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가 2년 만에 속편을 내놨습니다. 김민진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파친코 시즌2'는 새로운 1회가 아닌 시즌 1에 이은 회차로 연속성을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시즌 2이지만 1회가 아닌 9회로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시즌 2의 이야기 시점은 전편에서 7년이 흐른 후입니다. 선자의 남편 이삭이 노동자를 위해 싸우다 잡혀간 지 7년이 지났습니다. 그 시점 한수는 한국에서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1945년 패망의 해에 일본에 모인 이들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노아와 모자수 형제는 이제 성장해 모두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노아는 책을 좋아하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로 성장했죠. 모리수는 형과 달리, 보다 활달하고 당당한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놀림감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좌중을 사로잡는 행동으로 그 당당함을 표현하는 어린 소년 모자수였지만, 교사로서는 못마땅한 학생입니다.
시즌 1에서 김치를 만들어 팔며 남편이 없는 상황에서 어린 아이들을 홀로 키워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선자는 7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변함없이 열심히 일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삭의 형인 요셉이 타지의 공장에 다니며 보내는 돈으로 형님인 경희와 함께 힘들지만 버티며 살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마지막으로 향해가면서 일본에서도 물자 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김치를 담글 배추도 구하기 어려워질 정도로 힘든 시점이 되었죠. 이런 상황에 미군 비행기에서 전단들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이는 최후통첩이었습니다.
일본 국민들이 나서서 천황에게 더는 전쟁을 하지 못하게 막으라는 요청이었습니다. 현재 시점의 우리는 알고 있는 원자폭탄을 투하하기 전 전쟁을 끝내기 위한 미군 측의 마지막 통첩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닥칠 위험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1989년 솔로몬은 펀드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찾아다니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솔로몬은 다니던 외국계 은행에서도 퇴출되었습니다. 일본의 흥청망청 시절 거대한 부동산 프로젝트(100억 엔)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금자가 사는 집을 구입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 선자의 영향과 함께 자이니치인 솔로몬은 모진 수모와 편견, 왕따 속에서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요한 결정의 순간 금자의 질문에 솔로몬은 그럼 사인하지 말라는 말로 사업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 일로 솔로몬은 적이 많아졌습니다. 더욱 일본의 고위 간부인 아베는 솔로몬을 눈엣가시로 생각했고, 그로 인해 펀드 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능한 모든 이들에게 솔로몬과는 그 무엇도 하지 못하게 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동창인 테츠야가 솔로몬에게 2억을 투자하겠다고 먼저 언급했습니다. 어려운 시절 자신을 도와준 친구를 위한 보답 정도였습니다. 한 푼도 펀드 자금을 모으지 못했던 솔로몬이 친구의 도움으로 가능성을 보기 시작한 순간, 금가루를 초밥에 뿌리는 장면을 슬로모션으로 잡은 것은 꾸준하게 보여준 '파친코' 방식의 상징이었습니다.
다시 이야기는 1945년으로 돌아가고 그곳에서는 일본의 적인 미군이 쳐들어왔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일본으로 건너온 한국인들만 모아서 총도 없는 총검술을 익히게 하는 장면은 씁쓸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아버지가 체포된 후 아무런 소식도 없는 상황에서 선자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곳을 떠나지 않고 버티는 것이었습니다. 노아 역시 아버지를 기다리기 위해 대학도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항상 반에서 1등을 하지만 수업 시간에 소설 '허클베리 핀'을 읽는 노아는 꿈도 포기했습니다.
그런 노아를 불러 적국인 미국의 책을 읽는 것은 범죄라 지적하는 교사 오가와는 진지하게 그에게 대학 진학을 하라고 요구합니다. 자신처럼 와세다 대학을 가보는 것이 어떠냐는 이야기에 노아는 단호했습니다. 아버지를 위해 이곳에서 목사가 되어 기다리겠다는 의지였습니다.
오가와는 영특하지만 그 꿈을 펼치지 못하는 어린 제자에게 와세다 대학 입학시험을 담은 책은 건넵니다. 그리고 안쪽 표지에는 오가와 에이이치라는 일본 이름과 함께 '고영호'라는 한국 이름도 적어놨습니다. 교사 역시 재일조선인이었고,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와세다대학을 졸업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죠.
