러오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생존을 건 그의 전쟁은 그렇게 조용하지만 강렬하고 잔인하게 이어졌다. 

 

전략전술의 대가였던 이방원;

생각에 그치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뛰어난 행동가 이방원의 조선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까지 폐위시키며 이성계의 나라는 시작되었다. 물론 엄밀하게 이야기를 한다면 정도전의 설계한 새로운 국가의 시작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정도전이 꿈꾸는 이상적인 나라는 새로운 국가가 시작되기 전부터 위기를 잉태하고 있었다.

 

 

인감의 마음을 통제할 수 있는 이는 없다. 그 누구도 타인의 의지와 감정을 지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몽주가 삼봉의 제안을 거부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도 설명된다. 정도전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세상을 정몽주도 동의하지만 고려가 아닌 새로운 국가는 동의할 수 없었다.

 

가치를 공유하고 그 목표에 대해서도 같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유자로서 국가를 버릴 수 없다는 포은의 원칙을 삼봉도 어쩔 수 없었다. 이상과 대의를 가지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성질 급했던 이방원은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정도전을 비롯한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는 중요 인물들을 모두 제거하려는 상황에서도 오직 포은에 대한 가치에만 집착하던 삼봉과 이성계와 달리, 이방원은 문제를 제거하는 방법을 극단적으로 사용했다.

 

기다림과 이를 통한 안정적인 정권 교체를 바랐던 이성계 정도전과 달리, 이방원의 선택은 단호했다. 죽음 앞에서도 이상을 외치는 그들과 달리, 이방원은 대의를 위해 그 어떤 중요한 가치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했다. 정도전에게 정몽주는 함께 해야만 하는 절대 가치였지만, 어린 이방원에게는 포은이 절대적이지 않았다.

 

당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유학자이지만 이방원에게는 그가 절대적일 수는 없었다. 그가 아니더라도 대업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정적인 차이는 정도전이 꿈꾸는 세상과 달랐기 때문이며, 젊은 패기의 이방원에게 기존의 세력은 타도의 대상일 뿐 이어가야만 하는 가치는 아니었다.

 

 

포은의 죽음 후 그를 따르던 수많은 유학자들은 벼슬을 버리고 세상과 등진 채 그들끼리 모여 살았다. 그런 그들을 세상에 끄집어내지 않는 한 이성계와 정도전이 꿈꾸는 세상은 시작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방법을 찾지 못해 힘겨워 하던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이방원은 스스로 그 일을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이방원이 죽인 포은으로 인해 세상을 등진 그들에게 이방원이 찾아간다는 것은 기름을 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우려와 달리, 이방원은 명확하고 확실한 이유와 전략 전술이 있었다. 궁수들을 거느리고 그곳으로 향한 이방원은 거침없이 불화살을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로 쏘라고 명한다.

 

불길을 피해 나오는 자들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 그곳에 거주하던 많은 이들은 죽음을 선택했다. 포은과 마찬가지로 이방원과 함께 하기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죽음을 피해 나온 자들을 가두고 길들이는 이방원은 대단했다.

 

어린 시절부터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을 했었던 이방원은 누구보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결국 그가 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방원은 전체 판을 읽는 눈이 있었고 결단력이 있었다. 포은의 경우를 생각해봐도 아무리 어떤 노력을 해도 거부할 사람들은 거부할 수밖에 없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불길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13명이나 되는 유자들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 자들은 어떤 말로도 자신의 편에 설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죽음과도 바꿀 수 없는 신념이 있는 그들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죽음 외에는 없으니 말이다. 죽음이 아닌 삶을 선택한 이들은 당연하게도 인간의 욕망에 노출된 인물들일 수밖에 없었다.

 

3일을 굶기고 밥을 준 후 그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라는 이방원의 전략은 갇혀 있던 이들에게 자신들의 자존감을 무너트리는 이유가 되었다. 포은을 따른 이들과 달리 스스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에게 더는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방원의 생각처럼 그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어 다시 벼슬을 찾았다.

