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이 후반부로 향하며 이야기는 보다 빠르게 핵심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며 무진에서 벌어진 일대 사건들이 무엇 때문인지도 명확해졌습니다. 새롭게 국회의원에 당선된 차주만이 모든 근원의 시작이었습니다.
선우가 유성이 떨어진 날 광식의 농장에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해졌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그렇다면 선우가 정말 연쇄살인범일까? 하는 의문입니다. 장열은 일어난 사건들의 정황상 초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과 그 과정에서 이어지는 동선들도 선우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만들었습니다. 예분과 같은 능력이 없다면 이런 상황들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장열의 생각이었습니다. 예분과 광식의 능력을 알고 있는 또 다른 능력자가 범인이라는 논리는 그럴듯해 보이기도 합니다.
능력자가 아니라면 그렇게 절묘하게 범행을 저지르고 다닐 수는 없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장열의 기준에서 범인은 선우일 수밖에 없습니다. 정황상 선우가 범인일 가능성은 언제나 높았습니다. 무진 사람도 아닌 그가 왜 그곳에 왔는지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회차에서 선우의 서사가 등장하며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선우와 예분 모두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예분 어머니는 시체가 발견되어 사망으로 처리되었지만, 선우 어머니는 실종자 상태입니다.
두 사람의 접점이 중요한 것은 그 중심에 모든 사건의 핵심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살인자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회차는 중요했습니다. 차주만이란 인물이 어떤 존재인지 그 실체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 말입니다.
예분의 어머니인 정미옥은 정의감 넘치지만 어려운 이를 돕던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기자로 취재에 나섰다 부당함에 맞서기 위해 직접 그들과 함께 했던 인물이 바로 예분의 어머니였습니다. 재개발 피해자들을 그저 보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다 사망한 것이 바로 기자였던 정미옥이었습니다.
미옥은 자살로 처리되었지만, 아버지는 딸이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할 아이가 아님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고, 증오하던 차주만의 선거 운동원을 자처하기까지 했습니다. 적진에 들어가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차주만이 어머니의 죽음 직전 함께 있었음을 알고 있는 예분은 친분을 언급했습니다. 어머니와 많이 친했다는 차주만은 사망하기 몇달 전부터 얼굴도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었습니 자. 차주만이 예분의 어머니 미옥을 죽인 범인이기 때문입니다.
선우의 어머니가 무진 사람이라고 했는데,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이은숙이 바로 선우 어머니였습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던 인물이었고, 그러다보니 미옥과도 친한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런 두 사람 중 하나는 사망했고, 다른 이는 실종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은숙이 뒷돈을 받고 도망쳤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죠. 방세 낼 돈이 없을 정도로 궁핍한 상태에서 급하게 집을 나선 것이 전부였습니다. 뒷돈을 받았다면 굳이 이런 궁핍한 모습일 수는 없습니다. 아들에게 각별했던 어머니가 아들까지 내팽개치고 도주할 일도 없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와 관련해 그 어떤 수사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집주인이 어린 선우를 1년 정도 거두기는 했지만, 남이 평생 데리고 살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보육원에 보내진 아이는 영특했고 열심히 공부해 최고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대학원에 입학한 선우는 교수가 끔찍이 아끼던 애제자이기도 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그만뒀다고 하죠.
선우가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포스터를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포스터의 주인공은 바로 차주만이었습니다. 차주만이 3년 전 무진이라는 시골 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거주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떠든 것은 개발이었습니다.
작은 마을에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그렇게 그곳에 호텔 등을 지어 발전하게 되면 무진도 커질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 차주만의 말을 듣던 선우는 무서운 얼굴로 일어나 나가버렸죠. 그리고 바로 그는 무진으로 왔습니다.
그곳에 일가친척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우가 무진으로 온 것은 차주만 때문이었습니다. 과거에도 투자 사기에 끼어든 자가 바로 차주만이었고, 그로 인해 어머니가 실종 상태라는 것을 선우가 모를리없습니다. 그래서 선우는 무진으로 내려와 어머니 실종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선우가 굳이 연쇄살인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은 차주만인데, 그에게 부담을 느끼게 하려 굳이 사람을 죽일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선우가 사이코패스로 아무런 감정도 없이 유희로 살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차주만을 궁지로 내몰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살인을 하는 것은 더욱 이상한 논리가 됩니다.
