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와 태만이 만나서 서로 날 선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은 압권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만날 수밖에 없는 이들이 접점을 찾아간다는 것은 이제 이들의 대결이 가까워졌다는 의미입니다. 재벌 회장이지만 과거 잔인한 폭력과 살인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태만의 민낯을 목격한 동주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이번 주 방송은 기억을 잃었던 강산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시간의 문을 통해 27년을 훌쩍 뛰어넘은 소년이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가는 것은 이제 이 드라마가 원하는 결말을 시작하겠다는 선언입니다.
흥미롭게 전개되던 이야기는 주춤하는 모양새입니다. 강산이 자신을 찾아가고 그렇게 형과 조우하는 과정을 담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앞서 등장했던 강산의 초능력들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과거와 현재의 연결 고리에 살인사건이 존재하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컸습니다.
이런 기대와 달리, 이후 전개는 지리멸렬이라는 표현은 과하겠지만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상황에 따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전개되는 것은 극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이유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기적의 형제'는 그 긴장감이 너무 빨리 늘어지면서 아쉽게 다가옵니다.
이미 상대가 누군지 정확하게 드러났고, 그들이 저지른 범죄가 무엇인지도 알려져 있습니다. 더는 숨길 수 있는 여죄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누구이고, 복수의 당위성 등이 모두 드러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전개가 더디게 이어지는 것은 지루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회차에서 강산이 우정에게 자신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리며 새로운 전개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동우와 강산 사이의 갈등 역시 적대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닌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라는 점에서 이후 이들이 함께 적을 물리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태만은 현재 등장인물 중 마지막 보스와 같은 존재입니다. 재벌가 장남으로 태어나 세상 무서울 것 없었던 그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습니다. 지금도 어울리는 친구들과 소평 호수에서 노숙자를 잔인하게 폭행하고 물에 던져 죽게 만들었습니다.
그 모든 과정은 영화감독이 된 신경철이 직접 캠코더로 찍었습니다. 자신들은 걸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은 치기였지만, 그들의 범죄는 절대로 묻힐 수 없었습니다. 태만은 자신을 찾아온 검사장인 최종만 앞에서 섬뜩한 이야기를 합니다.
노명남이 변정일을 죽였어야 한다고 분개했습니다.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알고 있는 변정일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과거 희생양이 되었던 억울한 노명남이 분개해 변정일을 죽여 복수를 완성하면 태만에게는 최고의 그림이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었던 나상우는 장기 실종 중이고, 신경철은 살해 당했습니다.살해당했습니다. 그리고 목격자를 위조한 자 역시 살해당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비밀을 알고 있는 이가 종만과 혜경이라며 웃는 태만의 모습에 기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검사장인 종만 앞에서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은 이태만이 가지고 있는 부의 지위 때문이기도 합니다. 경철이 죽기 얼마 전 포르투나에서 프랑스와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를 설명하던 그는 자신도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세계적 감독이 되겠다는 술주정을 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자전적 이야기는 소평 호수 살인사건입니다. 실제 그가 쓴 시나리오는 그날의 기록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런 말을 하며 술주정을 하는 경철을 무차비하게 폭행하는 태만의 행동은 종만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태만이라면 친구라도 죽일 존재라는 것을 그때 다시 깨달았기 때문이죠.
노명남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2년 전 변정일 집 앞 CCTV를 확인했냐고 묻습니다. 이 말은 무슨 의미일까요? 출소 후 줄곧 변정일 집을 감시했던 노명남입니다. 그리고 실종된 나상우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자가 바로 변정일이라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나상우와 신경철, 그리고 전두현의 사망은 과연 카이의 짓일까요? 카이가 복수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였다는 것은 당연함으로 다가옵니다. 더욱 초반 신경철을 죽이는 카이의 모습도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제작진은 태만의 행동을 통해 카이가 살인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카이의 복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비밀이 탄로나는 것이 더 두려운 존재인 태만이 그들을 제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철이 술주정을 하며 27년 전 사건을 언급하는 모습에 격분하는 태만의 모습을 보면 더욱 확신할 수 있습니다.
