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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로열 패밀리 17회-김영애와 염정아 대화는 왜 중요할까?

by 자이미 2011.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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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회를 남긴 <로열 패밀리>가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옥상 위에 올라선 김인숙과 정가원 앞에 진을 친 기자들을 뒤로 하고 선택을 해야만 하는 공회장의 모습을 통해 인간을 증명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공회장과 김인숙의 대화는 왜 중요했을까?



엄집사의 죽음은 그들의 대결이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벼랑 끝에 서게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마음 한 구석에 크게 자리하고 있었던 엄집사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왔던 김인숙. 자신의 잘못으로 어린 마리가 지독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며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아야 했던 엄집사. 그들은 그렇게 죽음 앞에서 서로를 속죄하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감지하고 한지훈에게 보낸 조니의 죽음과 김인숙의 죄의 유무를 밝혀줄 CCTV자료는 지훈에게 선택을 요구합니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김인숙이 살인자일 수도 있다는 엄집사의 유언과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진 단편적인 상황들이 그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정말 김인숙이 조니를 죽인 것일까?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마리가 아닌 인숙은 정말 악마는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조니 죽음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던 지훈은 조니와 마지막으로 접촉했던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여권을 판 일당이 말을 종합해 지훈이 얻은 결론은 조니가 인숙을 보호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칼에 찔리고 나서 곧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었을 그가 그 먼 거리까지 왜 가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인 인숙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런 상황들을 전해들은 인숙은 그래서 용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자신을 위해 그런 행동을 한 조니를 용서할 수 없다는 인숙은 죄책감에 사로잡힌 채 인간의 경계에서 신음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들을 찔러 놓고 방치한 악마라면 아주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는 지훈과 패닉 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드러내지 않는 인숙은 위기에 빠진 지훈의 어머니인 순애를 구하기 위해 사지로 향합니다.

자신의 이런 선택이 스스로 인간이 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 생각하는 인숙과 비밀 금고 속에 남겨진 전화기를 발견한 지훈은 인숙이 인간임을 증명할 증거를 찾게 됩니다. 비밀 금고의 번호가 인숙의 생일도 결혼기념일도 아닌, 기일이라는 사실과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던 곳이 119라는 사실은 그녀가 인간일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은 그녀의 어린 시절을 지배해왔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우발적인 사건이었고 조니를 살리기 위해 119를 부른 그녀의 행동은 악마가 아닌, 인간일 수밖에 없는 인숙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조니가 자신의 엄마인 인숙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을 위해 부른 그녀의 행동이었습니다.


스스로 치료를 거부하고 어머니를 위해 죽음을 선택한 조니. 그렇게 죽어버린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숙.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란 스스로 자신도 인간이었음을 증명하는 방법이 유일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훈과 순애를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 인숙과 그녀가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한 지훈은 정가원에 기자들을 불러 모읍니다.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한꺼번에 무너트리려는 인숙을 죽이려 하는 공회장은 헬기를 조작해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만들려 합니다. 두려움으로 모든 것을 지배하려 했던 공회장에게 인숙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그녀가 감히 로열 패밀리의 일원이 되려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것 차제가 공회장은 싫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대단한 기술을 보이듯 어려운 일들을 해나가더니 이제는 JK를 통째로 삼키려 합니다. 그런 그녀를 그대로 두고 볼 공회장은 아니지요. 자신을 아직도 두려움보다는 존경심으로 바라보는 막내딸 현진에게 JK를 물려줘 지속적인 지배력을 가지려는 공회장의 작전은 결과적으로 인숙이 공멸의 길로 걷게 만들었습니다.

대립과 반목만이 지배하는 공간 정가원. 그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로열 패밀리'들의 이야기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던 권력의 한계만이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물불 가리지 않고 만들어 낸 권력을 통해 스스로 귀족이기를 원했던 슬픈 '로열 패밀리'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되고자 했던 '왕족'으로서의 존엄도 지키지 못한 채 몰락을 하려 합니다.

이런 공멸의 순간 유일한 관찰자이자 현자가 된 현진은 "조 단위가 넘는 JK의 재산을 물려받는 것보다는 '로열 패밀리'로서의 자부심을 물려받기를 원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이들이 엄마에 대해 두려워하던 모습이 어떤 건지 자신은 알지 못하지만 아직 엄마에 대한 존경심이 남아 있는 지금. 김인숙을 암살하려는 파렴치한 일은 멈춰주기를 바란다는 현진은 '정가원'에서 유일하게 '로열 패밀리'로서의 존엄을 만들고 지키고 유지시키려는 존재였습니다. 

엄집사 죽음과 관련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된 인숙이 공회장을 찾아가 나눈 대화 속에는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주제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 편지가 사실이라면 니 그 한 많은 인생, 널 괴롭힌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내가 타깃이 되어야 하는 거지?"
"왜요? 억울하세요. 어머니는 저한테 정가원이자, 이태원 양공주이자 이 세상인 걸 모르겠어요"
"이 차갑고 뻔뻔한 세상 대신, 대한민국 권력과 부의 핵심 어머님께 복수하는 것이 제일 통쾌할 거 같았거든요"

<로열 패밀리>라는 제목을 정한 이유와 왜 이 드라마의 중심이 공회장에게 모아지고 있고 그녀의 몰락에 커다란 방점을 찍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현실 속에서도 모든 권력과 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재벌들은 스스로를 '로열 패밀리'라 칭하며 대다수의 국민들을 노예로 부리려고만 합니다.

그들에게 국민들은 정가원에 들어온 김인숙과 같은 존재일 뿐이고, 18년 동안 온갖 핍박을 견뎌야만 했던 김인숙은 재벌이 아닌 평범한 국민들을 상징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존엄을 찾기 위해 무섭게 공회장을 몰아붙이고 궁지에 몰린 공회장은 인숙을 살해함으로서 자신의 위엄을 찾으려 합니다.

독재자가 현명한 판단보다는 잘못을 지적하는 국민들을 총칼로 다스리려 하는 것처럼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들을 무참하게 죽음으로 다스리려는 공회장의 모습은 섬뜩할 정도입니다. 그녀가 만들어 놓은 김인숙에 대한 레퀴엠은 스스로 공회장의 뒤를 이어 독재자가 되려 한 큰 아들 조동진의 살해 야욕으로 무산되고 맙니다.

1회를 남긴 <로열 패밀리>가 무엇을 선택할지는 명확합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효과적인 마무리를 할지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그동안 관찰자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자임한 현진이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인숙을 인간임을 증명해줄 지훈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게 하는 17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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