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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지독한 사랑주의보 내린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by 자이미 2009.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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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의 강렬함은 마지막까지 화면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듭니다.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아니 처음만난 상대에게도 첫 인상은 무척이나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최강의 작가와 연출, 배우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겨울에 찾아온 슬픈 사랑이야기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미 첫 회에 모두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운명보다 질긴 숙명으로 다가온 인연

시골로 이사를 오는 여인과 아들들. 그리고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현수막. 이를 보던 여인은 직접 아들의 어깨 무등을 타고 현수막을 찢어버린다. 그런 그녀를 보며 자전거로 달려오는 소녀. 길을 건너던 거위에 의해 논바닥으로 떨어진 소녀와 소녀을 일으켜 세우는 소년. 그렇게 그들의 질긴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이하 크리스마스)>는 춘희의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술집 작부로 살아가던 춘희는 두 아들을 데리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다시는 술집을 하지않고 평범하게 살아가겠다는 엄마의 다짐은 그녀가 마을에 다방을 차린것을 알게되며 깨져 버렸습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지"라는 엄마의 말과 함께 이어진 "술은 안따라도 되잖아"라는 시니컬한 대사는 그녀의 성격을 알 수있게 해줍니다. 폭력으로 잦은 전학을 다녀야만 했던 주인공 강진은 학교 선생님의 무시를 받지만 전교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실력이 알려지며 학교 최고의 킹카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가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모두 엄마의 직업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그런 아들이 안쓰럽기만 한 엄마는 아들들을 위해서라면 무슨짓이라도 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한없이 거칠며 모순된 지독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가 술집작부로 살아왔기에 자신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며 이를 악물고 공부해 우체국에서 일도 했던 춘희가 그토록 저주했던 엄마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그런 엄마를 보며 공부에만 몰두하는 아들 강진의 모습은 너무나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그앞에 놓여질 운명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씁쓸하게만 다가옵니다.

지완의 오빠는 공부도 잘해 서울대에 입학해 마을의 자랑입니다. 한의원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모자람없이 자란 천방지축 같은 지완은 항상 오빠와 비교되기만 합니다. 덤벙거리며 다혈질적인 성향을 보이는 그녀가 강진을 좋아하게된 이유는 복수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남자를 채간 선배가 어느날 악연으로 이어진 강진과 사귀는 것을 보게되자 강진을 자신의 남자로 만들어 차버림으로서 멋진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그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진은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강진이 별생각없는 그녀와 친해진 이유는 어머니를 천박하게 본 그 남자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애정도 없는 목적을 위한 강진의 선택은 차갑지만 집요한 그의 성격을 그대로 보는 듯 합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사치스러운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다가온 사랑마저도 거부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을 옭죄는 강한 사랑에 대한 갈증이 오히려 사랑을 받아들일 수없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린 강진. 그런 그에게도 사랑이란게 찾아옵니다.

자신을 위해, 자신이 할 수없기에, 엄마를 괴롭히던 작은 사장의 차에 욕설로 도배를 한 지완. 누구도 알 수없을 것만 같았던 강진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지완이 못된 남자에게 구타를 당합니다. 이 상황이 굳게 닫혀있기만 하던 강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구속하기만 하던 강진의 마음에도 사랑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우연이지만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운명적 사랑. 아니 운명이라기보다는 잔인한 숙명과도 같은 그들의 사랑은 과연 크리스마스에 눈을 함께 맞을 수있을까요?

조민수와 아역 배우들의 연기에 흥분된다

술집 작부에서 다방레지로 변신한 조민수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5년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그녀는 더욱 성숙한 연기로 드라마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너무도 아픈 사랑을 간직한채 살아가야만 했던 여인. 사랑때문에 아프고, 사랑때문에 죽고 싶었던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타락시키고 길거리에 내던져야만 했습니다.
조민수가 보여준 거칠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한 차춘희 연기는 농익은 연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5년 동안의 공백을 한 순간에 메워버리기라도 할 듯, 혼신을 다하는 장면들에선 '역시'라는 찬사가 절로 나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조민수와 함께 첫 회 주목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은 주인공들의 아역을 맡아 열연한 김수현과 남지현이였습니다. 고수의 아역으로 나온 김수현은 마치 고수의 어린시절 모습이 저랬을 것이란 생각이 들정도로 비슷해 보였습니다. 분노를 억제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인물을 연기해야하는 강진의 캐릭터는 섬세한 연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런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김수현은 잘 소화해주었습니다. 술집작부와 다방레지로 살아가는 엄마에 대한 부끄러움과 그런 엄마를 함부로 대하는 타인들에 대한 분노로 인해, 괴물처럼 되어버진 한 남자의 쓸쓸함과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과정을 김수현은 무척이나 잘 연기해 주었습니다.

말괄량이이지만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저돌적이기까지한 한지완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남지현 역시 김수현 못지않은 강렬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선덕여왕'의 어린 덕만공주로 사랑을 받았던 그녀는 어리지만 만만찮은 연기력으로 초반 강인한 흡입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뛰고, 구르고, 얻어 맞기까지 하면서 혼신을 다하는 남지현의 모습은 또다른 문근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아역으로 출발해 성인 연기자로 자리를 잡아가는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또다른 모습이 남지현에서도 보였습니다. 벌을 받다 화장실이 급해 나가던 지현이 오줌을 지리는 장면은 그녀의 극중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재미있게 다가왔습니다. 

김수현과 남지현이 보여준 연기는 나이와는 상관없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겁기만한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고, 첫 회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줌으로서 그들의 역할은 마무리되겠지만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배우들을 발견했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아닐 수없습니다.

명불허전이 될 '크리스마스'

거부할 수없는 운명처럼 다가온 한 남자. 거칠지만 멋진 강진이 어느순간 남자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장난스런 복수심에 시작한 강진에 대한 거짓 사랑이 진짜 사랑으로 변하면서 지완은 이젠 숙명으로 다가오는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운명을 부여받게 됩니다.

이 드라마는 운명과 숙명, 복수가 중요하게 이야기됩니다. 더불어 이 모든 것들의 원인인 사랑은 '크리스마스'를 끌어가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술집 작부로 살아가야만 했던 엄마의 과거속에 무엇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무엇이 그녀를 어떻게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크리스마스'는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렇게 엄마와는 다르지만 동일한 분노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주인공 강진과 버릴 수없는 숙명적 사랑에 자신을 내맡긴 지완의 슬픈 사랑은 이드라마를 봐야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화목한 가족 사진을 봤던 춘희가 잠자던 아이들을 불러내 우리도 가족 사진이란걸 찍어보자는 장면은 이 드라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팬던트로 구분되는 두 아들과 슬프지만 웃어야 하는 가족사진의 서글픔은 '크리스마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첫 회 '크리스마스'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확연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더불어 그들의 앞날을 예고하는 다양한 복선들은 기대감과 함께 궁금증을 불러오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경희 작가의 완성도 있는 이야기의 힘이 느껴졌고 안정적인 화면을 담아낸 최문석 PD의 연출력도 드라마를 더욱 매력적이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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