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능마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드라마가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경우들은 이제는 흔하게 보기도 합니다. K-드라마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 계정을 끊지 못한다는 외국인들이 많을 정도로 중독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한국 예능은 넷플릭스만이 아니라 다른 OTT에서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솔로지옥2' 그나마 높은 관심을 받기는 했습니다. 일반인들의 연예 프로그램이 국내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인기를 누려왔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다가왔을 수도 있습니다.
유재석을 앞세우고, 국내 유명 예능 PD들이 나섰지만 실패한 원인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방식이 해외에서 공통적으로 통용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나영석 사단의 예능이라면 괜찮은 관심을 받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넷플릭스에 팔지 않기에 평가받기는 어려운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피지컬 100'은 등장과 함께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추성훈이나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군지도 모를 이들이 나와 경쟁하는 프로그램이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성공했습니다. 원초적인 육체적인 대결이 세계인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첫째 비언어적 방식이라는 겁니다. 언어가 크게 의미없이 원초적인 몸이 주는 이야기는 세계 모든 곳에서 통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스포츠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국내 예능이 세계인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은 말장난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말로 유머 코드가 맞지 않으면 관심을 받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죠.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등에서 공개된 한국 예능은 사실 한국인이 봐도 그리 재밌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먹방 역시 콘텐츠로서 사랑받기 어려운 한계는 분명 존재합니다. 여행을 가서 먹는 단순한 이야기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은 그저 착각일 뿐이니 말이죠. 국내에서는 익숙함에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세계를 상대로 한다면 이는 결코 성공하기 어려운 식상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굳이 말이 필요없는 형식이라면 어느 나라에서든 통할 수 있습니다. 공통적인 궁금증을 유발하는 호기심 가득한 콘셉트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피지컬 100'은 인간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관심을 갖는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과하다 싶은 근육을 가진 이들도 존재하지만 멋진 몸으로 건강미를 뽐내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가대표들과 격투기 선수들만이 아니라 소방관과 댄스 트레이너, 여기에 뮤지컬 배우에 헬스 트레이너들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출연자들은 그래서 더욱 큰 관심을 받게 했습니다.
직업은 제각각이지만 그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몸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호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그들이 오직 자신이 가진 힘으로 상대와 승부하는 형식 자체는 언어나 국가와 상관없이, 모두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이기도 합니다.
일부는 약을 통해 보다 강한 근육을 키웠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 그 과정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헬스장에서 무거운 기구를 들며 운동해 본 이들이라면 그 정도 근육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을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순수한 열정에 대한 갈망과 존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대 올림픽을 하던 이들처럼 다른 기구없이 오직 자신의 몸으로 상대와 대결하는 원초적 욕망은 전 세계인들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저 이런 피지컬들만으로도 충분한 예능이었지만 그 이상을 담고 있어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는 이유가 되었을 겁니다.
둘째 스포츠맨십이 주는 감동입니다. 최종 우승자는 3억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주어진 미션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옆에 있는 동료를 이겨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승리해야 하는 대결은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달리기를 통해 맛보기를 한 이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은 1:1 대결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50명으로 줄인다는 점에서 무조건 상대를 제압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이겨야만 하는 상황은 긴장감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었죠.
두 가지 섹션에서 자신이 고른 상대와 공을 차지하는 이 단순한 게임의 룰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면서 강렬한 대결로 이어졌습니다. 물이 찬 원형 경기장과 놀이터와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1:1 대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긴박감을 선사했습니다.
