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포와 인하가 첫 키스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 <피노키오> 8회는 분명 달달했습니다. 하지만 인하가 다니고 있는 방송사의 캡인 공주가 던진 기자의 공익 발언은 이 드라마가 왜 위대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기자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풀어준 김공주의 발언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달달했던 첫 키스의 달콤함;
운수 좋은 날, 피노키오 신드롬의 새로운 가치 발견이 흥미로웠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을 부제로 사용한 <피노키오> 8회는 흥미로웠습니다. 형과의 조우와 인하와 본격적인 사랑을 시작하게 된 달포는 그저 행복했습니다.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인하와의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에 그토록 찾고 싶었던 형까지 찾을 수 있었던 달포는 정말 '운수 좋은 날'이었습니다.
번잡한 광장에서 친형인 재명과 마주한 달포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자리에 달포가 나간 이유는 컨테이너 화재사건의 주범이라고 알려진 문덕수와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나선 자리였습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친형을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달포는 당황스러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분을 속인 채 형을 만난 달포의 아픔은 재명이 그의 직업이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폭발할 수밖에는 없게 됩니다.
이들 형제의 조우를 알고 있는 이는 또 있었습니다. 안찬수가 문덕수 핸드폰이 터진 곳을 수색하기 위해 나왔다 달포를 봤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숨긴 달포를 찬수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감이 좋은 형사인 찬수는 달포가 컨테이너 화재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현장에서 낯선 남자와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찬수는 자신을 속이는 달포를 의심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형과의 만남으로 더욱 복잡해진 달포와 엄마와의 대립이 심화되어 마음고생만 심해진 인하는 함께 우동을 먹습니다. 눈이 내리던 겨울날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이들의 이 식사 장면은 이후 이어질 극적인 상황을 위한 애열이었습니다. 여자 친구가 사실은 내비였다는 고백과 함께 그들은 서로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예전처럼 삼촌 조카로 지낼 수 있느냐는 인하의 말에 달포는 이제는 그럴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거짓말을 하고 도망치는 인하를 붙잡고 키스를 하려는 달포와 손바닥으로 입술을 감추는 인하. 그리고 그 입술 위에 키스를 하는 달포로 인해 무장해제 되어버린 인하의 모습은 달콤함 그 자체였습니다. 삼촌과 조카라는 거대한 벽은 그렇게 무너졌습니다. 첫 키스이자 그들의 지독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달달하면서도 씁쓸함이 남겨진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신입기자들인 그들에게 빙판길 취재라는 임무가 내려집니다. 여기에 신입인 인하에게 리포팅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집니다. 동기들 중 가장 먼저 입봉하게 된 인하는 변기 물로 머리를 감아도 행복했습니다. 꿈만 꾸던 기자로서 본격적인 길을 걷게 된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했고, 무모해보였던 자신이 이렇게 성공을 길을 걸을 수 있게 된 것은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피노키오 신드롬은 이번 취재에서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시민들을 지켜보며 촬영하고, 이를 리포팅하는 상황은 결코 그녀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넘어지는 모습을 기자라는 이유로 그저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은 피노키오인 인하에게는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취재를 위해서라면 불행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지만 이를 하지 못하는 인하는 직접 나서 미끄러지려는 시민들을 구하는데 급급했습니다. 연탄까지 깨서 빙판길을 없애는 인하와 범조로 인해 그들의 빙판길 사건사고 취재는 망치고 말았습니다. 딸꾹질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취재도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피노키오는 기자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은 그렇게 다시 한 번 현실이 되는 듯했습니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기자가 제대로 취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듯한 인하는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송 부장은 자신의 딸임에도 가차 없이 기자직에서 물러나게 만들라고 지시할 정도였습니다. 딸에 대한 애정보다는 기자로서의 직책에 더욱 큰 가치를 부여하는 그녀에게 자신에게 도움이 안 되는 피노키오 딸은 부담스럽기만 했습니다. 