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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Netflix Wavve Tiving N OTT

파친코 7회-이민호 서사 통해 보는 관동대학살의 역사

by 자이미 202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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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편의 에피소드 중 하나를 할애해 한 사건만 다뤘습니다. 그동안 20년대부터 80년대 후반까지 이야기를 교차해서 보여주던 방식을 생각해보면 의외의 흐름이었습니다. 한수의 서사를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방점을 찍은 부분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관동대지진은 참사입니다. 인간이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재앙이라는 점에서 이를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일이죠. 하지만 당시 일본은 조선인들을 분노의 타깃으로 삼았고, 그렇게 혼란한 틈을 타 수많은 조선인들이 희생양이 되어야 했습니다.

한수는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이주했습니다. 나를 빼앗긴 조선인들은 조국이나 일본이나 사는 것이 쉽지 않았죠. 아버지는 자존심까지 포기하며 야쿠자 밑에서 돈 관리를 해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영특한 아들 한수가 일본이 아닌, 미국으로 건너가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치고 살아가기 원합니다. 미국인 홈스의 아들 앤드루 수학 가정교사를 할 정도로 영특한 아이였습니다. 일본어만이 아니라, 영어도 유창한 한수는 그렇게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앤드루 역시 자신이 예일대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거부인 아버지 홈스 역시 한수가 뛰어난 존재임을 알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복선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드러나지 않겠지만, 한수의 성장에 홈스가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한수 아버지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야쿠자 두목 료치의 돈에 손을 댔다는 겁니다. 한수 아버지는 사랑했지만, 그저 이용만 당한 그는 죽을 위기에 처하고 말았죠. 이런 상황에 아들은 개입시키지 않기 위해 독하게 떼어놓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한수도 아니었습니다.

 

평판이 중요한 그 바닥에서 자신의 돈을 훔친 자에게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으면 기강이 무너지고 맙니다. 한수는 자신이 돈을 갚을 동안 일을 대신하겠다며, 미국행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 땅은 흔들렸고, 거대한 지진이 그들을 집어삼키고 말았습니다.

 

지진이 갑작스럽게 그들을 흔들고, 피를 흘리고 쓰러진 아들을 향해 가던 아버지는 그만 기둥에 맞아 숨지고 말았습니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시작된 지진은 한순간 거대 도시인 요코하마를 지옥으로 바꿔버렸습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넋이 나간 한수를 데리고 높은 곳으로 데려간 이는 료치였죠.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하지만, 한순간 부모를 잃은 한수에게 오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은 너 하나가 아니라는 말로 위로하는 료치는 한수에게는 큰 힘으로 다가왔습니다.

 

홈스 집에 들려 홈스 부인과 앤드류를 데리고 항구로 향하던 그들은 중간에 헤어지고 맙니다. 여진으로 인해 다시 쓰러진 한수는 가족을 찾으러 떠난 료치와 다시 만났고, 그렇게 하염없이 걷던 그들은 잠시 차를 마시던 곳에서 교도소에서 범죄자들이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이 과정에서 그 유명한 유언비어가 등장합니다.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말에 료치는 거짓말 퍼트리지 말라고 하지만,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감지했습니다. 가족을 찾아 나서다 한 무리의 조선인들이 도망치고, 그들이 헛간에 숨도록 도와주지만 그것으로 그들을 살릴 수는 없었습니다.

 

료치는 노인의 수레에 한수를 숨겨 살릴 수 있었지만, 일본 자경단들은 헛간에 조선인들이 있는 것을 알고 태워버렸습니다. 이 잔인한 학살에 어린 한수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굴의 상처가 한쪽 다리를 저는 한수의 모든 상처는 관동 대지진이 만든 결과였습니다.