 

명분은 이방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함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권력 찾기는 결국 그 광에 갇힌 상태에서 모두 결정되었다.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한 그는 이미 이방원을 넘어설 수 없음을 자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방원의 이 대담한 행동과 결과는 많은 이들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정도전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조준과 이신적을 이방원의 편으로 만들어버렸다. 절대 이방원이 권력의 중심에 서서는 안 된다고 확신하는 정도전과 달리, 가장 측근이었던 조준과 이신적이 이 사건 이후 이방원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분류되며 분위기는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평등을 주장하며 가장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었던 정도전은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상단이 조직원으로 존재하는 무명 조직에게 정도전은 경계 대상이자 제거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마저 제거하겠다는 정도전의 완전무결한 세상은 오히려 경직된 세상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그들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이방원의 시대를 만드는 이유가 된다.

 

조준은 조선시대 가장 유명한 경제통이다. 그가 다른 이들과 함께 '경제육전'을 만든 것만 봐도 조준의 사실이 정도전과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게 한다. 이런 조준이 이방원 시대 날개를 단 것 역시 당연하다. 정도전과 마찬가지와 완전무결한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이성계는 자신과 함께 수많은 피를 묻혔던 인물이 아닌 새로운 존재를 원했다.

 

이성계는 적자가 아닌 두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막내인 여덟 째 아들인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려 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포은에 대한 기대치를 키웠다 망쳤듯 동일한 방식으로 최악의 피바람을 불러오고 말았다. 그들의 가치와 이상과 달리, 이미 권력에 대한 관심이 높은 왕자들에게 막내인 어린 방석은 '왕자의 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역사는 이방원이 왕이 되기 위해 어린 동생을 죽이고 자신의 형까지 죽인 희대의 살인마로 그려진다. 실제 상황이 그랬고, 그는 그런 피를 두려워하지 않고 왕의 자리에 올랐다. 드라마는 이 과정에 작가의 상상력을 집어넣었다. 정도전과 함께 새로운 나라를 꿈꾸었던 이들이 왜 서로 적이 되어야 했는지, 이방원은 왜 그런 피의 권력 다툼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역사에 등장하지 않는 무명과 다른 등장인물들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작가의 상상력을 실제로 키워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무명과 이방원이 손을 잡고 거대한 꿈을 꾸었다는 것은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정도전이 꿈꾸는 세상은 만들어지지 못했다.

 

'재상총재제'와 '군왕 오칙'을 통해 새로운 이상적인 나라를 꿈꾸었던 정도전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제거되었다. 자신을 부정했던 정도전과 그를 따르던 이들을 모두 제거해버린 이방원. 그는 이성계에게 끝까지 인정받지 못한 왕이었다. 그리고 아들인 세종에게도 부정당하는 왕이기도 했다. 아버지처럼 되지 않겠다는 아들들의 반발은 인간의 특성이기도 하며, 역사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 진실이기도 하다.

 

현재의 세상을 만든 것은 역설적으로 홍인방이 만든 세상이라는 무명의 논리는 흥미롭다. 이런 그들의 이야기는 과거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이기도 하니 말이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치는 현실이 지독하면 할수록 더욱 강렬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고려가 멸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홍인방의 등장에서 그들은 찾았다. 이방원 역시 홍인방의 변절에서 분노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그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줄 인물을 찾았다. 그리고 그 대상이 바로 정도전이었다. 그동안 본적 없었던 정도전이 꿈꾸는 세상을 이방원을 들뜨게 만들었다.

 

 

부당한 현실을 개혁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이들이지만, 다시 각론에 들어가게 되면 서로 다툴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다. 그리고 그런 정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고는 한다. 이성계가 막내인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며 시작된 '왕자의 난'은 그렇게 세상을 바꾸고 말았다. 섬뜩할 정도로 놀라운 유아인이 만들어내는 이방원의 피의 혁명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알면서도 궁금해진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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