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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Netflix Wavve Tiving N OTT

더 글로리 파트2-송혜교 복수에 영광은 없었지만, 가해자의 지옥은 있다

by 자이미 2023.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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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더 글로리 파트 2'가 공개되자마자 과부하로 인한 접속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이 공개되는 시간 한꺼번에 몰린 이들로 인한 접속 불량은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학폭이란 문제는 단순히 우리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 어디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크고 작은 차이는 있겠지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현상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불안전하다는 점에서 짐승이나 다름없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경우들이 존재하니 말입니다.

더 글롤리 2-동은의 복수에 글로리는 없지만 지옥은 있었다

'더 글로리 파트1' 마지막은 연진이 동은의 집에 들어서 그가 무엇을 꾸미고 있었는지 확인하는 장면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동은의 실체와 그의 의도를 알게 되면 반격도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복수를 준비한 이들은 만약의 경우를 항상 염두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공격을 하면 자연스럽게 반격할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지 못하면 그건 성공한 복수를 할 수 없습니다. 동은의 복수는 오랜 시간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연진의 그 행동 역시 이미 가능한 범주 내에 있던 위기였습니다.

 

독해진 김은숙 작가에게 적당한 타협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잔인한 폭행을 저지르고도 완벽하게 숨긴 채 잘 사는 가해자들에게 지옥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은 김 작가의 의지는 일관되게 하나의 흐름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몰입도를 극대화해 주었습니다.

 

동은을 괴롭히던 다섯 친구들을 어떤 식으로 붕괴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준비해 온 그의 복수는 보는 이들마저 손에 땀을 쥐게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그의 복수에는 적당함이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가해자들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한 동은의 복수는 끝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을 쓴 김 작가의 이야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작품을 쓰게 된 이유는 딸과 학폭과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였다고 합니다. 딸은 김 작가에게 자신이 가해자면 좋겠어? 피해자면 좋겠어?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순간 어떤 답을 해야 할지 몰랐던 김 작가는 후에 인터뷰를 통해 딸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였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은 돈이 많으면 철저하게 복수해 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이기 바란다는 김 작가는 자신은 운 좋게 큰돈을 벌 수 있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대다수 동은은 그럴 수 없어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더 글로리 2-동은과 연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지옥과 같은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던 수많은 동은을 위로하고 그들 대신 복수를 하고, 응원하기 위한 이야기가 바로 '더 글로리'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김 작가의 이번 이야기에 어설픈 타협이나 막연한 해피엔딩이나 절망스러운 결말도 나올 수는 없었습니다.

 

김 작가는 주인공인 동은이나 그의 조력자들이 직접적으로 살인을 하는 행위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런 식의 복수는 이 이야기의 순수성과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타인의 힘을 빌어 그들이 몰락할 수밖에 없도록 조장할 뿐 직접적인 위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무척이나 현명한 방식이죠. 상황을 몰아가 이들이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것은 정교하게 짜인 복수극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상황이 점점 자신을 압박해 오고 있는 그 상황들 자체가 지독한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동은이 당당한 모습으로 이들 앞에 나타난 것도 그들에게는 당혹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연진의 딸 담임이 되어 주눅 들지 않는 동은의 모습은 그에게는 섬뜩한 고통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식의 압박은 죄지은 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합니다.

 

과거를 숨기고 그래야만 하는 자들일수록 동은의 행동은 조금씩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일방적인 공격과 방어가 아닌, 미묘한 변화들을 통해 관계성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며 종잡기 어렵게 상황을 이끌어가며 극은 더욱 흥미롭게 변해갔습니다.

 

김 작가가 잔인한 이유는 천륜까지 끌어들인 부분이죠. 동은과 연진의 모녀간의 모습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잔인하게 다가오는 부분이었습니다. 동은의 어머니는 어머니라 부를 수도 없는 존재였습니다. 딸을 방치하고, 학폭으로 망가진 딸을 이용해 돈을 번 그는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더 글로리 2 스틸컷

과거의 일이니 그럴 수도 있다 할 수도 있겠지만, 동은이 자신을 향해 칼을 겨누자 연진은 다시 그의 어머니를 찾아내 돈을 줍니다. 동은을 몰락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뭔지 연진은 알고 있었던 것이죠. 술을 마시고 동은이 교사로 있는 학교를 찾아 망나니 짓을 하고, 그의 집을 찾아가 행패를 부리는 그의 어머니에게는 오직 돈 외에는 없었습니다.

 

이런 어머니임에도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것은 동은에게는 유일한 핏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남자를 불러 고기를 구워 먹다 동은이 분노하자, 불을 무서워한다며 오히려 겁박하는 과정은 최악이었습니다. 동은이 과거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적확하게 아는 자가 바로 어머니였고, 그런 자가 이를 가지고 딸을 괴롭히는 것이 정상일 수는 없었습니다.

 

천륜을 버릴 수 없다며 영원히 자신에게 종속되어야만 한다는 어머니를 동은이 그 이유를 들어 완벽하게 가둬버리는 과정은 통쾌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천륜을 버리며 살인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고, 알코올 중독이 심한 어머니를 합법적으로 정신병원에 영원히 가두는 것으로 동은의 오랜 복수는 완성되었습니다. 