물론 송 부장의 이런 냉철함은 딸을 위한 애정이기도 합니다.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빨리 단념시키는 것이 딸을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빙판길 취재 경쟁 속에서 언론들의 뻔한 취재의 원칙과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습니다. 매년 이어지는 취재가 크게 달라질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취재 경쟁은 사소한 듯 하지만 특별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소함 속에 기자의 공익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구하고 싶으면 기자 때려 치고 자원봉사 해. 기자는 지켜보는 게 공익이다. 그걸로 뉴스를 만드는 게 공익이고 그 뉴스를 구청직원, 대통령, 온 세상이 보게 만드는 게 기자의 공익이다"
"니들이 연탄 두세 개 깨는 동안 뉴스를 만들었으면 그걸 보고 구청직원들이 거기에 제설함을 설치했을 거다. 사람들은 눈앞에 눈을 치웠을 거고 춥다고 손 넣고 다니는 사람들은 넘어지면 다치겠다 싶어 손을 빼고 걸었을 거다. 니들이 뻘짓 하는 동안 수백 수천 명 구할 기회를 날린 거야"
간부회의에서 인하가 잘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고 시경캡인 김공주는 의도적으로 큰소리를 냅니다. 빙판길 취재조차 하지 못하는 피노키오 인하에게 분노하는 김공주의 발언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인하만으로 두둔하는 범조까지 가세해 왜 사람을 돕지 않느냐고 대드는 상황에서 김공주가 보인 행동은 진정한 기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기자의 역할이란 지켜보는 것이고 그걸 뉴스로 만드는 것이 곧 기자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뉴스를 통해 모든 이들이 보게 만드는 것이 바로 기자의 역할이고 공익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저 연탄 깨서 몇몇 사람들을 도와주는 동안 뉴스를 제대로 만들었으면 세상이 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뉴스를 통해 세상이 알고 그러면 당연하게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조직이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이 바로 기자의 역할이고, 그들의 의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김공주의 발언은 곧 작가의 의지이고 이 드라마가 던지는 가치이기도 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기자의 역할이라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기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권력의 시녀를 자처하며 기레기로 전락한 기자들은 이미 국민들의 신망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노키오>가 던지는 기자의 가치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스스로 납득을 하면 자신이 버티지 못하던 상황에서도 취재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피노키오 기자인 인하가 캡의 이야기를 듣고 납득을 하면서 유사한 상황에서도 더는 딸꾹질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빙판길 취재를 하던 인하는 극적인 상황까지 카메라에 담게 됩니다.
빙판길 취재를 이어가던 도중 다리를 다친 아이가 길을 건너다 음주운전으로 도망치던 트럭이 뒤집히고 맙니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며 아이를 덮치려는 순간 재명은 자신의 차로 막아내 아이를 구하게 됩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아이를 구하고 그대로 쓰러진 재명.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은 카메라. 그 장면을 확인한 MSC의 송차옥 부장의 선택은 결국 다시 한 번 날선 대립각을 세우게 만들 듯합니다.
겨울철 빙판길 취재는 인하에게는 기자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달포는 어렵게 만난 형과 멀어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기자를 증오하는 재명이 우연하게 달포가 기자라는 사실을 알고 분노하는 장면은 얼마 전까지 달포가 보였던 행동이기도 했습니다.
현진건의 소설처럼 너무 좋은 일들이 많아 오늘은 재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해왔던 달포에게 사실은 그게 모두 서글픈 현실을 더욱 강렬하게 만드는 최면효과나 다름없음을 깨닫게 합니다. 달포에 대한 분노와 어린 하명을 떠올리며 위급 상황에 뛰어들어 상처까지 입은 재명은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완전범죄라고 생각했던 문덕수 사건은 그렇게 공론화가 될 수밖에 없고, 재명은 유력한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 형제에게는 지독하게도 재수 없는 날이 되었습니다.
기자의 역할은 어때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보여준 <피노키오>는 참 좋은 드라마입니다. 기레기가 되어버린 우리 시대 진정한 기자에 대한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극중 김공주가 신입에게 이야기를 한 것처럼,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회 작가가 던지는 기자의 역할은 역설적으로 기레기가 된 기자들에게 진짜 기자가 되라는 외침으로 다가옵니다. 찌라시가 아닌 기사를 이야기하던 극중 김공주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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