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절반을 지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매 회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소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공들여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은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글은 문장의 힘이지만, 영상으로 전달되는 상황에서는 편집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의 문장을 완성하듯 다양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으로 만들어낸 풍성함은 시청자들을 충분히 만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5회에서는 지수가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하빈과 엄마 사이의 서사가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하빈을 구한 오토바이 맨은 담임인 준태입니다. 그가 하빈을 따라다니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보면 준태가 영민에게서 하빈을 구하기 위함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하빈이 숨기고 있던 엄마 명의의 휴대폰을 확보한 태수는 내용을 확인합니다.
하빈과 지수는 당연하게도 친밀했습니다. 엄마와 딸이라는 가족 사이의 공감대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들 하준의 죽음은 엄마 지수에게는 특별한 임무 같은 것이 주어졌습니다. 딸을 어떻게든 일반인처럼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이었습니다.
어린 하빈은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러갔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영화를 보며 신나서 웃고 있지만, 유독 하빈만 무표정하게 스크린을 바라볼 뿐입니다. 그런 딸을 위해 지수는 의도적으로 웃으며 딸도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하지만 하빈은 무표정하기만 합니다.
회전 초밥집에서 딸에게 질문을 하고 맞추면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게임을 하자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하빈의 성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어린 하빈은 전형적인 소시오패스였습니다. 다른 이들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엄마는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런 이야기보다 배고픈 배를 채우는 것이 더 급한 하빈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에게는 불안요소였습니다. 그런 엄마는 친구를 사귀면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하준을 잃은 후부터 정신과 상담을 받던 지수는 이런 행동이 잘하는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자 하빈이 친구를 집에 데려왔습니다. 태어나 집으로 친구를 데려온 적이 없었던 하빈의 변화에 지수는 행복했습니다. 하빈 생일 축하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잔뜩 만드는 그 과정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다른 가정이라면 익숙하겠지만, 지수에게는 처음 맞이하는 평범한 즐거움이었습니다.
나만이 아니라 딸의 친구가 와서 생일을 축하해 주는 행위 자체가 감격할 정도였습니다. 그날 찾아온 이는 수현이었습니다. 그리고 수현은 하빈 생일 선물로 직접 만든 키링을 줬죠. 그게 문제의 빨간 털실로 만든 키링이었습니다.
그런 수현에게 지수가 내민 것은 휴대폰이었습니다. 휴대폰이 없었던 수현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지만, 너무 고가라 받기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이 있어야 자주 연락하지 라는 하빈의 말에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다른 이들처럼 매일 소소한 일상을 주고받았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보며 행복해하던 지수는 그날 자신이 건넨 휴대폰 선물을 두고 "어떤 선물은 치러야 할 값이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의 의미는 빠르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하빈이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에도 늦게 들어오고 전화도 받지 않는 하빈은 날카롭기만 했습니다. 딸이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몰래 따라간 지수는 이상한 아이들과 만나는 하빈을 봅니다. 하빈은 휴대폰 안의 사진을 보여주며 보면 연락 달라며 돈을 아이들에게 건넸습니다.
하빈이 찾아다닌 것은 수현이었습니다. 지수의 연락을 받고 만난 수현은 두려워했습니다. 어머니가 알고 있으면서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 있다며, 하빈이 다른 사람과 너무 다르다고 고백했습니다. 하빈이가 무서워서 더는 만날 수 없어 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수는 하빈이 처음 사귄 친구인 수현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빈에게 수현이에게 더는 연락하지 말라고 합니다. 친구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해야 되는 것이라며 더는 수현을 괴롭히지 말라고 하죠. 그런 엄마에게 언제는 친구 사귀라고 하더니 왜 그러냐며 방으로 들어가 분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보고 소리도 내지 못하고 오열하는 엄마 지수의 마음은 크게 무너져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수현의 시체를 지수가 목격했습니다. 이런 과정들을 경험한 후 벌어진 사건이라 지수는 당연히 딸인 하빈이 수현일 죽였다고 착각했습니다.
더욱 수현이에 대해 대립하던 상황에 하빈은 집에서 금기어나 다름없는 하준의 죽음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엄마도 아빠처럼 자신이 하준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뼈를 때렸습니다. 아니라고 하지만 지수 역시 그런 의심으로 인해 하빈에게 더욱 집착했습니다. 딸이라도 정상적으로 살기 바랐기 때문이죠.