 

연진의 몰락을 이끄는 과정에서 동은이 그의 어머니를 궁지로 내모는 과정도 통쾌함을 넘어 쾌감까지 불러왔습니다. 동은을 진심으로 도왔던 현남의 소원이기도 한 폭력 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기 위한 정교한 덫에 연진의 어머니인 영애는 완전히 말려들고 말았습니다.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서 수십 년 동안 자신의 궂은일을 돕도 형사마저 변절하려는 상황에서 자신을 협박하는 이 남자를 제거해야만 했습니다. 묘략이라며 자신을 돕던 형사 영준과 함께 이동하다 빗길에 뛰어든 현남의 남편을 치어 숨지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어 사건을 해결하게 하는 영애는 완벽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동은이 짜놓은 함정이었습니다. 구속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가족과 합의를 봐야 하지만, 동은을 돕는 현남이 합의해 줄 이유가 없었습니다.

더 글로리 2-동은과 사랑하는 여정

영애는 걸림돌을 완벽하게 치웠다고 생각하며, 경찰 앞에서 악어의 눈물도 흘렸지만 동은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었을 뿐이었죠. 그런 영애 앞에 등장한 동은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합니다. 딸을 살릴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교도소로 갈지 말이죠. 연진의 명찰까지 가지고 있고, 영준이 한몫 챙기기 위해 숨겨두었던 명오 사체를 소희가 사망한 자리에 옮긴 것도 모두 동은의 짓임을 알고 영애는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자신이 지은 죄들로 인해 움츠려질 수밖에 없는 이들은 이제 서로를 저격하기 시작합니다. 딸보다 자신을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에 경악한 연진은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지만, 명오를 죽이지는 않았다는 말로 살인범이 되는 것을 막기에 급급했습니다.

 

궁지에 몰리자 서로를 저격하는 연진과 영애 사이에 모녀라는 천륜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현직 경찰이라는 신분을 앞세워 영애와 점쟁이와 함께 성매매까지 하며 큰돈을 벌던 영준은 자신이 부린다고 생각한 범죄자 출신 해결사들에게 죽임을 당합니다.

 

의리는 존재하지 않는 그들의 관계성은 돈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으니 말이죠. 명찰이 중요한 증거라 생각하며 꽁꽁 숨겼지만, 그건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연진이 명오를 죽이기 위해 술병을 휘두른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은 낸 것은 경란이었습니다.

 

동은이 학폭을 당하는 것을 무서워 외면했던 경란은 그가 자퇴하자 그들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재준의 편집샵인 시에스타에서 일을 하며 여전히 그들의 일을 돕는 경란은 학창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들의 몸종처럼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연진이 명오를 폭행하고 도주한 그날도 경란은 시에스타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집도 없이 가게에서 살던 경란은 소란스러움에 그곳을 찾았다가 피투성이가 된 명오가 명령조로 전화기를 찾는 상황에 분개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은 이 자들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명오를 끝낸 것은 경란이었습니다.

더 글로리 2 포스터

동은은 경란이 명오를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모든 것은 연진의 짓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 것이죠. 폭력에 길들여져 감히 그들에게 대응할 수 없었던 경란은 동은에 의해 몰락해 가는 그들을 보고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결정적 증거인 술병을 동은에게 준 이유가 그것이죠.

 

건네받은 술병만큼의 고통을 겪고 살기 바란다는 명은은 그렇게 경란에게 자유를 선물했습니다. 두려움에 그들의 악행에 침묵해야 했던 경란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들과 같은 존재로 전락했기 때문이죠. 정말 악랄한 자는 전재준이었다는 사실을 동은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저 농구나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뒤에서 조용히 모든 것들을 관장하던 존재였으니 말이죠. 그런 전재준을 제거하는 것 역시 동은다웠습니다. 어린 예솔이를 복수의 지렛대로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동은은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자신을 괴롭힌 자들처럼 악마는 아니었으니 말이죠.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복수를 멈출 수는 없었고, 예솔이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것은 하도영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도영이 원하는 것은 딸이었고,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재준을 제거해야만 했습니다. 망나니가 자신의 딸을 키울 수는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도영에게 예솔은 자신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새롭게 올리는 건물의 타설이 무덤이 되어버린 재준의 종말은 그에 걸맞았습니다.

 

모든 복수를 마치고 자신을 도왔고 사랑해 준 여정을 위해 홀로 떠나 죽음을 선택하려던 동은을 구한 것은 여정의 어머니였습니다. 자신의 아들이 지옥 속에 갇혀 있다며, 도움을 청한 것이죠. 이미 동은의 복수에 동참하는 아들을 이해하고 인정했던 그의 손을 동은은 잡았죠.

 

다시 돌아와 여정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살인마 강영천에게 지옥을 선사하기 위해 동은은 움직였습니다. 자신이 도움을 준 명동 사채업자에게 강영천을 최악의 교도소로 이감시켜 달라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여정이 있었고 망신창이가 되어 이감되던 강영천은 입구에서 그를 보고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더 글로리

사람의 선한 마음을 이용해 잔인한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고, 그에 대한 반성도 하지 않는 인간이기를 거부한 자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자신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여정은 면회를 가서 잔인하게 죽이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의사는 그럴 수 없다는 영천에게 짐승을 구하려면 수의사가 되었을 것이고, 악마를 구하려면 목사가 되었을 거라 했습니다. 의사는 사람만 구한다며 사람이 아닌 자는 구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했던 여정이 환하게 웃으며 이감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영천이 두려움을 느낀 것은 그저 하는 말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유명 교회 목사의 딸이 마약에 찌든 존재였음을 세상에 알리고, 궁지에 몰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혜정의 목을 찔러버리는 사라의 운명도 그렇게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이 지은 죄는 언젠가는 되돌려 받을 수밖에 없음을 이 드라마는 흥미롭게 잘 담아냈습니다. 

 

분석을 하자면 끝이 없을 듯한 이 드라마는 분명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져줬습니다. 학폭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학폭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한발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내주는 '더 글로리'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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