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에게 자비란 존재할 수 없다. 이 명제는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이하 노 웨이 아웃)'가 끌고 가는 힘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합리와 부조리를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창재란 인물은 이 드라마의 광기를 가장 먼저 보여준 존재입니다. 가면남이 창재의 귀를 자르면 10억을 주겠다는 말과 함께 이 사건에 중식이 개입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창재의 귀를 자르고 거액을 받은 후 형상인 중식을 피해 도주하다 사망한 범인으로 인해 많은 것들이 꼬이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그 돈을 중식이 가져갔다는 것을 알고 분노한 창재는 딸 소미를 납치해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완전 범죄를 꿈꿨던 형사 중식은 창재가 가지고 있는 블랙박스를 찾아야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 딸을 납치해 200억 현상금이 걸린 국호와 맞교환하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이지만 딸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중식을 돕기 위해 창재를 뒤쫓던 박 순경은 소미를 발견하기는 했지만 급습으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잔인한 창재에게 경찰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였습니다.
국민신문고에 자신의 스토킹 범죄를 처벌해달라고 올린 여사장을 찾아가 협박하는 창재는 악랄했습니다. 비록 여사장은 급하게 피신하고 건물은 폭발이 일어났지만, 이 과정에서 창재란 인물이 얼마나 악랄했는지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죽음의 위기에서 도주한 국호가 향한 곳은 파출소라 생각했는데 병원이었습니다. 시골 마을 병원으로 스스로 찾아 들어가 목숨을 살린 국호를 호송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중식은 딸을 살리기 위해 국호를 빼돌립니다.
그 과정에서 동료이자 친구에게 상처를 입히고 상사를 수갑에 채워두는 행위를 했지만, 중식에게는 딸의 안위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터널 안으로 차를 진입시키라는 창재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중식은 구급차에서 내려 창재가 가져온 차량과 교환하게 되었습니다.
트렁크에 소미가 있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교환할 수밖에 없었던 중식이지만 그건 거짓말이었습니다. 국호를 빼앗기고 딸도 구하지 못한 중식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죠. 처음부터 창재를 믿지 않았던 국호는 스마트 위치를 국호의 상처를 감싼 붕대 안에 넣어 추적은 가능했습니다.
200억 현상금이 걸린 국호를 손에 쥔 창재는 신이 났습니다. 도축업자인 자신이 깔끔하게 정리하겠다 생각했지만, 국호는 수많은 이들을 죽인 살인마입니다. 손쉽게 당할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죠.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고 순간적인 기습에도 능한 국호는 긴장감이 풀어진 창재를 공격해 제압합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죽음을 맞이한 창재의 허망함 뒤에 국호는 갇혀 있는 이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어린 여자 아이라는 사실에 국호의 눈빛이 반짝거리기까지 했죠. 이 놈의 전문이 바로 성범죄라는 점에서 위험은 극한까지 치달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기 상황에 중식이 도착했고 어렵게 소미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중식의 공격에 큰 데미지를 입었음에도 이 악랄한 범죄자는 소미에 정신이 팔린 중식을 제압하고 도주합니다. 힘들게 깨어난 중식은 자신이 병원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딸 역시 치료 중임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소미가 성폭행을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사의 소견에 중식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죠. 무조건 자신이 중식을 잡아 제거하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생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형사들과 공조했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잡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답답한 느낌도 들기는 했습니다.
아버지이지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국호를 공격했던 동하는 엄마로 인해 사건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죄를 자신이 지었다고 주장하며 체포되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아들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기 원했지만, 공항에서 동하는 다시 돌아갑니다.
자신이 모든 것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그런 동하를 기다린 것은 목사 준우였습니다. 도주하던 국호를 발견해 거둔 것도 준우였죠. 가면남의 정체는 준우가 맞았습니다. 여러 흔적들 속에서 준우가 왜 가면남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마지막 이야기에 그 서사가 잘 담겼습니다.
준우는 어린시절 어머니가 강간상해 피해를 입어 힘겨워하던 일을 잊지 못합니다. 더욱 법정에서 가해자는 어린 준우를 향해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판사는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징역 2년 6개월 선고를 했습니다.
어린 준우는 그 기간이 제대로 된 처벌인지도 인지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처벌이 터무니없음을 알게 된 준우는 송치되는 가해자를 향해 칼을 휘두르지만 너무 짧은 형편없는 칼은 작은 상처를 낼 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처참해진 준우는 어머니와 자신을 거둬준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방에 있어야 할 어머니가 없어 찾다 목사를 찾아간 준우는 그곳에서 당황스러운 모습을 목격하게 되죠. 마음의 상처를 받은 어머니를 믿었던 목사 박명환이 약물을 이용해 성폭행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안 어린 준우는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목사방에서 예수상으로 박 목사의 머리를 내려치는 준우는 그렇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악마나 다름없는 박 목사를 처단한 준우는 그렇게 대형 교회의 목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조력자도 존재했고, 죽지 않은 박 목사는 휠체어에 의지하며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겨우 목숨만 붙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어머니를 농락할때 사용한 약물을 이용해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삼아 교인들에게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준우는 그렇게 가면남으로 모든 것을 준비했습니다. 준우가 박 목사를 폭행한 후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지독한 고통은 준우에게 하나의 사명감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악랄한 범죄자를 말도 안 되는 법의 심판이 아닌 국민들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지말입니다. 목사질을 하며 엄청난 자산을 모은 박 목사의 돈으로 이런 인민재판을 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쇼가 펼쳐질 장소도 정해졌습니다.