복원한 아내의 휴대전화를 확인하던 태수는 문제의 영상을 보게 됩니다. 지수가 문제의 장소에 수현을 묻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고 격해진 태수는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영상을 찍은 자가 "미친...."이라고 하는 짧은 목소리를 듣고, 그가 영민이라 확신했습니다.
영민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죠. 그렇게 영민을 찾아가는 사이, 그도 바빴습니다. 돈을 찾는 과정에서 하빈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때린 오토바이맨이 누군지 궁금했습니다. 헬멧을 벗지 않아 명확하지 않지만, 영민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준태를 의심한 영민은 그가 있는 낚시터를 찾아가죠. 감정이 격해져 폭행하는 사이 경찰들은 준태를 찾으러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영민을 찾던 태수는 경찰 무전기를 통해 이 상황을 인지하고 낚시터로 향하죠.
도주하던 영민을 차로 치어 멈춘 태수는 자신의 아내는 수현을 죽이지 않았다며, 네가 죽였냐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딸이 알아서는 안 된다고 언급합니다. 아내가 딸이 죽였다고 생각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을 알면 하빈이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딸을 믿지 못한 아버지로 인해 망가져버린 하빈. 그나마 엄마에게 많이 의지해왔던 하빈이 지수마저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빈은 이미 부모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믿음이다' 니체의 이 말은 이 드라마의 핵심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 뒤 딸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생각했고, 어머니 역시 딸을 안아주지만 소시오패스 성향을 알고는 두려워했습니다.
유명한 프로파일러인 아버지의 집요한 관찰에 맞서 하빈은 정교한 거짓말들을 만들어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 살기 위해 터득한 이 거짓말은 거대한 성이 되었습니다. 그가 타인의 감정을 잘 공유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현재 그의 행동을 보면 완벽한 소시오패스라 보기도 어렵습니다.
하빈도 피해자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동생이 갑작스럽게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그 진실을 묻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묻기보다 아버지는 하빈이 하준을 죽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하빈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었습니다. 평범한 아버지가 아닌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파일러를 상대로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철저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빈도 프로파일러 못지않은 존재가 되었고, 그는 스스로 자신에게 씌워진 굴레를 벗어내기 위해 움직이는 중입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상황에 스스로 모든 진실을 밝히고 싶은 것이 하빈의 마음이었습니다.
"이경장님. 지금 위험해 보여요. 섣불리 의심하고 판단하기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려워질 수 있어요"
하빈을 의심하는 어진을 향해 대홍이 한 말입니다. 이 발언은 대홍이 어진에 대한 지적이지만, 태수가 한 행동이기도 합니다. 섣불리 의심하고 판단하기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은 현재의 태수가 겪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앞세워 태수는 딸을 의심했습니다. 그 섣부른 의심은 확신으로 쌓여갔고, 그런 집착에 가까운 행동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이르렀습니다. 태수는 아내가 선물했던 수현의 휴대폰에 위치추적 앱이 깔려있는 것을 확인하고 딸을 추적합니다.
자신과 연락조차 거부한 딸을 쫓던 태수가 마주한 곳은 정신의학과였습니다. 딸이 그곳을 찾은 이유는 엄마인 지수의 상담기록을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빈은 아빠 차를 발견하고 앱을 바로 지워버리죠. 자신을 추적한 것은 그 이유 하나라는 것을 하빈이 알아내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형사들과 프로파일러인 어진과 대홍은 수현이 발견된 장소에 새로운 발자국들을 찾게 됩니다. 두 발자국은 남성이고, 유독 작은 것은 여성의 것이었습니다. 싸운 흔적들이 보이는 상황을 보며, 이 장소를 알 수 있는 자를 특정하면 최영민이 빠르게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이곳에서 만났을까?라는 의문은 결국 이수현을 알고 있는 자일 수밖에 없다고 확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이 자리에 모인 자들이 누군지 특정하지는 못했지만 말입니다. 준태가 수현을 죽였을까요? 아니면 성희일까요?
수현을 알고 있는 성희 아들은 밥도 먹지 못합니다. 그건 대홍이 그 집을 찾아 보여준 사진 속에서 수현을 발견한 이후입니다. 그건 성희 아들이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는 목격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그 아이는 엄마, 아니면 엄마의 연인인 준태의 살인을 본 것일까요?