선우의 서사가 등장하기 전에는 다양한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연쇄살인범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죠. 상대를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외모와 외지 사람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과거가 드러나며 그는 연쇄살인마가 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은 윤덕현 의원 시절이었습니다. 그는 개발을 이용해 엄청난 돈을 벌었습니다. 개발 호재는 너나없이 투기에 나서게 만들었고, 그렇게 땅값이 치솟자 윤 의원은 저렴하게 산 땅을 모두 팔아 거액을 챙기고 떠났습니다.
당시 주민들에게 땅을 사도록 독려한 자가 바로 차주만입니다. 그런 자가 최근에는 그 땅들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10만원까지 떨어진 평당 가격을 50만 원에 되사는 차주만은 그들이 불쌍해서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50만 원에 산 땅을 윤 의원처럼 개발 호재를 퍼트리고 유치할 것처럼 호들갑을 부려, 엄청난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속셈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재선이 필요했고, 이를 이룬 후 그의 행동은 더욱 거침이 없어졌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는 무진에서 연쇄살인 같은 일은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사건도 축소해보는 차주만은 그래서 연쇄살인범일 수는 없습니다. 그는 사람을 죽일 수는 있지만, 그보다 엄청난 이익을 낼 수 있는 이 사업을 망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연쇄살인범 후보자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가 조금은 드러납니다. 물론 변수는 존재하지만 말이죠. 차주만에게 피해를 당했던 이들 중 정의감에 취해 정의롭지 못한 자를 제거한다는 명분하에 살인을 저지르는 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거나, 잠시 스쳐가는 등 존재감이 크지 않은 이가 범인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 시점이 되면서 이야기의 핵심은 연쇄살인이 아니라 차주만이라는 인물에 모아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과거 예분 어머니를 죽인 진범 찾기에 집중된다는 점은 무진 연쇄살인범의 존재감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에 우비를 입고 차주만을 공격하려는 인물이 무당인 종배라는 사실은 조금은 설득력 있는 전개였습니다. 종배가 우비를 입고 장미꽃문양이 있는 칼을 들고 주만을 노리는 장면은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종배는 연쇄살인마가 아닙니다. 최근 벌어진 사건을 생각해보면 종배가 범인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과 사건이 벌어진 시간대 함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아무도 모르게 빠져나와 살인을 하고 돌아올 수는 없는 일입니다.
종배가 연쇄살인마와 같은 모습을 하고 차주만을 노린 것은 단순합니다. 종배 역시 차주만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재개발 피해자들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치가 떨리는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연쇄살인으로 위장하려는 행동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선우 역시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게 무진으로 내려온 것은 차주만을 파멸에 이르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의 실체를 파악해 세상에 알려 그의 죗값을 받게 하려 합니다. 그보다 자신의 어머니가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더 클 겁니다. 그런 선우가 차주만을 위기에 몰아넣기 위해 연쇄살인을 한다는 사실은 이제는 무의미한 가설이 되었습니다.
예분과 선우는 같은 운명공동체입니다. 두 사람 모두 어머니의 복수를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이는 이들이 초능력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리고 서툰 위로를 건넨 장열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며 이후 전개를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차주만이 예분 할아버지의 속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내부 문건을 훔친 이가 그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예의를 갖춘 것은 차주만이 어떤 존재인지 잘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를 통해서도 예분은 보다 정확하게 차주만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게 될 겁니다. 다만 할아버지 엉덩이를 어떻게 만지느냐가 관건이지만 말이죠. 광식을 이용할 수 도 있을 겁니다.
이런 극적인 상황 전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든 현옥과 종묵, 옥희와 용명의 커플 라이프는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재개발 사업 피해자를 만나러 다니다 모텔에 묵게 된 현옥과 종묵 에피소드는 화재가 나면서 모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용명에 대한 주술에 걸린 듯한 이끌림을 애써 외면하려는 옥희가 축제에서 1등으로 받은 TV를 가지고 마치 이혼한 부부의 이야기를 하듯 하는 행동도 재미있었습니다. 옥희 패밀리에 시어머니로 출연한 서권순의 막장 연기는 이 드라마가 가지는 재미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이야기는 어떻게 마무리되어 갈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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