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과 귀동, 출생의 비밀이 갈라놓을 운명의 틈
25회에서 중요하게 언급된 존재는 막순이와 귀동입니다. 사필귀정이라고 자신에게 처한 상황에서 막순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최악이 되는 상황은 결과적으로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 그들을 힘겹게 하고 있습니다.
거지 움막에서 태어나 김대감의 아들로 지금까지 편안하게 살아왔던 귀동은 자신이 막순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이었습니다. 이런 사실관계는 김대감에게도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지요. 그럼에도 자신의 가문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김대감은 모든 사실을 묻고 천둥이를 어떤 식으로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어 담으려 해도 원래의 물로서의 가치보다 더욱 큰 부담이 김대감을 억누를 수밖에 없는 현실은 그에게 두 아들을 모두 취하는 방법을 택하게 합니다. 막순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시간의 연속이고 이런 상황은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귀동의 신분이 드러난 이후 심경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는 막순으로 인해 <짝패>는 마지막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처량하게 누군가에게 또 팔려가야만 하는 덴년이의 모습을 보며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던 막순은 노비 문서를 태워버리며 그녀에게 자유를 줍니다. 악녀처럼 살아왔던 그녀가 그런 급격한 심적 변화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조선달의 협박 때문이었습니다.
자신만이 알고 있는 그래야만 했던 귀동의 비밀을 알게 되어버린 조선달은 막순이 가진 돈을 노리며 협박을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을 가지고 자신을 위협하는 조선달을 어찌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막순은 그 벼랑 끝에 몰리고 나서야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힘겹게 살아왔기에 오기와 독선만이 가득했던 그녀는 자신에게 어머니라는 말을 하지 않는 귀동을 바라보며 인생의 허무를 느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다시 무를 수도 없는 인생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비록 김대감의 욕심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녀의 욕심은 천둥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강요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누구를 탓할 수도 업는 상황입니다.
자신하나 목숨 어떻게 되는 것 상관없지만 노름꾼 조선달의 협박은 자신을 화수분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말라비틀어지면 이내 귀동에게 붙어 그를 괴롭힐 것이 분명합니다. 어찌해야만 하는지 알 수 없는 막순은 쇠돌이의 말을 따라 귀동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밝힙니다.
김대감의 처남인 과거 현감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상황에서 귀동을 찾아 방법을 문의하는 것만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임은 자명합니다. 걱정으로 반쪽이 되어버린 막순을 배웅하며 귀동은 처음으로 그녀에게 "어머니"라는 말을 건넵니다.
더 이상 김대감의 진짜 아들로 살 수 없는 상황에서 귀동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친모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이지요. 그런 귀동의 행동에 눈물을 보이는 막순의 아픔과 상처 역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 그녀를 더욱 급격하게 변할 수밖에 없도록 요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외삼촌이 현감을 찾아 사정을 해보기도 하지만 술에 취한 그는 물불 안 가리고 조선달을 도와 돈을 받을 궁리만 합니다. 물론 아내가 된 삼월이에 의해 마음을 고쳐 잡기는 하지만 귀동에게 그의 발언은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도록 요구합니다.
아직 조선달을 해친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귀동이 유력한 이유는 무너지기 시작한 그의 마음이 어느 방향으로 향해갈지 알려주는 중요한 사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의심해본적이 없는 자신의 출생이 뒤바뀐 운명이었다는 사실은 그를 힘겹게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힘겨움은 점점 퍼져나가며 귀동을 변화시킬 수밖에는 없고 그런 변화를 이끄는 존재들은 김대감, 막순, 조선달, 공포교, 동녀, 천둥으로 번져나갈 뿐입니다.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던 귀동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그들로 인해 강직했던 포교 귀동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짝패>의 결과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에 중요합니다. 민중의 편이 되어 적극적으로 탐관오리들을 처단하는 천둥과 공직자로서 내부의 부패한 적들을 없애는 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려던 귀동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공포교의 비리를 알고 있는 아래적은 그를 척결해야만 하는 첫 번째 존재로 여기고 있고 언제 저격을 당해 죽을지 모르는 그가 과연 귀동을 어디까지 몰아넣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공공의 적이 되어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역설적으로 그가 떵떵거리며 잘사는 모습은 드라마가 아닌,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잔인한 동화가 될 수밖에는 없을 겁니다.
모든 비리의 중심에 있는 호판대감에 총을 겨누고 있는 아래적은 고창으로 향합니다. 암행어사로 분해 고창 현감을 벌주려는 천둥이와 아래적들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기대됩니다. 저자거리에서 과거 행패를 부리던 왈자 왕두령 패를 보고 두려워하지 않고 엄벌을 하는 민중들은 포졸들에게도 돌멩이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민란의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공포교는 무방비의 민간인들에게 총을 겨눠 사살하며 강제로 체포합니다. 마치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간략하게 조망이라도 하듯 보여 진 이 짧은 장면은 그 시대 현장에 있었던 이들에게는 끔찍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자신의 탐욕을 위해 권력을 이용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을 역적으로 몰아 죽음으로 몰아가는 모습은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짝패>에서 보여 진 그 모습은 4.19 항쟁, 제주, 부마항쟁에서도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에서도 우리가 겪었던 지울 수 없는 고통이었습니다.
촛불 집회를 폄하하고 명박산성을 통해 민중의 분노를 차단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권력들은 용산 참사의 모든 죄를 철거민들에게 몰아가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권력자들에게 상을 주는 모습은 과거나 현재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짝패>에서 보여 지는 과정들이 의미 있고 특별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우리 시대 천둥은 어디에 있고 아래적들은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구심 말입니다.
과거처럼 민중봉기를 해서 나라를 뒤엎자고 하는 이들은 없을 겁니다. 민주화를 지키고 이를 계승하려는 이들에게 반민주적인 방식으로 정권을 무너트리는 방법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지요. 가장 강력하게 잘못된 권력을 심판할 수 있는 투표라는 방식은 다시 한 번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과거 아래적이 있고 그들로 인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이 희망을 이야기하고 변화를 모색했다면 현재의 우리에게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투표가 존재합니다. 국민들을 사욕에 휩싸인 권력자의 노예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을 처단하는 방법은 투표를 통해 그들에게 벌을 내리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국민에게 군림하려 드는 권력자에게 맞서 싸울 수 있는 방법은 투표를 통해 그들을 통제하는 방법밖에 없음을 이제 국민들도 뼈저리게 느꼈을 겁니다. 각 개인들도 힘을 합하면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지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짝패>에서 보여주는 이야기의 힘은 그래서 흥미롭고 즐겁기만 합니다.
합리적 보수와 급진적 좌파, 중도적 보수 등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모두 모여 나름의 세계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짝패>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드라마입니다. 비록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드라마적인 재미가 조금 부족한게 아쉽 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짝패>가 보여주는 가치들은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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