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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나의 해방일지 14회-죽음에 적당한 때는 없고, 어른도 슬프다

by 자이미 2022.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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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미처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혜숙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망연자실한 염 씨 가족은 그렇게 소중한 이를 보내고 난 후에야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허망한 죽음은 남겨진 이들에게 많은 화두들들 던집니다. 그리고 그런 빈자리를 채워나가는 과정이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죠. 장례식장에 형식적으로 찾는 이와 진심을 다해 자리를 지켜주는 이들 사이의 간극은 이들의 관계성이기도 합니다.

극한으로 몰렸던 상황은 인간들의 관계들을 깊이있게 만들거나 허무하게 정리되도록 요구하기도 하죠. 기정과 태훈의 관계는 혜숙의 죽음으로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창희 역시 현아에게 뜬금없어 보이듯, 툭 던지듯 청혼하는 상황도 어머니 장례식이 만든 풍경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이들은 빈자리가 곳곳에 있음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마치 습관처럼 가족을 위한 밥을 하던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흔적은 까맣게 타 있었습니다. 이를 무표정하게 비우는 미정과 빨랫감 속에 엄마가 자주 입던 셔츠를 보고 울컥한 기정은 빨래를 널다 엄마의 흔적인 셔츠를 안고 오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쉬어버린 반찬과 이제 식사가 걱정되어 주문해서 먹어야 하는 상황은 이들에게는 너무 낯설기만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창희가 회사를 그만둬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죠. 화가 많았던 창희는 아버지와 단둘이 밥을 먹다 울컥함을 느껴야 했습니다. 어머니 빈자리는 그들이 숨 쉬는 곳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죠.

 

엄마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침이 식사 준비를 하는 제호, 어머니가 돕던 싱크대 작업을 함께 하는 창희, 집에 모신 유골함을 들여다보는 미정은 모래처럼 남겨진 어머니의 흔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인생무상이란 어쩌면 그런 유골함 속 흔적이 말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정은 회사에서 최 팀장과 자신의 이름을 팔아 불륜을 저지른 한수진과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최 팀장 아내가 회사에 전화하자, 미정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이 아님을 증명해냈죠. 이로인해 불이익은 미정의 몫이 되고 말았습니다.

 

현아를 찾아 이들의 불륜에 대해 언급하던 미정은 자신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최 팀장과 적당한 시점 이를 끊는 불륜녀의 행동이 처음에는 감사했지만, 나중에는 손가락을 부러트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자신을 가지고 노는 이들의 행태에 분개한 것이죠.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은근하게 따돌림을 당했던 미정은 그나마 챙겨줬던 수진이 바로 불륜녀였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의심하지 못하게, 염미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불륜을 숨기고 있었죠. 여전히 뻔뻔하게 불륜을 숨기는 수진에게 불륜녀 아냐는 말에 빤히 쳐다보는 미정의 행동은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장례식장까지 와서 둘이 꽁냥거리는 행동이 미정을 뒤틀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싸움까지 하고, 피까지 흘리며, 돌아와 구 씨가 항상 앉아 술 마시던 평상에서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피우려는 그에게 밤송이가 떨어집니다. 엉뚱한 것이 엉뚱한 순간에 등장하는 구 씨처럼 그렇게 밤송이는 미정을 깨웠습니다. 

 

정규직 전환 시점에 터진 사건으로 인해 사내 공모전 1위를 하고도 미정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잘못은 정규직이 했지만, 피해는 비정규직이 받아야 하는 상황은 비단 이런 경우만은 아니기도 하죠.

창희는 동네 친구인 두환 정훈과 장례식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말 친하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죠. 너무 슬퍼서 그 슬픔을 잊기 위해 웃는 것은 속내를 모두 드러낼 수 있는 관계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기정과 미정 등 그동안 이야기만 들었던 수많은 이들을 실물로 만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신기했던 이들이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아쉬워, '죽음에 적당한 때'를 언급하는 정훈에게 창희는 때가 언제냐 되묻습니다. 팔십은 최소인 수명인 시대라 하지만, 할아버지 사례를 언급하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합니다. 제도적으로 100살까지만 이라는 말에 99살이 되면 항의하겠다는 창희와 산으로 도망가겠다는 두환의 말을 통해 죽음에 적당한 때는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 깨닫게 합니다. 

 

어머니 죽음을 처음 발견한 창희는 과거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를 언급합니다. 평소 야간 자율학습을 잘하던 고등학생 창희는 담임이 불호령을 내린 날 그냥 집에 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할머니의 마지막을 지켜봤다는 창희는 묘한 기운이 자신에게 있다고 합니다.

 

이런 친구에게 두환이 건네는 이문세의 '사랑, 그렇게 보내네'는 모두를 위한 위로곡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인공 관절을 뒷산에 묻어주고 내려서는 창희는 어떤 다짐을 했을까요? 기정은 태훈이 누나가 반찬 싸놨다며, 들렀다 가라고 합니다.