대결은 모두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 질 수 없다는 사실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은 일촉측발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짜 싸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치열했습니다. 결국 시간은 정해졌고 승자와 패자는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패자는 입장할 때 봤던 자신의 토르소를 직접 깨고 돌아가야만 합니다. 자신의 몸과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그들에게는 자신을 그대로 본뜬 토르소를 직접 깨는 것은 치욕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잔인한 장치이자 설정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승패가 나뉘면 분노할 법도 합니다.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이고, 대회 우승을 생각하고 출전했다는 점에서 화를 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분하고 화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패배에 대해 자신이 더 발전할 계기로 삼기도 하고, 자신을 이긴 상대의 손을 들어주기도 하고 박수를 쳐주며 존경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선배인 추성훈과 격투기 방식으로 대결하고 싶다고 청한 후배와 맨손 격투기를 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손바닥으로 타격을 주며 정면 승부를 벌이는 두 남자의 모습에 '피지컬 100'의 진정성이 존재했습니다. 추성훈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후배는 감사를 표하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런 후배의 손을 들어 올리며 오히려 존경을 표하는 모습은 진정한 스포츠맨십이었습니다.
경기는 치열하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가 끝난 후에는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그 마음이 곧 '피지컬 100'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였습니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분노하는 정신 파탄자가 존재하지 않는단 것 하나 만으로 이 프로그램은 특별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금기를 깬 도전이었습니다. 절대 다수는 남성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성 출연자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피지컬 100'에는 남녀노소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40대 후반인 추성훈이나 다른 여성 출연자들을 보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승부가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려웠죠.
1:1 대결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남녀의 금기를 깬 대결 구도는 그 자체로 흥미로웠습니다. 절대적인 파워는 여성보다 남성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1:1 대결에서는 결국 힘으로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여성들은 금기를 깨고 남성 상대를 선택해 경기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여성 씨름 선수가 럭비 국가대표 선수를 지목해 대결하는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제대로 힘으로 승부를 벌이면 럭비 국가대표 선수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승부를 벌인 이 장면은 '피지컬 100'이 어떤 작품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레슬링과 씨름을 병행하는 장은실이 모래를 나르는 미션에서 팀전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장면 역시 많은 이들을 환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열 명의 팀장 중 유일한 여성 참가자인 그는 다섯 명의 팀원 중 세명을 여성을 뽑아 최약체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보기좋게 상대 팀을 압도하며 승리를 거두는 것은 금기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통쾌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더독의 반란은 언제나 흥미롭고 매력적일 수밖에 없죠. 막강한 힘을 가진 자를 상대적으로 약한 이가 압도하며 승리를 거두는 장면들도 우리의 금기를 우습게 만들었습니다.
배를 끌고, 바위를 들고 서 있는 과정 등 말도 안 되는 미션들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확인하는 과정들 모두 기존 예능에서는 상상도 못 한 하드 한 미션이자 '피지컬 100'에서만 가능한 대결이기도 했습니다. 기획 자체가 무모함이었다는 점에서 '피지컬 100' 자체가 도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젠 모두 알고 있듯 장호기 피디는 MBC 소속입니다. MBC가 만들어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적 히트를 쳤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지상파 3사가 모여 만든 OTT가 아닌 넷플릭스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내 방송법으로 규제하기 시작하면 '피지컬 100'은 만들 수 없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장호기 피디가 예능을 전문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죠. 시사 프로그램인 '피디수첩'을 만들던 그가 예능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습니다.
운동을 하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장호기 피디는 순수하게 피지컬에 대한 궁금증에서 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만들었던 작품들처럼 '피지컬 100' 역시 그저 예능이 아닌 인간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여러 이유를 들어 성공을 언급할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다는 겁니다. 재미 없는 의미만 대단한 작품들은 선택받을 수 없고,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중요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피지컬 100'을 본 해외 팬들은 각국의 나라별로 '피지컬 100'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 요청할 정도입니다.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각 국가의 '피지컬 100' 출연자 중 우승자가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을 만들라고 요청할 정도입니다.
인간 본연의 가치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이는 어느나라나 가능한 도전입니다. 많은 이들의 요청처럼 몇몇 국가에서 이 포맷으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넷플릭스의 선택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한국 예능 사상 처음으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피지컬 100'은 K 콘텐츠의 미래가 여전히 밝음을 증명했습니다. 무엇을 만들든 세계인들을 놀라게 만드는 K 대중 문화는 여전히 성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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