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작으로 방송된 tvN 드라마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분명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요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이야기와 주인공인 이광수의 연기력은 몰입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미스터리 추적극이라는 점에서 추리 완성도가 중요했지만, 그런 탄탄함은 없었습니다.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한 살인사건과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은 흥미로운 전개였습니다. 그리고 범인이 슈퍼 이용자라는 사실은 범인이 누군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키우는 이유가 되죠. 영수증을 확인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설정만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천재라 불렸던 안대성은 위조지폐를 만들어 유통시키려던 쌍절곤 혹은 오천원으로 불리던 자를 잡아냈습니다. 일련번호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오천원의 삶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죠. 위조범으로 체포된 오천원과 달리, 작은 구멍가게였던 대성이네는 대성슈퍼로 확장할 정도로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출소한 오천원은 다시 그들을 찾았습니다. 자신의 범죄를 밝혀냈다는 이유로 복수하러 온 오천원에 의해 엄마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대성은 황도 캔을 던져 범행을 막았습니다. 죽었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동네 순경이었던 김두현이 사건은 묵인합니다.
쓰레기통에 숨어 있던 오천원을 확인했음에도 김두현은 외면했습니다. 차라리 죽기 바라는 마음이 컸던 두현이었죠. 그렇게 오천원은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남겨진 이들의 삶은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가장 큰 트라우마에 빠진 것은 대성이었습니다.
그날의 기억이 그를 뒤흔들었고, 수능날에도 바닥에 흥건한 피를 보고 기겁한 대성은 일상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도 합격하기 어려운 대성이 다시 마트로 돌아오며 모든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대성을 어린시절부터 좋아했던 아희는 순경이 되어 그의 곁을 지켰고, 마트에 다니던 여성 둘이 연이어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아파트 단지는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연쇄 살인사건은 크게 화두가 될 수밖에 없었죠.
사건 현장에 있던 MS마트(대성에서 어머니 이름인 명숙 이니셜로 바꾼)에서 산 물건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희생자의 시체를 발견한 이는 대성이만 보면 쌍절곤을 휘두르는 노인과 대성이었습니다. 그렇게 사건 현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대성은 사건 담당한 최 형사에게는 의심 가는 존재였습니다.
마트 아들이자, 손님들의 신상정보를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의심할 수밖에 없었죠. 이런 상황에서 대성의 행동은 의심을 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흘러가기만 합니다. 우직하다기보다 우매해 보이는 행동들은 집중력을 흐트리는 이유가 됩니다.
영특했던 어린시절의 기억은 사라져 가고, 고집이 만든 확신은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었죠.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이언희 영화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입니다. '미씽:사라진 여자'나 '탐정:리턴즈'를 연출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풀어갈 것으로 기대했었습니다.
한지완 작가는 '원티드', '오늘의 탐정', '썸바디' 등 스릴러 전문입니다. 설정은 좋았지만, 진행 과정에서 맥이 빠지는 전개는 아쉬움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 수밖에 없는 슈퍼라는 공간을 중심에 두고 평범해 보이는 마을 사람들 속에 연쇄살인마가 있다는 설정은 최고였지만, 이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등장인물은 한정되어 있고, 공간 역시 협소하다는 점에서 설정이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관계들이 어느 순간 무너지며 긴장감은 떨어졌습니다. 주변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며 흥미를 배가시키고, 이를 통해 극적인 상황까지 끌고 가는 힘이 부족했습니다.
이런 형식은 익숙함으로 다가옵니다. 형식의 새롭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새로운 시도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대를 했던 이 작품은 미완의 성공으로 불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가장 큰 역할인 대성이란 캐릭터가 무너지며 재미가 반감되었습니다.
답답한 캐릭터는 시청자들이 보기 불편함으로 다가올 정도였죠. 더욱 대성 역할을 연기한 이광수의 연기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어떤 식으로 이 역할을 풀어가느냐는 중요했지만, 기대 이하의 연기를 펼친 이광수로 인해 몰입하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말이죠.
마치 한 가지 연기만 하는 것 같은 경색된 모습은 답답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코믹한 부분들은 그나마 잘 어울렸지만, 극을 이끌며 추리하고 궁지에 몰리는 등 스릴러 물의 주인공으로서는 아쉬움만 컸습니다. 핵심이 될 주인공의 캐릭터와 연기가 무너지며, 극의 재미 역시 반감되었습니다.
그나마 가정 폭력을 저지른 자가 연쇄 살인마라는 설정은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가식적인 두 얼굴의 가장이 만든 잔인한 진실은 결국 사회성을 잘 띠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캐릭터들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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