스마트워치로 추적해간 중식이 향한 곳은 산 깊은 곳에 있는 마리안 교회였습니다. 시내에 있는 대형 교회가 아닌 그곳에서 모든 것이 이뤄진 것이었죠. 악랄한 범죄자인 국호를 제거하기 위해 나선 것은 아들 동하였습니다.
자신이 일을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동하의 모습은 준우의 어린 시절 자신을 떠올리게 했을 겁니다. 하지만 준우가 판단한 것처럼 동하는 그렇게 악랄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국호가 흘리는 악어의 눈물에 흔들리며 오히려 역습을 당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으니 말이죠.
준우가 다시 국호를 제압한 사이 중식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모든 것을 끝내야 하는 중식은 총을 꺼내 들었고, 체포하려는 순간 그곳에는 200억을 차지하려는 수많은 이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준우가 이미 국호가 어디에 있는지 알렸기 때문이었죠.
한 쪽에는 죽어야만 하는 국호가 있고, 입구 쪽에는 그를 죽이려는 수많은 시민들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중식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였습니다. 형사라는 직책을 가진 자신은 어떻게든 범죄를 막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딸을 겁탈했을지도 모를 국호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중식에게는 죽도록 싫은 일이지만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형사였기 때문입니다.
총을 든 중식의 제지에도 국호를 향해 달려드는 이를 총으로 제압하던 사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버지를 닮지 않은 동하는 국호에게 제압당해 죽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죠. 준우가 준비한 주사기를 맞는 순간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들을 위협하는 국호에게는 일말의 양심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일장 연설을 하며 자신의 위엄을 선보이려는 국호의 이 하찮은 행동들은 결국 빈틈을 만들게 되고, 이를 놓치지 않은 중식은 국호를 쏴버립니다. 그 악랄했던 범죄자는 출소 후 한 달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로 인해 이 사건은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국호의 죽음으로 사건은 마무리되었지만, 준우라는 목사는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알고 봤더니 목사 신분도 아니었고, 준우라는 이름의 인물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과 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에 경찰 수뇌부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더욱 준우를 확실하게 알고 있는 중식은 그를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최소한의 몽타주도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사건은 미완성인 채로 완결될 수밖에 없었죠. 성준우가 완전히 사라진 어느 날 그가 등장한 곳은 한 아파트였습니다.
뭔지 모를 서류 봉투를 입구에 놓고 유유히 사라지는 준우. 그리고 시간차를 두고 그곳에 온 이는 중식이었습니다. 중식의 집에 준우가 두고간 것은 국호를 살해하면 받을 수 있는 현금 200억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현실 속에서 중식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얘들아 형이야. 다음 라운드 가야지"
사라졌던 가면남은 다시 등장해 다음 범죄자를 잡자고 독려하고 있었습니다. 중식은 지도를 들고 다니며 수많은 곳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수개월이 지난 시점 중식이 현재도 형사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외딴 농장 건물 같은 곳에 킬러가 다시 등장해 가드들을 제거하는 상황은 다시 시작되었음을 알렸습니다.
중식이 찾고 있었던 것은 가면남이었습니다. 그리고 킬러는 다시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가면남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죠. 중식보다 먼저 찾은 킬러는 영상 하나를 남깁니다. 자신이 찾을 테니 빠지라고 말이죠. 그렇지 않으면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죽인다는 살벌한 경고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킬러를 고용한 자는 누굴까요?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정부가 킬러를 고용했을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개인이 킬러를 고용해 가면남을 잡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살해 위협을 받은 악랄한 범죄자가 킬러를 고용했다는 것도 이상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킬러를 고용했다는 설정이 더 그럴 듯 한 것은 드라마가 보여준 주제가 그렇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식은 200억을 받은 것일까요? 그렇다면 그는 아직도 형사일까요? 그 의문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는 가면남을 찾고 있다는 겁니다. 만약 중식이 더는 형사가 아니라면 가면남을 찾아 뭘하려는 것일까요? 그가 복수심을 가질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200억을 줘서 고마워서 찾는 것일까요?
그런 점에서 중식이 가면남을 찾는 이유 역시 명확하지 않습니다. 킬러는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가면남을 죽이려 하지만, 중식은 그를 죽일 이유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아직 형사일 가능성도 높아보입니다. 경찰로서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가면남을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을 수는 있으니 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모호성을 유지하며 시즌제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기 위한 설정이죠.
완벽하게 열린 결말은 시즌 2를 기대하게 합니다. 물론 만들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식의 결말이 반가웠던 것은 여전히 악랄한 범죄자들은 넘쳐나고 우리의 법은 그들을 비호하고 있다는 겁니다. 법이 법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당연하게도 이런 식의 사적 보복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리를 앞세우며 자신들의 논리에 빠진 사법부의 만행들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500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노동자는 즉시 해고되지만, 수백억을 빼돌린 사업자에게는 온갖 특혜를 주며 사회에 절실한 자라고 옹호하는 것이 실제 사법부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가면남이 다시 등장하고 다음 라운드를 시작하자는 호기로운 외침은 너무나 현실적이었습니다. 바뀌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이런 악마와 같은 자들에 대응할 수 있는 이는 어쩌면 가면남이 유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가면남은 시대가 원한 존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없이 밀고 나간 전개는 좋았습니다. 유재명의 악랄한 연기는 그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중요한 인물들을 거침없이 제거하며 여지를 두지 않는 그 선택들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기존 캐릭터들을 깨트리는 방식도 좋았고,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흠잡을 데 없었다는 것도 반가웠습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해 몰입도 높은 드라마로 만들어낸 이 작품의 다음 이야기는 과연 시작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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