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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쇼의 아이들, 유튜브 키즈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by 자이미 2024.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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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스크'로 희대의 코믹 배우로서 명성을 얻은 짐 캐리는 정말 대단합니다. 이후 '덤 앤 더머'에서는 광기의 바보 연기로 자신의 입지를 명확하게 다지기도 했죠. 하지만 코믹 배우로서 커리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죠. 지금 봐도 걸작인 '이터널 선샤인'에서 짐 캐리는 그전 작품들과는 또 달랐습니다.

 

짐 캐리를 어떻게 보고 각인하느냐에 따라 각자 생각하는 그의 최고작은 갈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짐 캐리 최고 걸작은 '이터널 선샤인'도 있지만, 그보다는 '트루먼 쇼'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잘하는 코믹 연기만이 아니라,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삶을 살고 있었음을 알게 되는 과정을 정말 잘 연기했으니 말이죠.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트루먼 쇼'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도 있고, 안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태어나면서부터 성장해 가는 모든 과정을 자신만 모른 채 모든 이들이 시청하는 관찰 예능의 희생양이 바로 트루먼이었습니다.

 

작음 섬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30대 보험 회사원은 자신이 사는 세상에 대한 의심을 한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아내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지며 그의 의심은 시작되었습니다. 

 

의아한 트루먼이 길을 걷다 죽은 아버지를 만나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라디오에 생중계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죠. 지난 30년간 일상을 송두리째 의심하게 되는 이 상황을 220개국 17억 인구가 5천대 카메라로 10909일 동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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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의 첫사랑 실비아가 이 모든 것이 '쇼'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그녀를 찾아 피지섬으로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그가 사는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스튜디오일 뿐이었습니다. 그런 트루먼은 진짜 인생을 찾을 수 있을까요? 찾는다면 그게 자신의 삶이 될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트루먼의 진짜 인생은 '쇼'에만 존재할 뿐입니다. 

 

1998년 개봉된 이 작품이 지금 다시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당시의 설정이 현재에도 여전하고, 앞으로 더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린 거대한 '쇼'의 현장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우린 지금 '유튜브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영상 사이트는 바로 유튜브입니다. 그리고 그 종속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이들에게 유튜브는 TV보다 더 효율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죠.

트루먼 쇼는 그저 영화가 아니다

'트루먼 쇼'가 개봉된 후 1999년 네덜란드 유선 텔레비전 채널인 베로니카에서 '빅 브라더 쇼'가 제작되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된 남녀 9명이 외딴집에서 100일간 생존경쟁을 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생중계되는 파격적인 쇼였습니다.

 

집안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고, 마이크로폰을 설치해 출연자들의 행동과 대화 내용도 모두 촬영 녹음되었습니다. 욕실과 화장실, 침실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고 적나라했습니다. 불이 꺼지는 밤에는 적외선 카메라가 작동해 하루 24시간 촬영이 되었습니다.

 

24시간 촬영분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었고, 이중 30분 분량이 편집되어 황금시간대인 매일 저녁 8시에 방영되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탈락 시스템입니다. 보름에 한 번씩 시청자 전화투표로 부적격자를 한 명씩 걸러 탈락시키는 방식이었죠.

 

마지막까지 남은 1인에게는 상금 25만 길더(한화로 약 1억 5천 만원)이 지급되었습니다. '빅 브라더 쇼'는 전 세계적 화제가 되어 프로그램이 판매되며, 영국과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논란은 더욱 구체화되며 희대의 쇼가 되기도 했습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후대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습니다. '트루먼 쇼'나 '빅 브라더 쇼'의 근간도 모두 이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소설 속 감시 시대는 다른 측면의 관찰과 관음으로 확장되고, 이는 현대인의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게 만들었습니다.