장례 후 처음 가게를 찾은 기정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희선은 이미 가족으로 맞았습니다. 너무 일찍 가셨다며 태훈도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죠. 사망한 날 점심 사주셨다며, 저녁에 돌아가셨다는 말에 이상했다는 태훈에게 희선은 죽기 전에 사위는 보고 가셨다는 말속에 기정을 이미 가족을 받아들였음이 드러났죠. 

 

음식을 가지로 위층에 올라간 사이 기정은 유림에게 언제나처럼 혼잣말을 합니다. 힘들거 뻔히 아는데 힘내고 싶지 않다는 말에 유림은 처음으로 기정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그동안 아무리 말을 걸어봐도 대꾸조차 하지 않았던 유림에게도 어머니의 부재는 큰 아픔이었기 때문이죠.

 

"어른들도 슬퍼요. 엄마가 없어지면...."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유림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고모들이 엄마 이상으로 해주지만,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엄마를 잃은 기정을 보면서 처음으로 속내를 드러낸 유림에게 자신이 엄마 해주겠다는 기정은 확신이 들었습니다.

 

유림은 자리를 피했지만, 퇴근한 태훈에게 결혼하자 말하는 기정과 그럽시다라고 받아들이는 태훈의 모습은 조금은 엉뚱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자연스러웠습니다. 이 상황에서 희선과 경선이 보인 행동이 이 드라마의 디테일을 극대화했습니다.

기정이 결혼하자는 말을 하는 순간 들어서려다 조용히 문을 닫은 희선, 태훈이 기정의 청혼을 받아들이며, 그럽시다라고 하는 순간 들어서려다 닫고 돌아서는 경선의 모습 속에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 왔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미정의 휴대폰 문자를 우연히 본 기정으로 인해 한바탕 소란이 일었습니다. 200만원 대출받은 미정의 행동이 이상했고, 미친년 때려서 합의금을 줘야 했다고 말하는 미정은 기정의 행동에 "니가 엄마야"라고 고함을 치며 대들지만, 전 남친에게 돈 빌려줬냐는 말에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뒤통수를 치는 기정의 행동은 친언니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가족에게 손벌리지 못하고 홀로 책임져야 했던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 제호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자신을 챙기기에 여념 없는 아이들. 그리고 4인 가족도 행복해질 수 있다며 차가 필요하다는 말에 차까지 사서, 함께 바다로 놀러 간 염 씨 가족은 어쩌면 처음으로 가족다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고모가 사고쳐 아버지가 책임지며, 어머니의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아버지는 여동생을 사랑해서 해준 일이었지만, 가족은 그 모든 고통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자신들도 언젠가 고모가 될 텐데 어떻게 하냐는 현실적 질문들 속에 우린 괜찮지만, 자식들은 다르다는 기정의 말속에 그 관계의 심오함과 한계가 명징하게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애정합니다"라고 고백까지 하는 창희는 동생 미정이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를 시장 아주머니에게 들었습니다. 어머니 혜숙 역시 미정의 오열을 알고 서럽게 울었듯, 창희 역시 동생에 대한 애틋함이 살아났습니다.

자신에게 의지할 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구 씨를 생각하곤 했지만, 그가 구 씨가 과거 살았던 건물 지하 주차장을 찾은 것은 미정을 위함이었습니다. 우는 것마저 용기가 필요한 아이가 그렇게 울었다는 것은 지독하게 아팠다는 의미였으니 말이죠.

 

화려하고 엄청난 돈을 가지게 되었지만, 행복하지 않은 자경의 집은 빈 술병이 가득합니다. 장소와 상관없이 텅 빈 그를 채워준 추앙이 사라지자, 자경은 다시 과거의 빈껍데기로 돌아가 있었죠. 그런 그가 제호에게 받은 미정의 바뀐 전화번호로 연락합니다.

 

해방되셨냐란 질문과 추앙할 남자 만났냐는 말에 "그럴리가"로 대답하는 미정은, 3년 만이지만 마치 어제 만나고 헤어졌다 다시 만난 사람처럼 이질감이 없었습니다. 1시간 만에 살 빼고 오라는 구 씨 앞에 등장한 미정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미정과 그 가족을 떠나 웃음도 사라졌던 구 씨 역시, 미정 앞에서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런 구 씨에게 "이름이 뭐에요?"라고 묻고, 구 씨는 "구자경이라고 합니다"라는 말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무진장 보고 싶었다는 자경은 행복을 찾아 미정과 함께 할 수 있을까요?

 

현아 전 남친이 창희는 즐거운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그와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기정과 태훈 가족의 삶 역시 궁금해집니다. 이제 마지막 두 번의 이야기를 남긴 염 씨 가족과 그들이 사랑하는 이들의 삶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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