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 뻘밭에서 한 여성은 낚지를 잡기에 여념이 없다. 그녀의 뒤로 좋은 양복을 입은 두 남자가 거침없이 그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여성은 두 남자가 오는 줄도 모르고 오직 낙지를 잡는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두 남성은 서로를 확인한 후 거침없이 싸움을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의 뻘짓 로맨스는 시작되었다.
치열했던 뻘짓 로맨스;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 하는 질투의 화신, 마초 화신은 왜 그렇게 진지하게 웃기는 것일까?
빨강이를 위해 옆집으로 이사를 결정한 화신은 그곳에서 스스로 '개새끼'가 되기로 작정한다. 화신이 제정신을 차리고 자신과 사귀기를 원하는 혜원의 의도였지만, 그는 이미 이성이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화신의 마음을 절친인 정원이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절대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이 공유되면서 화신과 정원의 나리를 향한 삼각관계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밖에 없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그 진실은 결국 나리를 향한 진짜 사랑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잠도 못잔 채 밤새도록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정원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원이 혼란스럽듯 화신의 마음도 복잡하기만 하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하려해도 감성이 지배하는 마음은 화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을 걸치며 정원에게 자신이 나리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화신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3년 전 자신을 따라다니던 나리를 화신은 지겨워했다. 감히 저런 여자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그저 싫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리를 위태롭게 만들기도 했다. 자신을 짝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그의 잘못된 행동은 업보처럼 3년이 흘러 자신이 그녀를 짝사랑하며 그 당시의 감정을 잔인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너 이제 표나리랑 눈도 맞추지 말고 말도 섞지 마라. 왜 짝사랑을 3년이나 받아먹었냐. 공짜라고 그걸 3년이나 받아 먹냐. 애타는 사람 속은 생각도 안 하냐"
화신은 자신이 3년 전 나리를 힘겹게 했던 일들이 떠올라 미치도록 한탄스럽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정원은 밤새도록 잠도 못잔 채 분노했다. 화신의 행동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원이 화신에게 분노하는 그 발언 속에는 진정한 사랑이 가득 묻어 있었다.
짝사랑이 공짜라고 3년 동안이나 받아먹었냐는 정원의 발언은 어쩌면 나리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분노였으리라.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지독할 정도로 밀어내기만 했던 화신은 당시의 나리가 되어버린 현재의 자신을 보며 처절할 정도로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코앞으로 이사 온 화신이 부담스러워 이사가 달라고 애원하던 나리는 자신을 철저히 무시하는 그가 싫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집어 던졌다. 그 아이스크림은 화신의 얼굴을 맞고 아래로 흘러내리며 엉망으로 만들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 미안해하던 나리의 행동마저 거부한 채 돌아서 걷던 화신은 서글프게 울먹이며 "저렇게 귀여울 수가"라며 감탄하는 그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정원의 경고 앞에 울먹이며 "나 좀 믿지마"라고 외치는 화신과 그런 그를 보며 "혼자는 못 보겠네"라며 혀를 차는 혜원의 너무 평범해 보이는 반응은 <질투의 화신>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장면 중 하나였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도 모르는데 가장 친한 친구가 믿는단 이 한 마디는 화신을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나리를 향한 두 친구의 처절한 사랑에 이어 김락을 향한 계성숙과 방자영의 삼각관계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질투의 화신>은 진정한 질투의 세계로 이끌기 시작했다. 빨강이를 향한 진심을 느끼게 된 김락은 두 여성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순간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계성숙이 일보다는 딸을 향해 가면서 생긴 공백을 화신이 대신하기로 했다. 전날 화신에게 분노해 나리를 제대로 생각하지도 못하고 방송국을 나섰던 정원은 미안했다. 바다를 함께 보고 싶다는 나리의 말을 떠올리고 그곳으로 향하는 정원은 뻘에 있는 나리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현장에 왔던 화신은 밀물이 다시 들어올 시간에 자신의 동생 먹이겠다며 낙지를 잡고 있는 나리에게 향하는 그도 거침이 없었다. 양복을 입은 채 그저 나리를 향해 나아가던 화신과 정원은 정확하게 삼각형을 그리는 지점에서 서로를 확인하게 된다.
여전히 뻘밭에서 낙지 잡기에 여념이 없는 나리를 향해 가던 화신과 정원은 서로를 확인한 후 잠시 멈추고 조용한 그 공간에 갈매기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모습은 <질투의 화신>이 왜 이렇게 매력적인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만화에서 익숙하게 보던 까마귀 한 마리가 지나가는 허망한 순간을 새롭게 장면화한 작가와 연출자의 기발한 한 수였다.
뻘밭에서 비슷한 옷을 입은 두 친구는 격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지독할 정도로 치열한 싸움에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은 경이롭게 바라보도록 만들었다. 둘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 채 낙지 잡기에 여념이 없는 나리의 모습과 절묘하게 이어지며 완벽한 삼각관계의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허튼의 방언 '뻘'과 '짓'을 합친 말 즉 허튼 짓이라는 '뻘짓'에 대한 정의와 함께 삼각관계를 보여주는 <질투의 화신>은 경이로운 드라마다. 왜 조정석은 이토록 처절하게 웃겨야 했을까? 아니 왜 우리는 조정석의 이 처절한 사랑에 웃어야만 하는 것일까?
채플린의 명언처럼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을 조정석이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질투'라는 단어와 김건모의 노래에 집착하는 <질투의 화신>은 분명 뻔뻔할 정도로 익숙한 삼각관계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평범한 이야기마저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드라마가 될 수 있음을 그들은 보여주고 있다.
뻘밭에서 벌인 이들의 모습을 담은 몽타쥬는 역대급 장면화 일 것이다. 보여 지는 장면에 상징을 담아 그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재현해내는 <질투의 화신>은 이번에는 드라마 역사상 가장 위대할 정도로 완벽하게 멋진 장면을 만들어냈다. 너무나 완벽했던 뻘짓 로맨스가 과연 어떤 결과를 드러낼지 점점 더 궁금해진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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