 

'유튜브'는 세상의 모든 영상들이 다 올라옵니다. 그만큼 모든 것이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중 많은 영감을 주는 영상이나 배움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영상들도 넘쳐납니다. 이런 다양함 중에는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가 제법 많은 양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충격적이었던 네덜란드에서 방송된 빅 브라더 쇼

자신의 일상을 찍는 행위나 가족을 촬영하는 것 자체가 새롭지는 않습니다. 오래 전부터 우린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했으니 말이죠. 그림으로 시작해 사진에 이어 영상까지 그 역사는 인류의 탄생과 현재까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 사진을 찍어 사진첩에 넣어 보관하며 꺼내보던 시절은 캠코더가 일상이 되면 영상 촬영으로 변하기도 했죠. 그전에도 고가이지만 8mm 필름으로 찍는 경우도 존재했습니다. 그런 영상 촬영이 이제는 유튜브에 올려지는 영상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상하지도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나 가족,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곳을 찍어 간직하고 바라보는 행위 자체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바로 이 영상의 용도입니다.

 

과거에는 자신이나 가족들이 함께 보는 용도가 최대였습니다. 물론 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사진이나 어린시절 영상들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죠.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유튜브는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 혹은 주변의 영상을 보여줍니다.

 

누구라도 전혀 알지 못하는 이의 일상과 삶을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타인의 삶을 탐닉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 매개는 '돈'입니다. 자신을 광고해 돈을 버는 시대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돈을 위해 자신의 일상을 불특정다수에게 공개하는 행위는 자발적입니다. '트루먼 쇼'의 트루먼과는 다르다는 것이죠. 오히려 신이라고 불리는 프로듀서 크리스토프와 같은 존재들이 유튜버들이 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음식을 먹고, 여행을 가고, 자신의 일상을 노출해 돈을 버는 그들은 자신의 삶을 공개해 수익을 얻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우린 유튜브 세대들과 살고 있다

이들과 달리, '유튜브 키즈'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현재 유튜버들이 크리스토프와 유사하다면, 그들이 낳은 아이들은 바로 '트루먼'이기 때문입니다. 브이로그 형식으로 가족 일상을 올리는 유튜버들의 경우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의 아이들을 노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예인들의 자녀들이 출연한 예능들도 부작용이 컸습니다. 그나마 그들이 돈많은 연예인들의 자녀라는 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부작용을 치유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일반인의 경우는 그게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과연 이렇게 태어난 '유튜브 키즈'들의 삶은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의 삶이 공개되는 유튜브는 과연 괜찮을까요? 요즘 세대들은 미래의 꿈이 '유튜버'라고 생각할 정도로 익숙하기 때문에 이런 삶 자체가 익숙함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특정다수에게 보이는 자신의 삶이 과연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는 모를 일입니다.

 

그들 중 누군가는 '트루먼 신드롬'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 행위가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요?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스타라고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보는 이가 얼마나될까요? 그들은 어느 순간 이런 현실에 심각한 고민을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시대는 변했습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대들이 탄생하고, 그들이 살아갈 미래가 어떤 식으로 변할지도 알 수는 없습니다. 더욱 그들의 사고체계와 문화가 어떤 식으로 통용되고 가치 판단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우리의 이런 고민은 과거 사람들의 사고가 만든 결과물일 뿐이니 말입니다.

트루먼 쇼는 단순한 영화가 아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특정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행위가 마냥 좋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관음증을 일상화시키는 이런 현상도 불편한 것도 사실입니다. 에디슨이 돈벌기 위해 만든 '핍쇼'가 관음증을 상업화시켰다면, 유튜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관음증이 하나의 문화가 되어버린 세상은 과연 정상적일까요?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노출의 시대를 살아가며 자신을 감추는 행위가 부도덕하게 비춰지기까지하는 상황은 기묘함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과연 이 시대에 태어나 살아가는 '유튜브 세대'들이 성장해 시대의 주역이 되는 세상은 어떻게 변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그들에게 '트루먼'의 선택은 존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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