같은 조선인인 영특한 노아가 보다 높은 꿈을 꾸기 원하는 고영호 교사의 마음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자 가족들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던 온갖 핍박을 고영호 가족이라고 없었을까요? 전쟁으로 나라를 빼앗긴 백성들이 느끼는 그 부당함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을 겁니다.
친일파들은 지금도 일제 당시 조선인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막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집어삼켰으니, 당시 살았던 이들은 모두 일본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는 것이죠. 이는 일본의 악랄한 전쟁을 옹호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주장에 혹할 국민들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며 먹고사는 것 자체가 힘겨워진 상황에서 선자를 찾아온 친구는 은밀한 제안을 합니다. 암시장에 물건을 팔자는 것이었죠. 하지만 암시장 단속에 걸리면 체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팔아왔던 김치 장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친구 가족들은 굶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제안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는 선자는 그렇게 친구와 함께 밀주를 만들게 되죠. 하지만 친구가 급한 일로 암시장에 가지 못하고, 홀로 술을 팔러 갔던 선자는 체포되고 맙니다.
엄마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 상황에서도 큰 엄마인 경희는 노아와 모자수를 깨워 학교에 보냅니다. 선자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기 때문이죠. 어느 상황에서건 우리 민족은 교육을 최우선시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모국도 아닌 일본에서 치욕적인 삶을 사는 척박함 속에서도 교육만은 놓치지 않았던 선자의 모습은 이 장면에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구치소에 판사가 들어오더니 즉결심판을 현장에서 하기 시작합니다. 암시장에서 물건을 팔다 잡혀온 이들에게 바로 형을 내리던 판사는 선자 이름을 확인하고는 석방시킵니다. 그건 당연히 누군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미입니다.
풀려난 선자를 기다린 것은 김 씨 아저씨였습니다. 이삭이 체포된 후에 등장해 자신과 아이들을 지켜보고 돌봐주던 김창호는 차에 타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그가 향한 곳은 고급스러운 일본 저택이었습니다. 하녀의 도움을 받아 도착한 곳에는 한수가 있었습니다. 한수는 전쟁 물자로써 가장 중요한 텅스텐을 가지고 일본에 돌아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수와 재회한 선자는 반가움보다는 당황스러움이 앞섰습니다. 노아를 임신하자 결혼할 수 없다고 했던 이가 바로 한수였습니다. 이미 일본에는 아내와 세 딸이 있다는 한수로 인해 선자는 당황했고,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 선자의 손을 잡아준 것이 바로 이삭이었습니다.
이삭은 선자가 한수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도 결혼을 선택했습니다. 그런 둘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날 선자의 엄마 양진이 당시에는 절대 구할 수 없었던 흰쌀밥을 지어 먹이는 장면에서는 울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의 수탈로 쌀조차 먹기 힘들었던 시절, 딸이 결혼하고 일본으로 가는 날 어떻게든 우리 쌀맛을 잊지 말기 바라는 엄마의 마음에 시청자들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죠.
한수는 일본인 아내를 두고 있습니다. 장인은 일본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조선인인 한수를 사위로 삼은 것은 그가 가진 탁월한 능력 때문입니다. 한수를 누구도 함부로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가 일본인과 같은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장인이 만든 모임 자리에서 은근히 비꼬며 한수를 공격하는 자들의 행태는 그가 어떤 수모를 당해왔는지 알게 합니다. 한수 역시 일본에서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시절을 버텨냈던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권력을 가진 일본인의 사위가 되어 사업가로 두각을 보이기까지 얼마나 힘든 상황이었을지는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 모임에서 한수는 조만간 미군의 대대적인 공격이 있을 것임을 알게 됩니다. 단순한 공격을 넘어선 한 지역을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는 끔찍한 대공습이 있을 것을 알고 있는 자들은 은밀히 가족들을 멀리 보내고, 자신들도 떠날 계획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집으로 선자를 데려온 한수는 자신을 어떻게 찾아냈냐는 질문에 언제나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선자 가족에게 친절했던 김 씨가 바로 한수의 수족이었으니 말이죠. 멀리서 지켜보며 선자와 자신의 아들인 노아를 지키려 노력한 것이 한수이기도했습니다.