아내가 상담을 받으며 남긴 녹취를 듣는 태수는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는 딸이 혹시라도 수현을 죽였을까 두려워 자신이 묻고 그렇게 그 고통을 참아내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차마 딸이 친구를 죽였을지 모른다는 말은 의사에게도 하지 못하고, '개'를 죽인 것 같다는 말로 상황을 설명했던 지수였습니다.
태수는 지수의 상담을 듣고 하빈은 전혀 모른다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수현을 묻는 영상을 본 하빈은 진실을 추적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머니 휴대폰으로 하빈을 부른 태수는 이제 너의 말은 모두 믿겠다고 합니다.
태수의 이런 태도에도 하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딸을 보면서 태수는 아내와 딸은 왜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안 하냐고 묻습니다. 그런 태수의 질문에 하빈은 바로 "못 믿으니까"라는 말로 정리합니다. 태수를 믿지 못하는 하빈의 냉소적인 답변이기도 했습니다.
지수가 태수와 이혼한 이유도 상담 내용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하빈을 의심하고 있음을 깨달은 지수는 "아이 의심이 자신에게 옮길까 봐" 이혼했다고 했습니다. 이 시점에는 이미 그 의심병이 옮겨왔고,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수현의 죽음이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딸의 말에 당황한 태수에게 하빈은 다시 한번 충격적인 질문을 합니다. 엄마가 죽던 날 아빠와 만났다며 "그날 왜 만났어"라며 추궁하듯 묻습니다. 자신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지수는 술에 취한 채 약을 먹으려 했습니다.
아마도 아내의 전화를 받고 집을 찾았을 것으로 보이는 태수는 "죽고 싶어! 그렇게 죽고 싶으면 그냥 죽어. 왜 못하겠어?"라고 분노했습니다. 이때는 아내가 어떤 고통스러운 비밀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던 시점입니다. 하빈이 친구를 죽였고, 자신이 시체를 숨긴 것으로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태수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하준의 죽음 이후 언제나 그런 아내의 투정 정도로 생각했을 듯합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일그러지는 태수의 그 미묘한 감정선은 감탄할 정도입니다. 태수의 표정 하나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가 좋은 배우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원하는 것인지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증명해 줬습니다.
지수의 감정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도 흥미로웠습니다. 딸이 친구를 집에 초대하자 너무 행복했던 지수는 꽃을 사 와 거실에 꽃병에 꽂아 두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집은 햇살이 가득하게 들어와 따뜻함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수현이 하빈을 두려워 피하고 있음을 안 이후 꽃병 속의 꽃은 시들어가고, 그와 함께 집안에는 어둠이 가득하게 자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세월의 흐름을 지수가 딸 하빈과 찍은 사진들을 따라가며 연결하는 장면은 대단했습니다. 따뜻했던 집안은 어두워졌고, 밖에는 눈까지 흩날리는 상황은 지수의 심정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이 드라마가 스릴러 장르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밋밋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독은 카메라를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밋밋함을 역동적으로 만들어갔습니다. 심리 묘사를 장면화로 보여주고, 인물의 감정선들을 무빙샷으로 담아내며 스릴러의 장점을 영상으로 처리하는 과정도 대단했습니다.
재미있게도 현재까지 사건은 수현에만 집중시켰습니다. 의도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측되는 송민아에 대한 수사가 미뤄지고 있는 것은 이제 본격적으로 이 사건을 통해 보다 더 깊숙하게 진실 속으로 들어가려는 전략으로 다가옵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린 아버지와 딸은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위로할 수 있을까요?
'Drama 드라마이야기 > Korea Drama 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옥에서 온 판사 13회-사망한 박신혜, 화려한 복귀 가능한 이유 (3) | 2024.11.02 |
---|---|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6회-한석규 앞 데자뷔, 유오성 등장이 중요한 이유 (1) | 2024.11.02 |
지옥에서 온 판사 12회-사탄이 가니 진짜 이야기가 남겨졌다, 박신혜 죽나? (2) | 2024.10.27 |
지옥에서 온 판사 11회-악마력 되찾은 박신혜, 그래서 사탄은 누구라고? (3) | 2024.10.26 |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4회-충격 엔딩, 오연수 친밀한 배신 뒤에 숨겨진 진실 (1) | 2024.10.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