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공개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줄거리를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드라마의 핵심은 이야기에 있기 때문이다. 제작 전부터 출연진 섭외에 일희일비하던 상황은 방송이 시작되면서 무의미하게 다가왔다. 단순히 웹툰과 유사한 외모를 가진 연기자가 아니라 그 이상을 해내는 배역들의 조합은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박해진과 김고은 최강 커플;
작은 손가락 하나로 감정이 폭발하게 만드는 이윤정 피디의 섬세한 연출이 성공요인
6회까지 방송을 마친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는 6% 시청률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케이블에서 11시에 방송되는 드라마가 6%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치인트>는 tvN의 10주년 기념작이라는 명성에 걸 맞는 결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웹툰으로 이미 많은 사랑을 받은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드는 것은 모험이다. 이미 모든 내용이 노출된 상황에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이미 아는 내용을 드라마로 다시 본다는 것은 재방송을 여러 번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출연자들에 대한 호감과 이윤정 피디의 섬세한 연출이 만든 결과다.
내용은 참 익숙하다. 대학생 홍설이 경험하는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로맨스보다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특별하지는 않다. '로맨스릴러'라는 별칭이 붙기는 하지만 '로맨스'와 '스릴러'사이 그 미묘한 감정선에 걸쳐있기는 하지만 색다른 조합으로 다가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너무 알려진 내용임에도 많은 이들이 드라마 <치인트>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야기를 넘어서는 그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웹툰을 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이야기와 연기, 연출이 하나가 되어 흥미롭다. 이미 웹툰으로 내용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도 드라마는 탁월한 연기를 보이는 배우들과 섬세한 연기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빠른 전개를 통해 사족들을 날리고 유정과 홍설의 관계는 시작된다. 그리고 여기에 백인호가 이들 관계에 끼어들며 삼각관계도 시작되었다. 촘촘하게 연결된 이야기는 그렇게 빠른 속도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5회 유정과 홍설은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이어간다.
서로를 몰랐던 혹은 알고 있는 부분들이 거의 대부분 편견으로 가득한 상황에서 연애의 시작은 내가 아닌 타자를 알아가는 관계다.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충돌이 곧 끝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처음부터 만나서는 안 되는 관계다. 대부분의 연인은 이런 잦은 마찰을 통해 날선 감정이 동그랗게 변하며 서로에게 맞춰져 간다. 그런 점에서 정이와 설이의 대립은 당연하다.
만나기만 하면 "밥 먹자"와 "밥 사줘"만 외쳐 되는 정이와 인호. 이들은 그래서 닮았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정이와 인호는 하지만 서로를 싫어한다. 천재 피아니스트로 알려졌던 인호는 손을 다치며 모든 것이 망가지고 말았다. 그렇게 망가진 이유를 인호는 정이에게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이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고의 원인과 이유는 뒤에 좀 더 다뤄지겠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둘은 앙숙이 되었다. 인호의 누나인 인하는 철저하게 기생하는 삶을 선택한다. 할아버지의 죽음 뒤 고모에 의해 자란 남매. 하지만 인하는 고모를 분노하게 만들고 맞는 것을 반복한다. 아동 폭행을 이유로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만난 게 바로 정이의 아버지다.
자수성가한 정이 아버지는 인호 할아버지를 존경한다. 자신의 은사이기도 했던 그분의 손주들. 유망한 피아니스트였던 인호가 자신의 아들로 인해 모든 꿈을 접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에 그들을 무조건 거둬들였다. 한없이 망가진 삶을 사는 인하에게도 그저 아낌없는 사랑만 주는 정이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달리 정이는 그들과 더는 엮이지 않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자주 만나게 되는 상황은 악연이다.
보라 아버지로 인해 다시 가까워진 정이와 설이 관계는 허 조교의 폭로로 인해 다시 멀어지는 이유가 되었다. 설이가 장학금을 받고 과사 알바를 할 수 있는 것 모두가 정이의 협박에 의한 결과라는 허 조교의 폭로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이 역시 할 말은 많다. 돈을 훔치다 걸린 사실을 눈감아 주는 대신 둘은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허 조교의 발언은 둘 사이의 약속을 깨는 행위였다.
박해진과 김고은이 연기하는 유정과 홍설의 매력은 6회 두 번의 이야기에서 폭발적으로 다가왔다. 빗속에 피아니스트 이야기를 들으며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울던 인호는 때마침 도착한 설이에게 술이나 한 잔 사달라 한다. 그렇게 술자리를 가진 둘 사이에 정이가 함께 한다.
