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종영한 <보고싶다>의 후속 드라마인 <7급 공무원>이 첫 방송 되었습니다. 영화로 개봉되었던 작품을 드라마로 만드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가 없습니다. 김하늘과 강지환이 나왔던 영화 <7급 공무원>과 최강희와 주원이 등장하는 드라마 <7급 공무원>의 차이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추노와 도망자 사이의 천성일 작가, 7급 공무원은 어떤 작품이 될까?
최고의 히트메이커가 되어버린 주원과 독특한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는 최강희가 주연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7급 공무원>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는 높습니다. 첫 회 시청률이 12%가 넘을 정도로 그들에 대한 기대감은 최고입니다.
국정원 요원이 되고 싶은 김서원과 한길로의 모습을 담은 첫 회는 식상함의 극대화였습니다. 가난해서 더욱 열정적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여주인공 서원과 너무 많은 것을 가져 철없는 남주인공 길로의 만남은 식상함을 극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난한 서원으로서는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함께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에 매진하고 삽니다. 방송국 피디가 되고 싶지만 쉽지 않은 그녀의 차선은 국정원이었습니다. 돈이란 그저 자신에게는 하나의 도구일 뿐인 길로에게 공무원인 국정원은 어린 시절 꿈이었습니다. 영화 속 007의 모습을 보고 자신은 제임스 본드와 같은 요원이 되는 것이 소원이었습니다.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으라는 말은 길로에게는 식상하기만 합니다. 한번도 어려움이라고는 격어 보지도 못했던 그에게 아버지의 뒤를 이어가는 것은 자신의 삶에 무의미한 가치일 뿐입니다. 그저 삶이 장난처럼 쉽기만 한 그에게 유일하게 간절한 것은 자신의 어릴 적 꿈을 실현시켜줄 제임스 본드가 되는 것이 전부입니다.
고가의 외제차를 레이스를 통해 잃어도 그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은 아닙니다. 비록 고가의 차를 잃기는 했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남자들의 승부에서 졌다는 억울함 뿐입니다. 이런 길로와 달리,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서원에게 삶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학자금 대출로 빚은 상상도 하기 힘든 정도가 되었고, 경제적으로 힘겨운 부모에게 손을 벌리기도 힘든 그녀에게 삶은 결코 녹록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직장은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였습니다.
결혼업체에 근무하는 친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맞선에서 만난 서원과 길로는 그 만남이 운명이라는 사실을 못했을 겁니다. 자신에게 고가의 새로운 차를 사주겠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시작한 맞선. 하지만 그저 차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길로에게 맞선은 그저 수단일 뿐이었습니다.
길로가 고가의 신차가 목표이듯, 서원에게 맞선은 고가의 아르바이트일 뿐이었습니다. 2시간만 버티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이런 아르바이트를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서원에게 돈은 중요한 가치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맞선이라는 형식적인 행위와 자신들에게 주어진 2시간이라는 시간이 가져올 가치는 서원과 길로에게는 달콤할 뿐이었습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운명이라면 허망한 맞선에서도 참아줄 여인이 있을 것이라던 길로에게 서원은 우선 특별했습니다. 목적과 뜻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들이 이렇게 하나의 목적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운명은 특별했습니다.
서원과 길로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 자동차 레이스는 그들의 복잡한 관계를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길로에게는 자신의 기쁨을 위한 놀이였지만, 서원에게는 목숨을 내놓는 과격하고 무의미한 행위에 불과했습니다. 레이스 한 번으로 고가의 차량을 걸고 벌이는 그들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는 서원에게 길로는 최악의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국정원 시험을 통해 국정원 요원이 된 그들이 어떤 불협화음 속에서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지는 <7급 공무원>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재미로 다가옵니다. 국정원 요원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다가오는 스파이 우혁이 과연 어떤 재미를 던져줄지도 흥미롭기는 합니다. <적도의 남자>에서 보여준 선우 역할을 연상하게 만드는 엄태웅의 등장은 흥미롭습니다. 코믹하기만 한 이 드라마에서 긴장감을 부여하는 우혁이 과연 드라마의 균형을 얼마나 잡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첫 회로 모든 것을 규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더욱 20부작 드라마에서 1부는 그저 1/20일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첫 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선보인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느냐가 이후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이어준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7급 공무원>의 첫 회는 식상함의 연속이었습니다. 뻔한 남녀 주인공의 극단적이 구조는 자연스럽게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게 했습니다. 극단 적인 삶을 살아왔던 그들이 국정원 요원이 되어 사랑하는 연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들 부모들이 벌이는 투박하고 식상한 대립 관계도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천성일 작가는 한 때 가장 주목받는 작가였습니다. <추노>라는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극찬을 받았던 이 작가는 이후 스타 작가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의 작품은 관객 혹은 시청자들에게 혹평을 받았고, 시청률이나 관객 동원에서도 실패한 작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거대한 규모로 승부했던 <도망자 플랜B>는 졸작으로 평가받으며 내리막길을 걷게 만든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이후 <서부전선 이상없다>, <5백만불의 사나이> 등 영화도 몰락에 가까운 평가를 받으며 더 이상 천성일이라는 작가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7급 공무원>이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사실은 의외였습니다.
2009년 만들어진 <7급 공무원>은 소위 가장 주목받은 시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기는 합니다. <7급 공무원>이 대박 수준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가치를 받았다는 점에서 드라마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식상한 전개로 시작된 첫 회가 주는 아쉬움은 이후 19번의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로 다가옵니다. 대박이었던 <추노>와 쪽박이었던 <도망자>사이에 서있는 <7급 공무원>이 어느 쪽에 설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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