실종된 나상우 역시 과거 사건과 관련해 어떤 언질을 했고, 태만은 격분했을 겁니다. 가짜 목격자였던 전두현 역시 시간이 지나자 태만에게 다시 돈을 요구한다는 식으로 과거 사건의 불안을 키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태만에게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들이 차례대로 사망한 것은 우연일 수는 없습니다.
경철이나 상우를 카이가 복수하기 위해 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카이에게 전두현은 이와 다릅니다. 거짓말을 해 무고한 이를 수십년 동안 감옥에 보냈으니, 당연히 천벌을 받아야 하지만 카이가 살인을 하면서까지 복수할 대상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그들 입에서 나무 십자가 조각들이 있었다는 것과 27년 전 사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사이비 목사도 찾고 있다는 말을 통해, 그 사건을 저지른 자는 태만의 지시를 받은 사이비 목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리 운전을 하던 카이의 모습은 누군가의 상상을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을 혼란시키기 위해 배제했다고 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물론 정말 복수를 위해 카이가 이들을 모두 제거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 복수는 절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이 드라마가 절대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악랄한 범죄자를 잡기 위해 누군가는 희생할 수도 있지만, 굳이 카이를 그렇게 희생할 필요가 있는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목한 가정을 꿈꾸고, 동생을 위해 자신을 버리기까지 했던 착한 하늘이 복수를 하기 위해 잔인한 연쇄 살인마가 되었다는 설정. 27년 전 동생이 갑자기 사라져 절망 속에서 이런 짓을 벌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카이가 동생 강산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설정은 없으니 말이죠.
하지만 하늘이 전달한 가방안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오가게 만드는 푸른빛이 나는 도구가 존재합니다. 이 물건이 어떤 것인지 하늘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하늘의 뜻으로 이 모든 것이 운명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되어야 하는데 그건 무리수죠.
자신이 1995년이 아니라 2022년에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한 강산이 이곳으로 왔던 방식으로 돌아가겠다고 차도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그런 강산을 살리기 위해 몸을 날린 동주가 도착한 것은 95년이 아니라 집이었습니다. 이미 동주에게도 전조는 있었고, 그렇게 푸른빛을 내는 물건은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동주와 태만의 대립이었습니다. '노인과 바다'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이들의 모습은 긴장감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작품이 왜 대단한지 알 수가 없다며, 자신이라면 상어 떼들과 공평하게 참새치를 나누겠다고 했습니다.
노인의 행동이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태만과 달리, 동주는 참새치의 거대한 뼈가 모든 것을 증명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분기탱천한 동주가 친구이자 태만의 동생인 명석의 주눅든 모습과 달리,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공격을 이어가는 장면은 최고였습니다.
"노인에게 남은 청새치의 거대한 뼈만 보고도 사람들은 그날 밤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어떼 공격이 얼마나 잔인하고 집요했는지, 노인이 굴복하지 않고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알려주는, 패배하지 않았다는 증거말이다"
동주가 태만을 향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분명한 메시지였습니다. 태만이 먼저 조용히 있으면 죽지 않는다고 공격하자, 자신은 절대 굴복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선 것이죠. 비록 상어 떼로 인해 거대한 청새치는 뼈만 남았지만, 이를 통해 노인이 상어 떼에 굴복하지 않고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알렸다는 발언은 중요했습니다.
태만이 가진 돈권력은 강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동주가 죽음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고 상어떼들과 맞서 싸우겠다는 경고였습니다. 서로에게 선전포고한 동주와 태만으로 인해 이야기는 좀 더 빠르게 전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폭력 청소년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성인이 되어 잘 사는 모습이 보기 싫었다는 작가의 변이 이 드라마의 결말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연쇄살인자가 카이가 아닌 태만일 가능성도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후 이야기에 대한 기대는 커집니다.
자신 앞에 있는 10대 소년이 바로 첫사랑이자 끝사랑인 강산이란 사실을 깨닫고 오열하는 우정. 이를 통해 정확하게 현실 직시를 하게 된 강산은 본격적으로 형이 홀로 싸우는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 돈권력에 맞서는 이들은 과연 정의구현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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