한수는 선자에게 빨리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벗어나라고 합니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미군 폭격이 곧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한 것은 한수가 선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죠. 물론 아들 노아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편집하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시즌 1과 동일합니다. 감독들이 바뀌었지만 기본적인 형식이 바뀌지는 않은 것이죠. 1989년 버블경제로 들썩이던 일본에서 솔로몬의 아버지인 모자수는 파친코 가게를 열었습니다.
오사카에 커다란 파친코 가게를 오픈하는 날 솔로몬은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엄청난 도움을 받습니다. 솔로몬을 위해 가게를 담보 잡아 1억 엔을 투자하겠다며 돈을 건넸기 때문입니다. 친구인 테츠야의 투자금과 합하면 펀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된 솔로몬은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도쿄에 있는 테츠야가 급하게 솔로몬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죠. 아베가 자신이 솔로몬에게 투자한 사실을 알고 분노했다며, 미안하지만 취소해야 한다는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투자 포기에 당황했지만 테츠야 입장을 이해 못 하지 않았습니다. 아베의 눈밖에 나면 그 바닥에서 더는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솔로몬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중이니 말이죠. 이런 상황에 할머니는 주문한 케이크를 찾자며 마트에 가자 합니다.
억지로 따라간 마트에서 솔로몬은 다시 분노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노인이 된 지금까지 일본에 살아온 선자이지만 일본어가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선자가 원하는 케이크가 아님에도 종업원은 이는 일본어를 잘못하는 손님 탓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일본에서 살려면 최소한 일본어는 완벽하게 구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선자를 나무라고 조롱하는 종업원의 행태에 솔로몬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분노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히 자신의 앞길을 막는 아베에 대한 것입니다.
100억 엔짜리 프로젝트를 무산시켰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은 존재할 수 있지만, 아베는 이 전에도 솔로몬이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불쾌해했던 자입니다. 그런 자가 자신이 추진하던 부동산 사업이 망하게 되자 노골적으로 솔로몬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죠.
솔로몬 역시 어린 시절부터 조센징이라며 온갖 놀림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 시절의 분노가 할머니를 향해 조롱하는 종업원을 통해 터져 나온 것이었죠. 너희들 버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하루에도 번다는 말로 분노하는 것은 저렴하지만, 눈높이에 맞춘 분노이기도 했습니다.
그 마트에서 슬쩍 보인 쿠니무라 준이 향후 어떤 역할로 등장할지도 궁금해집니다. 할머니로 인해 금자 할머니의 집을 사들이지 못하고 은행에서도 쫓겨났던 솔로몬은 아버지와 선자가 투자한 1억 엔 수표를 찢어버리고 자기 방식대로 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솔로몬이 찾은 곳은 큰 상을 받고 즐겁게 연설하고 있는 아베가 있던 장소였습니다. 그런 아베를 노려보는 솔로몬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1945년과 1989년을 오가며 이야기를 노련하게 풀어낸 '파친코 시즌 2'는 여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시즌 1과 달리, 시즌 2에서는 새로운 감독들이 나섰습니다. 코고나다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이 연출한 시즌 1과 달리, 시즌 2 에피소드 2편은 리안 웰햄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이어지는 3~5편까지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 은곰상을 수상했던 진준림 감독이 연출합니다.
중요한 시점이 될 수밖에 없는 전쟁 말과 버블 경제의 붕괴 시점을 과연 진준림 감독이 어떻게 연출해 낼지도 궁금해집니다.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들인 6~8편까지는 재일교포 3세인 이상일 감독이 맡았습니다. 자신의 뿌리이자 같은 삶을 산 이들의 모습을 이상인 감독은 어떻게 풀어내질지도 기대가 됩니다.
여기에 '파친코 시즌 2'의 OST에 블랙핑크 로제가 'Viva La Vida'를 불러서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원곡과 다른 로제 특유의 음색으로 풀어낸 이 노래는 예고편에서 강렬함으로 다가왔습니다. 8회 시즌 2 마지막에 흘러나올 이 노래가 어떤 메시지로 영상과 하나가 될지도 기대됩니다. '파친코 시즌2'의 등장은 교묘하게도 친일파들이 정권의 요직에 앉은 시점에 등장해 그 상징성을 더욱 크게 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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