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과 최강희가 주역으로 등장하는 <7급 공무원>은 시청자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에서 언급하듯 국정원 논란 속에 국정원을 미화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가 MBC에서 방송된다는 사실이 문제로 다가옵니다. 이런 논란을 잠재우거나 심화시키는 것 역시 <7급 공무원>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이분법으로 만들어내는 단순한 이야기, 아나키스트 엄태웅의 역할이 중요하다
악연으로 시작한 두 주인공이 국정원에 합격하며 만들어가는 다양한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핵심입니다.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드라마에서도 핵심은 두 주인공의 러브스토리라는 점에서 이런 틀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국정원으로 사용한 이름이 아닌 본명인 필훈과 경자의 인생은 국정원 연수원에 입소하면서 버려진 이름의 가치는 가족들의 반응에서만 살아나는 존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가난한 시골 촌로인 경자의 부모와 돈만 아는 필훈의 가족들이 보여주듯 극단적인 이분법은 이 드라마의 중요한 방식입니다.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는 국정원과 그런 그들에 대항하는 아나키스트들, 가진 자와 못가진자 등으로 분리되어 진행되는 방식은 식상하지만 단순하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립 구도입니다. 너무 다른 두 남녀가 한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연인이 되어간다는 닳고 닳은 이야기가 매번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 익숙한 그 내용이 진부함보다는 편안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자가 국정원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동네잔치를 여는 부모의 모습은 유쾌하게 그려지기는 했지만 씁쓸했습니다. 평생 농부로 살아왔던 촌사람들인 그들이 무지몽매하다는 식의 규정은 아쉽게 다가오니 말입니다. 뭘 하든 다 망하는 이 억세게 운 없는 경자의 부모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단호했습니다. 딸이 FTA로 인해 소를 사서는 안 된다는 주의를 주었음에도, 구제역 파동 끝물에 소를 사서 잃는 무지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농촌에 대한 잘못된 정책과 지원으로 점점 힘겨워지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은 별개인 이 드라마 속 농촌의 모습은 6, 70년대 촌 사람들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그들이 여전히 궁핍함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은 국가 정책의 난맥이 아닌, 무지한 개인들의 몫이라는 시각은 당혹스럽게 다가올 뿐이니 말입니다.
촌사람들은 국정원을 강력한 힘을 가진 안기부로 인식하고, 그 직원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비약 역시도 조금 과하게 그려지는 것은 아닌 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물론 극중 등장하는 경자의 부모와 같은 인식을 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이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점에서 작가의 시각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국정원에 합격한 두 주인공이 연수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질긴 악연이 다시 시작되며 본격적인 대립 관계는 시작됩니다. 경자의 존재감이 여전히 궁금한 필훈은 그녀가 누구인지 알려 노력하고, 그런 모습에 자신을 숨겨야 하는 경자는 검도를 응용해 깐죽대는 필훈에게 혼쭐을 내주고 맙니다.
추운 겨울 버스에서 쫓겨난 그들이 시간 안에 연수원에 도착하기 위해 각자의 방법을 동원합니다. 언제나 그랬듯 중국집에 전화를 걸어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이동하는 경자를 따라잡기 위해 다방 오토바이를 탄 필훈의 레이스는 그들에게는 제임스 본드의 카 레이스와 다름없는 긴박함이었습니다. 쌍코피까지 흘린 필훈의 집요함과 떨치고 싶은 경자의 추격전은 커피와 짜장면을 뒤집어 쓴 채 연수원에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악연을 가진 이들은 동료들 사이에 연인으로 오해를 받게 되고, 이들 사이에 도하와 선미가 개입하며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국정원에 들어서며 서원과 길로로 이름을 바꾼 그들은 복잡 미묘한 관계는 도하의 개입으로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보다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군인 출신인 도하가 그저 제임스 본드에 반해 국정원에 들어온 길로의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무술이나 체력에서 앞선 도하 앞에 길로는 그저 돈 많은 집 자제의 한심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말입니다. 가장 국정원 요원 같은 존재인 도하가 서원과 길로의 관계에 개입하며 강력한 러브 라인을 구축하게 된다는 점에서, 도하의 역할은 중요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해 서원을 궁지에 몰아가고 싶었던 길로로 인해, 서원은 스스로도 느끼지 못했던 능력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거짓말을 진실로 만드는 능력을 갖춘 서원은 사이코패스이거나 타고난 사기꾼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녀의 활약은 기대됩니다. 두 주인공이 코믹함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면 국정원 직원들과 최우혁을 중심으로 한 세력들의 대결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국정원 요원을 암살했던 JJ 우혁이 다시 국내로 들어오며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국정원 사이에 어떤 원한이 있었는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우혁의 부모와 그를 따르는 미래의 부모 모두 국정원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사건이 무엇이냐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1, 2회 연속 등장했지만 최소한의 분량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이는 우혁은 철저한 아나키스트로 등장합니다. 무정부적 가치를 가지고 사회적 권위와 모든 정치 조직과 권력을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를 외치는 아나키스트 우혁의 존재감이 중요한 것은 그의 역할에 따라 <7급 공무원>의 정체가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혁이 악역으로 등장하며 국가의 잘못과 권력의 잘못을 지적하는 그들에 대한 평가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시골에 사는 이들을 그저 단순하고 무식한 사람들로 정리를 하듯, 국가와 권력이 가지는 구조적인 모순과 잘못을 지적하는 우혁이 테러리스트 정도로만 취급당하는 것은 문제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국정원은 좋은 편이고 그에 대항하는 모든 이들은 나쁜 편이라는 이분법이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대립 구도 속에 어느 하나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혁이 누군가를 해치는 행동이 잘못된 것이지만, 그가 느끼고 있는 국가와 권력에 대한 비판은 옳으니 말입니다. 이런 이분법적인 방식이 재미를 던져 줄 수는 있겠지만, 잘못된 인식을 고착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기만 합니다.
아나키스트인 우혁이 중요한 것은 그가 내세우는 가치는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국정원을 파괴하는 잔인한 테러리스트로 전락하고 그가 그저 악랄한 범죄자 정도로만 인식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첫 방송 이후 <7급 공무원>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주원과 최강희라는 막강한 스타 파워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상황에서 단순하고 재미있게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모두가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드라마이니 말입니다. 숱한 논란을 잠재우고 드라마로서 재미와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역할이 다시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시작 단계인 <7급 공무원>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기에는 성급합니다.
초반 극을 이끌어가는 엄태웅이 본격적인 이야기로 전개되기 전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의미를 각인시켜주느냐는 그래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추노>와 <도망자> 사이에서 여전히 모호한 지점에서 흔들리는 <7급 공무원>이 <추노>를 넘어선 걸작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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