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이야기의 연속입니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숨 막히게 흘러가는 전개는 거짓과 진실을 혼란스럽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누가 진범일 것이라 예측한 이들도 9회 전개되는 과정에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준태에게 진실을 밝혀내려는 순간 모든 것은 멈추고 말았습니다. 어진이 확보한 DNA와 두철이 보낸 사진으로 인해 모든 것은 하빈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모든 증거들이 하빈이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죠.
정교하게 짜여진 틀 속에서 서로가 연결된 관계들은 조금씩 틀어지며 벗어났다 다시 조여들며 진실이 무엇인지 드러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정교함들은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던 진범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그가 어떤 사악한 인물인지 증명하는 방법은 이 드라마 전체의 주제인 부모와 자식의 관계성을 어긋나고 비틀어버리면서 돋보이게 만듭니다. 그래서 작가는 무척이나 영리하고 현명한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9회에서도 전후반이 완전히 다른 과정을 통해 극적인 변화를 이끌었다는 사실은 매력적이기만 합니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도록 위장하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뭐가 진실인지 다시 추적하도록 하는 행동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습니다.
성희가 범인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작가와 감독은 마지막 회를 위해 하나의 사건을 숨겨놓는 영리함을 보였습니다. 첫 번째 사건인 이수현 살인사건과 관련해서는 하빈이 유력한 용의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풀어내기 어려운 증거들이 존재합니다.
준태는 태수에게만 진술하겠다고 하지만, 두철이 보낸 사진으로 모든 것은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태수의 딸 하빈이 유력한 용의자가 된 상황에서 사건을 맡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서장에게는 준태가 범인이 아님을 증명하는 자신의 노력은 딸이 범인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파했습니다.
만약 딸이 범인이고 이를 숨기려했다면, 자백까지 한 준태를 범인으로 확정하면 그만인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합리적 주장에도 정환은 태수가 두철에게 협박받았다는 사실에 사건에서 배제시킵니다. 증거를 담은 봉투마저 하빈이 태워버린 상황에서 아버지의 걱정에 내가 죽이지 않은 것을 증명하려면 범인 잡는 게 더 빠르다고 언급합니다.
경찰의 취조 정도는 하빈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했습니다. 조사를 받다 중지된 준태는 꼭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성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성희는 받지 않았죠. 그에게는 준태가 더는 쓸모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성희 앞에 등장한 것은 태수였습니다. 그리고 준태가 모두 자백했다며 몇가지만 확인하겠다는 태수는 성희에 이어 아들 도윤과 대화를 하면서 거짓임을 증명했습니다. 민아가 사망한 날 만나적 없다는 성희의 말과 달리, 도윤은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는 말로 전혀 다른 증언을 한 것이죠.
하빈을 취조하는 어진은 그를 압도하지는 못했습니다. 철저하게 준비된 하빈은 죄의 유무를 입증하는 것은 경찰 몫이라는 말로 방어를 쳤습니다. 대화산에서 정두철이 시체를 자르는 것 목격했다는 말로 자신은 사건들과 관련이 없음을 언급했습니다.
두철이 시체를 옮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어디에 유기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지막 추적 위치가 대화산 근처라는 사실에 정환은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숨겼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이미 한차례 수사를 했기에 오히려 안전하다 생각했을 것이라고 봤고, 실제 그랬습니다.
성희를 계속 의심해왔던 태수는 도윤의 말을 통해 사건 당일 그가 민아와 만났음을 언급합니다. 그럼 왜 성희가 민아를 죽였냐는 의문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데, 태수는 모든 것은 '돈'이라고 했습니다. 성희가 살인을 한 것은 돈 때문이란 주장은 준태를 취조하는 과정에서도 언급되었습니다.
경찰서로 온 도윤에게 중요한 발언을 듣게 됩니다. 사건 당일 민아가 좋아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지하 가출팸 거처에서 도윤은 마약을 발견했고, 영민은 웃게 만드는 사탕이란 말을 듣고 몰래 훔쳤습니다. 그 상황에 영민이 민영을 죽이겠다는 통화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영민이 나간 사이에 집을 찾은 민아가 짜증 내는 모습을 보고 문제의 사탕을 물에 타서 먹였다고 했습니다. 그저 누나가 웃기를 바랐을 뿐이라는 도윤의 말에 대홍은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홍은 착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형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은 과거가 있습니다.
그런 그의 경험은 진실을 제대로 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도윤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홍은 해서는 안 되는 조언까지 합니다. 진범인 성희에게 자신이라면 끝까지 몰랐다고 하겠다는 말로 도윤을 지키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성희는 대홍을 파악했고 그를 이용하겠다고 확신합니다.
가출팸 멤버들 중에서 가장 착한 은진을 이용한 성희는 그를 통해 지수가 수현을 묻는 영상이 담긴 패드를 경찰에 주도록 합니다. 성희는 그렇게 자기 주변의 착한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들을 만드는데 능숙한 존재입니다.