설이의 문자를 받고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리던 정이가 기다리다 지쳐 한 번 같이 와봤던 술집을 찾은 것이다. 그 자리에서 정이의 수많은 여성편력을 듣던 설이는 참지 못하고 폭주를 하게 되고 그렇게 취한 설이가 평소에는 하지 않던 행동을 보이며 둘은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그날의 술자리 이후 더욱 돈독해진 관계는 속옷 도둑이 다시 출범한 날 정이가 홀로 있을 설이에게 함께 있겠다고 말하며 둘은 함께 한 공간에서 보내는 계기가 된다. 이 낯선 상황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는 관건인데 이 과정에서 이 피디의 섬세한 연출은 빛을 발했다.
좁은 방에서 어색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옷장에 들어가 있던 TV를 꺼낸다는 설이와 이를 돕겠다고 나서 오히려 어색한 상황에 처한 둘. 자연스럽게 키스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첫 연애에 당황한 설이는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기에 급급하다. 그런 설이에게 TV 안 봐도 괜찮다는 귓속말을 하고 웃는 정이의 모습은 시청자 마음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불 끄고 잠을 자려 하지만 좀처럼 잘 수 없던 설이. 그런 설이와 정이는 앨범을 보며 서로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자신들의 가족 이야기가 등장하며 이들은 진정한 연인 관계로 성장해가고 있었다. 그런 설이의 이야기를 듣고 정이가 던진 한 마디.
"걱정마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정이가 건넨 이 따뜻한 한 마디는 설이를 무장해제 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이 한 마디를 다른 누가 아닌 정이에게서 들었다는 사실이 설이에게는 큰 기쁨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자꾸 자신 앞에 등장해 자신을 도와주고 매 번 "밥 먹자"고 하는 정이로 인해 당황했던 설이는 그렇게 그와 연인이 되었다.
정이가 설이를 결정적으로 좋아하게 된 것은 친구의 "둘이 닮았다"는 말보다는 일일호프를 준비하던 날 우연하게 맞닿은 손가락 때문이었다. 설이도 정이처럼 자신을 위해서보다는 타인을 위해 일한다. 아니 엄밀하게 말해서는 충돌을 막기 위해 스스로 손해를 보는 것을 택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포스터를 붙이고 돌아와 집으로 가려던 설이는 콜록거리며 소파에서 잠든 정이를 발견한다. 감기가 든 상황에서도 집에 가지 않고 일을 마무리하고 잠든 정이. 그런 정이 이마에 젖은 수건으로 간호하다 잠든 설이. 그런 설이에게 자신의 외투를 덮어주던 정이는 설이의 손가락과 마주하게 된다. 그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이 정이가 설이를 정말 사랑하게 된 순간이었다.
갈등은 새로운 인물과 과거의 인물들로 인해 더욱 가속화된다. 이 과정에서 유정과 홍설의 관계는 위기를 맞이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들을 이겨내면 진정한 연인이 되고 그렇지 못한다면 둘은 남남이 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자신과 닮아 마음이 더 가는 인호. 설이와 인호, 기르고 설이와 정이 사이에서 과연 어떤 결론을 만들어갈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치인트>는 매력적이라는 사실이다.
섬세한 연출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는 연기자들의 연기. 빈틈없는 출연자들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더욱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임에도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만드는 이 멋진 앙상블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영화 <시민케인>의 그 유명한 식당 장면을 패러디한 정이와 설이의 현재 관계와 감정을 이야기하는 첫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치인트>였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Drama 드라마이야기 > Korea Drama 한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응답하라 1988과 지붕 뚫고 하이킥 시청자 울린 기묘했던 팽행이론 (0) | 2016.01.22 |
---|---|
리멤버 아들의 전쟁 11회-시원해진 유승호의 반격, 갈때까지 간 남궁민 (0) | 2016.01.21 |
육룡이 나르샤 32회-무극과 척사광 정체보다 강렬했던 정도전의 정치론 (0) | 2016.01.20 |
육룡이 나르샤 31회-상투 튼 이방원, 무명과 밀본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0) | 2016.01.19 |
시그널 비기닝 응팔 쉽게 떠나 보내게 해줄 특별한 드라마가 온다 (0) | 2016.01.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