 

하염없이 걷던 한수는 항구로 향하던 홈스 부인과 아들의 죽음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과외하며 봤던 홈스 부인의 허리춤에 있던 시계를 보며 오열하던 한수의 이 행동은 후에 그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홈스 부인의 유품을 찾아준 것으로 한수는 홈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한수가 성공하는 이유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계는 중요하죠. 한수가 선자에게 시계를 선물한 것 역시 이런 이유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수에게 시계는 그렇게 큰 의미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료치는 마침내 가족과 재회했습니다. 아내와 아들 딸 모두 지진 피해에서 살아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다행이었습니다. 그런 료치는 가족들에게 한수가 한동안 함께 할 거라 합니다. 아버지 빚을 언급하지만, 료치에게 한수는 아들과 같은 존재로 다가왔고, 한수에게도 료치는 잃은 아버지를 대신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7회가 끝나고 영어 자막을 통해 관동대지진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10만 명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는 기록과 함께, 일본 자경단들에 의해 조선인 수천 명이 사망했다고 알리고 있습니다. 상황들을 자세하게 다룰 수 없지만, 글을 통해 억울하게 희생된 수많은 조선인들을 기록하는 것은 충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를 보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집중해서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선자와 한수,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을 통해 근현대사의 역사들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어느 한 부분에만 집중할 수 없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한수 서사의 시작을 관동대지진으로 삼았다는 것은 ‘파친코’가 얼마나 한국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한수라는 인물이 어떻게 성장하고, 왜 그렇게 독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지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 엄청난 사건은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단순히 극중 한수의 이야기만으로 이 사건을 활용하지 않은 제작진은 당시 조선인들이 얼마나 참혹한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었지만, 두 개의 상황으로 설명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거짓말들이 지진으로 당황한 이들에게 급격하게 퍼지고, 이를 믿는 과정을 통해 당시 그들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합니다.

 

헛간이 불타는 과정은 자경단이 된 그들이 화풀이를 어떤 식으로 했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관동대지진은 일본이 만주국을 침입하고, 독일과 이탈리아와 손잡고 미국을 적으로 돌리는 시작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관동대지진은 역사적으로도 중요합니다.

 

모든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학살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죠. 야쿠자와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인들을 그들이 많이 구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기도 합니다. 필요에 의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모두가 악마는 아니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겁니다.

 

관동 대학살을 부정하고, 사망자마저 축소한 일본의 행태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을 부정하는 그들을 용서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과거나 지금이나 모든 일본인들이 그렇지는 않다는 것은 분명할 겁니다.

 

7회 제작진은 기존 방식과 달리, 과거 TV 화면 사이즈를 고수했습니다. 이 기술적 변화는 이번 회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진실임을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과거 화면 사이즈를 통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상황을 설명하다, 당시 벌어진 참혹한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이런 기술적 선택을 한 제작진의 노력이 감사할 뿐입니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잘 다루듯 진실을 정의하기 위해 문자로 사실을 적시하는 방식 역시 서구인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너무 끔찍한 관동 대학살 사진이나 내용을 세세하게 다루기 힘들 정도입니다. 드라마에서도 그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지 못한 것은 그 자체가 심각한 트라우마를 안겨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역사는 기록하고 있는 그 끔찍한 과거를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드라마는 마지막 장면에 문구로 각인시켰습니다.

 

마지막 8회는 선자와 이삭의 이야기, 그리고 다시 솔로몬의 변화들을 다룹니다. 그렇게 마무리된다는 것은 이후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있게 하죠. 어쩌면 한수의 일본인 아내는 야쿠자 료치의 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료치와 함께 일을 하며 사업상 이유로 다른 이와 결혼할 수도 있지만 말이죠.

 

홈스 아내 유품은 앞서 언급했듯, 중요한 의미로 한수가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엄청난 부호인 홈스가 가족의 유품을 돌려준 똑똑한 한수에게 뭔가를 해줬을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죠.

 

시즌 2는 본격적으로 젊은 선자와 한수의 이야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의 폐망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들을 이들은 어떻게 버텨내고 살아냈는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그 과정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사실 역시 언급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파친코’는 일본이 그토록 부정하는 역사바로잡기의 살아있는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위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선자와 한수의 서사가 담아내는 근현대사가 과연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벌써부터 다음 시즌이 궁금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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