아들을 이용해 궁지에서 벗어난 성희는 영민이 죽은 장소를 찾습니다. 태수를 미행하다 성희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두철은 그를 쫓아 현장에서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아버지인 두철은 분노하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아들마저 희생시키는 성희는 이질적인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성희가 협박받는 상황에 경찰은 출동했습니다. 두철이 경찰서 근처에 있음을 알고 그를 추적한 것이죠. 경찰의 출동으로 도주하기 시작한 두철을 막아세운 것은 태수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벗어난 성희는 가방을 들고 대홍을 찾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영민이 숨어있던 다른 장소를 갔더니 가방이 있었다며 믿을 수 있는 대홍에게 전달하는 것이 맞다고 언급합니다. 그 안에는 얼마되지 않은 돈과 영민이 쓰던 물건들이 가득했습니다. 영민의 휴대폰은 앞서 지수가 수현을 묻는 영상과 연결되어 하빈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이유로 작동합니다.
성희는 이런 흐름을 파악하고 착한 대홍을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드러난 증거들이 진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보다 더 큰 가능성을 앞세워 하빈을 이수현 살인사건 범인으로 확신하도록 만든 성희는 영악한 존재였습니다. 태수가 지적한 것처럼 성희는 오직 돈에만 집착하는 존재였습니다.
영민이 사기쳐서 번 거액이 든 가방은 으슥한 모텔에 숨겨두고, 대홍에게는 하빈을 범인으로 몰아갈 수 있는 증거들만 가득 채워 던져줬습니다. 마치 사냥개들에게 먹이를 던져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도록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진은 하빈이 정리한 자료들을 보고 경악합니다. 가출팸부터 형사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아버지까지 정리하고, 프로파일링 한 자료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프로파일링 하며 마지막 문구로 자신의 범죄 사실을 알았을 때 아버지는 어떤 선택을 할까? 궁금하다는 문구는 하빈이 진범처럼 다가오게 만들었습니다.
어진은 이를 근거로 하빈이 완전 범죄를 준비했다 주장했습니다. 하빈은 수현을 죽였고, 이 사실을 아는 자들을 죽인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어진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는 추측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성희입니다. 성희는 수현의 죽음을 목격한 자입니다.
여전히 성희가 수현을 죽였는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영민에게 성희는 하빈이 죽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지수를 협박했고, 그렇게 거액을 빼앗기도 했습니다. 사망한 수현, 민아, 영민 모두 성희가 자신의 범죄를 숨겨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수현을 성희가 왜 죽여야 했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현이 성희가 감추고 싶은 비밀을 우연하게 보게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민아를 죽이는 장면에서 잘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민아는 영민이 멍청해서 지수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일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사실을 아는 민아는 자신에게 돈의 지분을 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성희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죠. 아들에게 연습시켰던 그 발언들은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영민이 가지고 있던 약을 음식에 타서 민아를 쓰러지게 만들고, 쿠션으로 얼굴을 눌러 죽였습니다.
유일한 목격자는 바로 아들 도윤이었습니다. 그런 아들을 보면서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조용하라고 하는 엄마 성희의 모습은 경악스러웠습니다. 도윤이 집에서 밥을 먹지 않고, 주변 집들에 배달된 우유를 훔쳐먹고 대홍이 사준 과자를 함께 먹어달라 요구한 이유를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은진이 성희가 싸준 반찬을 가지고 돌아가는 상황에 밀어서 계단에 구르게 만든 것도 엄마가 한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엄마가 음식을 잔뜩 준비해 가출팸 아이들에게 먹이는 과정에서 성희는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지만, 도윤은 먹을 수 없었습니다.
엄마가 음식을 통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도윤은 왜 자신은 나쁜 짓 할 때마다 기억이 없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이런 아들에게 성희는 그게 나쁜 짓이라고 생각 안한다며 그저 자신과 도윤이가 행복해진다면 나쁜 짓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도윤에게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엄마 성희입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에게 친밀해서 배신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이야기 조합이 아니라, 촘촘하게 엮여있는 이야기로 제목을 상기시키는 과정은 대단합니다.
정환은 태수가 딸은 수현이를 죽이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습니다. 수현과 지수, 그리고 하빈이 그날 함께 있었다는 겁니다. 기지국 정보를 통해 수현이 죽은 날 이들이 모두 한 자리에 있었다는 주장은 강력한 증거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지국 정보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점에서 빈틈이 보입니다.
위기에 처한 하빈과 태수를 언급하며 카메라는 이들의 정면 얼굴이 아니라 뒤통수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진범인 성희의 모습도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장면을 통해 뒤통수만 보였습니다. 왜 중요한 인물들의 얼굴이 아닌 뒷모습만 보여줬을까요?
마지막 회에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이 셋의 뒷모습만 보여주며 궁금증을 극대화했습니다. 영특한 전략은 그렇게 마지막 회를 보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하빈이 최소한 수현을 어떤 방식으로든 죽인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만드니 말입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격을 한껏 끌어올린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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